오베라는 남자        다산 책방에서 2015 출판

지은이 : 프레드릭 베크만

스웨덴 출신의 30 중반 유명 불로거이고 칼럼니스트이다. 그의 대뷔작이자 장편소설인

< 오베라는 남자 > 불로그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것을 권했고 그렇게 소설이 탄생했다.

프레드릭 베크만은 2012 < 오베라는 남자 > 대단한 인기를 얻었고 세계 여러나라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 지은이 소개 참조 /

줄거리 :

우선 오베는 법과 고전적 질서를 존중하는 ,그래서 거기에 위배 된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에 까칠하고  부정적이며 툴툴대는 무뚝뚝한 남자이다.  때로는 증오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저돌적이고 전투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판이 없는 컴퓨터는 진정한 컴퓨터가 아니라고 우기며 점원을 난처하게 하거나, 밧데리를 장착하지 않고 파는 모든 어린이  장난감이나 상품을 혐오하는 남자.

그러나 남자는 사실 쓸쓸하다. 6 개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삼십 하루같이 건실하게 일했던 직장에서도 이제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해고당했다.

오베가 이젠 이상 세상에 남아야 할 일이 없다 .

신문과 tv 시청을 해지하고 ,거래은행 구좌를 깨끗이 정리하고 안을 말끔이 치운 다음 조용히 죽을 계획이다. 죽어서 사랑하던 아내에게 생각을 하면 마음이 바빠진다.

그런데 이게 일인가,골치아픈 이웃 인간들이 나타나 번번히 오베의 계획을 방해한다.

오베는 이런 일들이 매우 부당하고 귀찮았지만 어절 없이 그들의 생활에 끌려 들어가며 그들을 돕느라 자살하려는 계획은 언제나 지연된다. 이를테면 파르바네 남편 멀대가 부상당해 그들 가족을 병원까지 후송하거나 운전면허가 없는 녀에게 운전교습을 주거나 애송이 청년에게 자전거를 고쳐주고 친구의 호모라는 사실을 비밀스럽게 공유하고, 특이한건 평소 싫어하던 길고양이를 거두어 곁에 두고 친구로 삼기도 한다.

오베가 혐오하는  흰샤스를 입은 무리이다. 그들의 상징성은 그들은 언제나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주민의 생활에  부정적으로 끼어들어 맘대로 휘두르고  법을 방편삼아 책임지지 않는다.

절친이었지만 사소한 자동차에 대한  의견 차이로 원수가 오베의 오랜 친구 루네가 있다.

치매에 걸린 루네를 그의 아내 아니타의 만류를 무시하고 요양소로 보내려는 하얀샤스의 강제적인 오만에 맞서 그들을 저지하는 오베는 오히려 훨씬 인간답다. 여기자 레나와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하얀샤쓰를 여지없이 굴복시키는 오베는 통쾌하다.

동네의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결국 오베는 하고자 하던 일을 실행한다.

눈물많은 친구 파레바네에게 일을 부탁하고.

감상:

1 ) 물질 문명에 젖어들어 주관이나 개성을 잃고 나약해진 현대인들을 성찰하게 한다

 오베의 원리 원칙을 따지는 쪼잔하고 꽉 막힌 개성에 오히려 호감이 간다.?

2 ) 진정한 남자의 생각이나 삶이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몸소 보여주는  오베의 기계나 연장 다루는 자신감과 당당함,그리고 여인을 사랑하는 법의 모범을 보이는 오베.

끝내는 먼저 간 아내를 따라가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다. 아, 멋져라.

3 )그러나 그예 웃음을 터뜨리고야 마는 오베의 인간다운 따뜻한 속내.

4 )오베를 둘러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과 다른듯 하지만 서로 소통하며 이해하고 때로는 똘돌 뭉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인간 휴머니즘에 대한 흐믓함.

