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석이 1983 년도에 중국으로 들어  1994  현재 까지의 선교 활동은 나름 상당한 성과로 선전하고 있다 당시 중국은 인민 사회주의 특성상공인되지 않은 종교를 드러 내놓고 전도하거나간판을 내걸고 교회 모임을 가질  없다그러나 사람들의  조용하고 열정적인  신앙에의 소망은 누구도 막을  없게 솔솔 번져나가고 있다.

 

요석이 개척한 신도들의 예배소를 정리하면 대강 이렇다.

요녕성 깊숙이 몽골 자치구역  인접한 나환자 집단촌은 요석이  곳의 목자요또한 현실적인 촌장으로 나환자들의  의지가 되어있었고,

이를  기점으로  티벳 지역 릅살람파 스님 산하 그의 제자들에게 성경을 전파하여 널리 기독교를 알렸으며,   우연히 만난 산시정 윈저우시에 사는 왕동싱 촌장을 통해 꽤나 성공적인 선교로 많은 신도를 모았고 더하여  인근 청년들을 위한 학교도 세웠다.

 뿐인가 , 하나님이 예비하신  장거리 여행 기차에서 우연히  알게  방물장수 중년여인에게 성경 얘기를 들려  것이 계기가  되어  여인이 사는 하남성 일대가 또한 많은  신자들의 예배소로 발전하게 되었다.

또한 산서성에서 있었던 일이다나환자들의 구급 약을 구하러 병원에 들렀다가    티벳 사찰에서 만났던 청년을 다시 보게 되었다그는 깊은   ,티벳 절에서 내려와 중단했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으젓한 의사가  것이다더욱 눌랍고 감동스런 것은 그가 요석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였고 가는 곳마다 예수 복음을 퍼뜨려    병원에서도  신앙의   뜻이 맞는 의사간호사들과  잡고    성경 공부를 하고  예배를 드린다는 사실이다.

요석은 너무 감격하고 반가워 그의 손을 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분주히 연이 닿는 곳마다 달려가 성경을 가르치고 믿음을 전파하는 사이 세월은 흐르며 요석도 오십이 넘어 육십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 머릿털이 희끗하게 되어 간다.

 세월이 헛되지 않아 요석은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다.  언제나 그를 기다리고 반기는 신자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그의  기쁨이요보람이다.

 

그런데 얼마   멀리 미국 동부에 있는 뉴저지 한인 교회에서 부흥회에 강사로 초청한다는 청탁이 들어 왔다

사실 7   요석은 설교 초빙으로 세상 나들이를  적이 있다.

 

아직  나를 기억하고 찾아주는가요석은 의아하며 먼저 기도로 하나님과 소통한다.

‘ 가거라그들에게 너를 보여라 ‘ 마음  하나님의 응답이다.

저는 신학을 강의하거나 설교를 하여서 교회를 크게 부흥시킨다는 것은 많이 부족하고  뜻이 아닙니다다만 제가 중국에 나가 선교하며 체험했던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이적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그런 뜻에서 저의 초청 주제를 “ 간증 집회 “ 허락해 주신다면 응하겠습니다.  >

하는 요석의 제청이 용납되었다.

과연 젖과 꿀이 넘치는 가나안 땅처럼 풍요가 넘치는미국 뉴저지주는 너르고 반듯하고 청결하다메인 스트리트에는 충분한 공간 개념을 활용한 높은 조형 건물들이 적당한 거리로 세워져 투명한 유리 창으로   부시게 햇빛을 튕긴다또는 간소하게 지은  나즈막한 오피스 건물들이  조경된 녹지대 속에서  고즈녁하다.

요석은 설교가 시작되기    성가대의 찬양 소리에도 깊은 감동과 희열을 느낀다.

“ 여러  반갑습니다저는 지금  곳에서   만에 처음으로 천상의 소리찬양을 듣습니다너무도 아름다운 찬양에 감사드립니다.

내가 사는 나환자 마을에는 찬송이 없습니다찬송을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가 없는 것입니다여러 분은 입술이 있어 말도 하고 노래도   있지만 그들은 입술이 썩어져 나가 말도  하고 노래도   없는 것입니다여러 분들은 건강한 육체 이런 풍요한 아름다운 곳에서 자유롭게 사시니얼마나 축복 받은 행복한 인생인지 아셔야 합니다. “

요석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온화했다.  낮고 천천히 또박또박하는  속에 정연하고 강인한 신념과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 가득히 모인 신도들을 두루 둘러보는 눈빛은 맑고 예리하다계속해서 요석은 말한다.

“ 제가 사는 마을에서는 먹을게  부족합니다제가  천국에 들어가면 먹을 것이 풍성하여 하루 삼시세끼  부르게 싫컷  먹을  있다고 말합니다그러면  그들은 ‘ 선생님 저를 어서 천국에 데려가 달라고 기도해 주십시요 ‘ 하고 간청해요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머리에 손을 얹고 축도로  ‘ 어서 천국으로 불러 주십사 하고 ‘ 기도합니다 , 근데 여기 계신   중에는 ‘ 어서 가겠다는 사람 보다 오래 살게  달라는 축복 기도만을 원하실  같군요  .

그게 무리가 아닌 것이,  그들도 여기 와서 주변을 보고 부페식당에 즐비하게 차려 있는 푸짐한 음식들을 보면’ 여기가 천국이 아닌가 하늘나라 까지  필요가 있는가 ‘ 생각할  같애요.

 

 

 전 그 때에도 요석의 간증집회는 대성황이었다같은 시대 , 같은 지구 안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 다르게   있나하는 놀라움과 하나님의 은총은 아무리 열악한 환경 ,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화평하고 행복하게   있구나,하는 감동하나님의 커다란 섭리는  우리 곁에 준비되 있어서 그의  안에서는 능히  되는 일이 없다는 신념 등의 체험이 신