5 ) 하지만 오베의 성격이 형성되는 소년 ,청년기나 ,사랑스런 소냐와의 만남부터 부부로서의 삶의 과정을 통털어 어느 만큼 간극이 느껴졌다. 인과의 서술이 빈약하다.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관심을 이끄는 소설의 유형이 어떠한지도 슬쩍 살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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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신문사 출판  2015 년 

 

 이순례 장편소설 

   

  어느 신문에선가 신간 소개난에서 정보를 보았다.

대학 교수,

70 대의 여류작가,

최초의 장편소설집.

 

대체로 노년의 신인,

또는 여성,

최고 지성적 이미지.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다.


  


  기억에 저장했다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 기회에 구입했다.

  그리고 열렬한 기대로 책장을 열었다.

 

 몇 장 넘기지 않아 책 겉표지에 소설이란 타이틀이 무색하다는 걸 알았다.

 그 이유는 자전적 성격이 다분해서다.

무릇 작가에게서 그 작품에 자전적 내용이 녹아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걸 객관화시키거나 슬쩍 픽션으로 포장하는게 대개의 경우인데

 여기선 실제 사건이나 인명이 그대로 들어나, 자전적 내용임을 확실하게 한다.

 

  


 소설 속에서 화자인 < >의 인생을 요약하면 세 단계의 여정을 거친다.

 소녀 시절 나의 선망이었고 집안의 자랑이었던 피아니스트 지망생,인서언니가 서울에서 음악 공부를 접고 돌연 집으로 돌아왔다.

연상의 교수에 대한 짝사랑이  그가 멀리 떠나자 패닉이 되고,급기야 폐인이 된 것이다.

 나 윤서는 소녀의 민감한 시선으로 언니를 보며 실망과 혼돈에 휩싸인다

 언니의 기나 긴 투병생활 , 어느 날 깜짝 정신이 돌아 온 인서 언니의 말이다

 < 루른 하늘에 흰구름이 한가롭게 흘러가네. 나도 구름처럼 그냥 흘러 다녔으면 좋겠다.파랑새처럼 말이지. 우리는 죽어서 파랑새 되자.자유롭게, 그러나 나란히 사이좋게 훨훨 하늘을 날라 다니자. 죽거들랑 그러자. >

인서 언니는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25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P.Jang 그는 대학교수. 윤서는 그의 서포트로 대학을 졸업한다.

그도 이미 가정이 있고 연상이고 또 사회적 어느 예술 분야에서 꽤 명성이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윤서는 이와의 관계를  표면화할 수 없고 마냥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일 뿐이다

< P.Jang은 나를 만나기 오래 전에 이미 현실의 집을 굳건히 지은 사람이니 그 위에 또 어떠한 집도 지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또한 나는 그러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집도 짓고 싶지 않았다. 미로, 어느 여름 날 ,햇빛 작렬하던 그 여름날에 단 한 번의 활시위에 맞은 심장 , 그 화살은 미로였다. 그러나 나는 그 운명을 감당하기로 하였다. >

그는 어떤 약속이나 다짐없이 일방적으로 윤서를 찾았고 윤서는 무력하게 몸을 연다.

그게 사랑이라 생각하며. 그런 관계는 너무 길었다

' 18 세 부터 57 세 까지 '

 

이 두개,젊은 날의  큰 그림은 과거 불투명의 유리를 통해서 안개 낀 바깥을 보듯 온통 희미하고 몽상적이며

인서 언니의 불행한 그림자가 어둡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아마 윤서의 생기 가득한 인생은 그녀가 57세 때, 63 세의 한인범과 결혼하게된 이후다.

그는 호탕했고 부유하고 또 사랑할 줄 아는 남자였다.

그와 함께한 11 20 일은 인생의 쓰고 달고 신, 참 맛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누린 세월이다.

 최선의 삶을 살려고 역동적으로 노력하고 움직이고 참여했다.

그의 전처 소생들의 배척과 길등으로 힘든 면도 있었으나 그 한인범을 만나 참사랑과 안정을 갖는다.

 

< "--- 그런데 정작 살아 보니 두 가지를 속았다는 것을 알았지,한 가지는---"

" 한 가지는 ?"

" 그것을 그렇게 잘 할 줄은 몰랐지.울면서 만월을 외칠 때의 당신은  내 심장을 끊어트려 놓지. 그 면에는 약간 두루뭉실하게 보였는데 대체 몇 놈하고 연애를 한거야? "

" 이럴 줄 알았으면 연애라도 싫컷 했어야했는데 당신이 처음이니 억울하지요. "

" 윤서야 저 하늘의 달이 웃는다 "

" 그나저나 양파 껍질은 벗겨서 무엇에 쓰시려고요 "

"껍질을 벗기긴, 이미 통째로 다 먹었다. 그런데 말이야, 통째로 다 먹었는데도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지." 

우리는 하하 호호 기분좋은 웃음 소리를 냈다. >

 

늦은 나이에 한 혼인이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의미를 두어 세세하고 꼼꼼하게 서술해 간게 아닌가 생각된다.

 노년의 새 출발이 사회적 관계망에서 복잡하고 부정적 측면도 있으나 그래도 나름

새 힘과  행복을 추구하고 누리며 아름다운 황혼을 만들어 가는 것도 나쁘지 않는 느낌이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또 다른 광풍을 일으키지만 모든 걸 내려놓은 후 가벼운 마음으로 차분하게 인생을

정리하는 작가의 모습이 아름답다.

 

( 괄호 안 인용문은 이 작품 속의 분위기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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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교수, 

그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지구상 드넓은 대지 위, 아주 조그만 한 켠에 풀씨 하나 떨어져 떡잎 나고 잎파리 자라  

 이름없는 들꽃되어 헤설픈 씨알 몇 개 떨구는 하찮은 내 삶에

 숨결을 불어주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한 그 님의 책 들.

   


처음 대한 건 < 더불어 숲>이었다
 1998 년 8 월에 중앙 M&B에서 출판된 책이다 
 아마 그 분께서 긴 징역 - 늘 그 분이 하시던 말이다 -에서 출소한 후 
 이미 몇 권의 출판물이 있었지만 나로선 처음 대하는 생경한 저자요, 저서명이었다.
 전제된 어떤 선입견도 없이 읽게 된 그 내용은 
 신선했다. 따뜻했다.그리고 깊은 이해와 위안을 주었다
 그리고 어둡고 불투명한 이 현실에서 긍정적이고 희망찬 비젼을 제시한다.
 
 < 책 소개 >
 이 책은 신영복 교수가 세계 24 개국 47 개 유적지와 역사현장을 답사한 뒤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의 중심적인 메세지는 "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라는 말에 담겨 있다.
 강자의 지배 논리에 맞서서 '인간의 논리'를 지키자는 뜻이다.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함께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론'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나아가면서 길을 만드는 것'이고 또한 현재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 부터 길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저서 신영복 중 발췌 60 쪽 )


 < 강의 2004 년 돌배게 > , < 담론 2015 년 돌배게 >
   


지식 탐구에 대한 독서욕이 한창 드세던 젊은 날,
 과감하게 < 신역삼경 - 1967 년 현암사 > 한 질을 샀다. 동양 고전을 알고 싶어서이다 시경은 재미있었고 서경은 억지로 읽었고 그런데 주역은 영 독해불가
 스승도 없고 그 땐 화통한 인터넷도 없으니 완전 깜깜절벽, 

아직 내 서가에는 먼지가 뿌옇게 쌓인채 고이 모셔져 있다. 
 그런데 선생의 강의를 읽고 나니 얼마나 좋았겠나. 비록 맛뵈기의 대략 내용이
지만 내 처지에서는 황감할 지경,
 
 중국 사상가들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순자, 묵자, 들의 사상과 신념, 그들 삶의 역정을 읽으며
 현재 삶의 질곡도 옛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그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투쟁했는가
 새삼 연결해 보며 깊은 철학적 사유에 빠져 보기도 한다.

 우리 한국 현실에서 가장 크게 제시되는 민족의 숙제는  남북 분단이다 이에 대한 선생의 
 < 통일담론 >을 들어 본다.
 " 나는 統一을 通一로 쓰기도 합니다.평화 정착, 교류 협력만 확실하게 다져 나간다면 통일 과업의 90%가 달성된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평화 정착 교류 협력, 그리고 차이와 다양성의 승인이
바로 通一입니다.通一이 일단 이루어지면 그것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統一로 가는 길은 
결코 험난하지 않습니다.通一에서 統一로 가는 길을 지헤롭게 관리하기만 하면 됩니다.이것은 남과 북이 폭 넓게 소통하고 함께 변화하는 과정입니다.和에서 化로 가는 和化의 모델입니다.
通一과 和化는 통일의 청사징이면서 동시에 21세기의 문명사적 과제인 것이지요 "
               담론 84 쪽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간추려 편집한 내용으로 오래 전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님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던 그 풋풋하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아련하게 그리워하며
 다시 한 번 그 학문깊은 교수님의 강의를 접하는 충만한 기회였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1988 년 돌베개 .>
부제로 < 신영복의 옥중서간 >
 연상되는 건 이 분의 인간적 면모이다.
 1988 년 통일혁명단 사건으로 수감되어 군법회의에서 여섯 번이나 
 사형 기소 ,언도,확정되는 과정을 거친 후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
 환송되어 무기형을 선고 받았다.
 감옥에서 20 년 20 일을 복역하고 1988 년 8 월 15 일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 책은 그 긴 영어의 시간 생각과 느낌 관찰 등을 담은 옥중문학이라 할 만하다. 
  선생은 27 세부터 20 년이 지난 48 세까지 감옥에서 지내며 그
 긴 시간을 < 나의 대학 시절 >이라고 회고한다.
 겨울에는 바닥부터 벽 모두가 꽁꽁 얼어붙고 여름은 가까이 잠드는
 동기들의 체온이 견딜 수없게 괴로운 철저하게 자유가 박탈당한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히려 학문에 깊이 몰두하고, 같이 수감된 식구들에게 깊은 이해와 관심으로 인간 관계론을 
  사유하며 그의 인식은 인간으로 세계로 고금동서로 무한하게 확장된다.
 처음 감옥에서의 기록은 < 청구회의 추억 >으로 부터 시작된다.
 어린아이들과의 독서클럽, 급작스런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걱정,
 사형언도를 받는 날도 청구회 모임을 계속할 수 없다는 실망과 그 아이들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이었다.
 어떻게 그 긴 세월에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않았을까
 대단히 경이로운 일이고 그이기에 더욱 발전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승화되었을 것이다.
 그가 감옥에서 가족과 친지에게 쓴 육필 편지는 그 생활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 준다.

   


신영복의 엽서  2003 년 돌배게 

한 두 장 씩 지급되는 낡은 휴지, 
    제한된 시간 규격화된 편지 종이, 또 일일이 검열을 거쳐야 하는 
    지극히 폐쇄된 공간과 조건 아래서 
    그래도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 쓴 편지. 
    어떻게 한 글자도 틀리거나 지우지 않고 깨끗하게 쓸 수 있냐고 
    묻는 말에 대답이 이랬다. 
   한 주일 내내 다음 편지 쓸 말을 머리 속에 차곡차곳 쌓아두며
   반복 기억해 둠으로써 외었다가 쓴다고 .
   간간히 곁들인 삽화도 간소하며 따뜻하다.
   선생은 학문도, 서체도, 또 삽화도 모두 나름 독자적으로
   뛰어나다.
   두고 두고 음미하며 읽어 볼 책이다.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몇몇 인용문을 올린다.

 * 사랑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공존의 철학이 和입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동화하려는 패권의 논리가 同입니다.
   화이부동 和而不同은 공존과 평화의 원리입니다.

 *높이 나는 새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하여 
   많은 것을 버립니다.
   심지어 뼈 속까지 비워야 합니다.
  무심히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가 
  가르치는 이야기입니다 

 *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은 사람이 가꾸는 꽃들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들판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잡초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습니다.

 *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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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철주의 미인도,이주은의 바쿠스가 벌이는

     그림과 삶의 향연 >


   ( 서 )


  중학교 들어가 첫 미술시간,미술선생님이 특이했다.

" 이 세상에서 영원한 건 없어, 뭐든지 변한다. 변화무쌍하게 

  그리는 거다."

 변화무쌍한 사물에 대한 인식은 한참이나 후에

  이해가 됐다.

  또 하나, 미술전시회에 많이 가 보라는 것이다. 학기말, 모아둔 

  미술전 팜프랫을 제출하면 추가점수를 주었다.

  우린 신문에 나는 전시회 소식을 공유하며 열심히 쫒아 다녔다.

  처음엔 팜프렛 얻으러, 그러다가 차츰 그림을 보는 쪽으로 비중이 

  기울었다. 어린 소녀의 눈으로 보는 거창한 대가들의 작품은 무한한 상상력과 신비감을 주었다.그리고 그 감상과 사유는 철저히 자유였다.


 그 연장 선상에서 화집을 구해 때때로 들여다 보는 취미도 생겼다. 국내, S시 안에서만 제한된

그림감상은 시공을 초월한 드넓은 세상으로 확대되었고 ,그렇지만 역시, 나 혼자만의 상상이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림세상의 전문가와의 공감이라니, 정말 재미 100 배가 되었다.

 < '그리다'는 움직씨이고 '그립다'는 그림씨입니다.'묘사하다'와 '갈망하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지요. 묘사하면 그림이 되고 갈망하면 그리움이 됩니다.아닌게 아니라 그림과 그리움은 밑말이 같아서 한 뿌리로 해석하는 분이 있더군요.'종이에 그리면 '그림'이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다하는 멋부린 말도 귀에 들리고요 --손철주 >

그림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감출 맛있게 초입에 써 놓았다. 나도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낮 익고 반가운 공감이다.

내용도 동서양의 그림을 폭 넓게 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그림도 다수 보여준다.




  서생과 처녀 작자 미상 


 ( 본 )


 가깝고도 먼 그리움 


무릎까지 내려온  외가닥 윤기나는 머리채가 탐스러운 아가씨가 기둥에 몸을 숨기고 숨소리 죽이며 서생의 거동을 훔쳐 봅니다. 서생이 그리워 밤마다 드나들었건만 그는 아예 돌아앉은 돌부처입니다.

생시에 보고 꿈에 보고 거듭 보고 봐도 여전히 그리운 상사병은 사람한테서 옮습니다.


 


   귀도 레니 <술 마시는 바쿠스>


 5} 유혹과 금기에 관대한 신,바쿠스

   오호,와인 통 옆에 턱하니 기대앉은 투실투실한 술의 신 바쿠스가 한 편으로는 와인을 마시고,다른 한 편으로는 오줌을 싸고 있군요.

그 어느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제 맘대로 살고픈 이 어린아이야 말로 본능대로 사는 신이고 본능을 이해해 주는 신이기도 합니다. 


 김홍도 <포의풍류도>


  얼음같은 마음의 자화상

  선비의 망중한입니다.문인 집 안의 인테리어가 보이는 그림이죠. 선비가 비파를 뜯는데 

  들을 사람, 볼사람 없으니 버선을 벗어던진 맨발 차림이 홀가분하지요. 이런 선비의 심사를 

  써놓았습니다.

  < 종이로 창을 내고 흙으로 벽을 발라 한평생 베옷 입어도 그 속에서 노래하고 읊조리리라.>

  단원 글씨 오른 쪽에 호리병 모양의 도장을 찍었는데 "빙심"이라 새겨져 있습니다.'한 조각 얼음같은 마음 옥병에 들어 있다네' 싯구에서 따온 말로 세상이 어떻든 누가 뭐라든 단단하고 맑은 

 심지는 변치 않는다는 뜻이랍니다. 

 전문가들은 이 인물화가 초상화 기법을 빌리지 않은 단원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장레옹 제롬 작 학생에게 <벨레데레 토르소를 모여주는 미켈란제로>


  취향은 가르칠 수 없는 것 


 르네상스의 조각가 미켈란제로가 줄무늬 옷을 입은 어린 제자 앞에서 조각에 대한 무언가를 

 열심히 가르치고 있어요. 아마도 부분과 부분 사이의비율, 운동감, 질긴 근육과 부드러운 살갗을 표현할 때의 차이점 등을 말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거장이라고 해도 전수해 주기 어려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미술가란 '자기만의 좋은 취향'으로 작품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득심 작 <성하직리>


  가난한 자의 행복 


  ' 자족이 행복이다' 가난하건 부유하건 행볻은 귀천을 따지지 않습니다.

  이 가족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걸까요, 

  " 성하직리 " 여름 날의 짚신 삼기란 제목입니다.

시골 집 바자울에 박꽃이 피고 박이 여뭅니다. 삿자리를 깔고 강골 아들이 짚신을 삼고 

노인은 아들이 하는 일을 미덥게 지켜 보는데 등에 매달린 손자의 재롱에 응석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삼대 부자의 흐믓한 정경입니다.

불고 쓴듯한 가난 속에서도 육친에 대한 신뢰가 깃든 그림이지요 


  


 에드워드 빈존스 작 <마리아 잠바코 >


 확실한 열정, 그러나 두려운 마음 


 헤어질 비장한 결심을 한 채 연인의 모습을 흡입하듯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마리아 잠바코의 모습입니다.잠바코는 영국인들이 가장 신비롭게 생각하는 그리스 혈통을 가진 매력적인 여인이에요. 

옆에는 사랑의 신 큐피드가 떠나려 등을 돌리고 있고 그림 오른편에는 슬픔을 뜻하는 파란 수선화가 그려져 있군요.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꽃, 흰색 꽃 박하는 보통 '크레타 섬의 박하'라 불리며 지중해의 열정을 상징한답니다.

열정이라는 꽃말은 그녀에 대한 작가 에드워드 빈존스 자신의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지요 

빈존스는 성실한 가장으로서 열정을 따라가며 아내를 버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 결 )


 많은 사연과 그림이 있지만 특히 인상깊은 몇 편을 골라 보았다.

 작가 두 분의 전문가적 광범위한 식견과 풍부한 감성, 그리고 생동하듯 참신하고 발랄한 

 문장까지 두루 만족스럽다. 

 잠 안 오는 밤 빗소리 들으며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또 새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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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해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구입하여 읽는 이유는 

     

     한국 소설의 시대적 흐름에 늘상 관심은 많으나

     해외에 사는 내가 새로 발표되는 소설들을 일일이 접하기 어렵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한 해에 발표된 수많은 작품 들 중에서

   권위있고 비중있는 평론가와 작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엄선하여 그 진수만을 뽑아낸 

   일 년 한국 단편소설의 결졍판작인 면모 때문이다.

   즐거운 기대를 갖고 한 편,한 편 읽는 것이 즐거웠고 내 느낀 점을

   심사평과 비교하며 음미하는 것도 설레는 기쁨이었다.

   이에는 엄밀하게 심사위원들에 대한 신뢰와 주체 측 문학사상사에 

   에 대한 평소 호감이나 믿음도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2014 년도 대상 수상작 ( 편혜영 : 몬순 )

  대실망이다. 

  2013 년 출판된 미국의 신예작가 < 줌파 라히리 >의 " 축복받은 집 " 중 단편소설 

 < 일시적인 문제 >의 내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첫 째,일시 정전 중 일어나는 

 둘 째, 한 삭막한 젊은 부부의 애증과 불신

 셋 째, 핵심 문제는 둘 사이의 어린 아기의 쥭음

 이 세 가지가 같은 소재인 것이다.

 하나 틀린건 불신과 미망이 풀리지 않은 모호한 < 몬순 >의 결말과

 상호 대화를 통한 이해와 공감, 용서와 화해로 물꼬를 트는 < 일시적인 문제 >.

 굳이 비교하자면 줌파 라히리의 솜씨가 산뜻하고 따뜻하다.

 

 심사위원들의 다양한 소감도 읽고 싶지 않았고 그녀의 다른 작품도 건너 버렸다.

 혹시 다른 독자들의 리뷰나 평을 찾아 보았으나 나 같은 딴지는 전혀 보이지 않아

 의아하고 그리고 미심쩍었다.

 문학사상사나 선정 심사위원들은 정말 이런 점보를 모르는 것일까.



 그런 나에게 큰 위안을 주는 작품이 있었다.

 < 조혜진  " 빛의 호위 " >

 제목을 보며 상큼하고 환한 느낌이 페퍼민트 향처럼 가슴을 열어 준다.

 내용을 읽어 보니 언젠가 읽었던 작품이다. 그 때도 멍때리는 여운이 길게 남아 설레었는데

 다시 또 읽어도 역시나 호감 간다. 너무 좋다. 역시 내 취향이야.

 이렇게 깊고 은근하고 치열하면서 또 따뜻한 이야기. 

 " 이 세상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 뭔 줄 알아? 그건 사람 살리는 일이예요"

 이런 뻔한 ?말이 나를 감동시킨다.

 구성은 과거와 현재가 혼유한다.

 잡지사 기자인 서술주체가 취재차 만난 젊은 사진작가 권은 ,

 그녀는 주로 분쟁지역에서 보도 사진을 찍는 열정과 도전의식이 충만한 작가.

 대체 무엇에 자극 받아 그 험한 지역을 넘나드는 걸까.

 < " 어떤 사진을 찍을 계획인데요 ?

   " 사람을 찍어야죠 " 그 녀가 대답했다. 전쟁의 비극은 철로 된 무기나 무너진 건물이 아니라 죽은 연인을 떠올리며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는 젊은 여성의 젖은 눈동자 같은 데서 발견되어야 한다. 전쟁이 없었다면 당신이나 나 만큼만 울었을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 그 자체니까.

  마치 준비라도 한듯 유려한 문어체로 덧붙여 설명하는 그 녀를 나는 어리둥절하게 건너다 봤다.>

그리고 역시 분쟁지역 사진작가인 < 헬게 한센 >이 단 한 편 만을 만든 다큐영화 이야기가 나온다.

 다큐 속에 등장하는 노먼 마이어와 그의 어머니 알마 마이어의 생애.사진작가 권은이 깊게 

 감명받은 액자 속 이야기가 큰 비중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서술주체인 나는 권은을 통해서 아스라이 잊었던 장면 장면이 컷으로 지나간다. 생각 날듯 말듯.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 언듯 언듯 생각한다.

 어린 초등생 시절 ,  담임 선생의 심부름으로 장기결석 학생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깜깜한 어둠 속에 추위와 허기로 웅크린 어린 소녀. 그냥 두면 죽을 것만 같은 그녀에 대한 연민과 걱정으로 뭔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당시 고가인 필름 카메라를 그녀에게 갖다 준다. 뭐 정 어려우면 팔아서 굶어 죽지는 말라는 의도로. 그러나 그녀, 권은은 카메라에서 터지는 후레쉬의 빛에 매혹되어 삶에 머물고 사진찍기에 매료되어 사진 작가가 된 것이다.

 < --- 그러니까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반장, 네가 준 카메라가 날 이미 살린 적이 있다는 걸 너는 기억할 필요가 있어 >

 권은은 자신의 불로그 속에다 그에게 편지를 써 놓고 또 다른 분쟁지역으로 떠났던 것이다.

 액자 속 노먼 마이어 모자의 서술도 너무 강한 울림이었고 

 권은과 < 나 >의 담백한 진심도 실은 겉은 메말랐지만 깊숙이 흐르는 사막의 물줄기처럼 고귀한 

 인간적 사랑임이 나를 한없이 흐믓한 감동에 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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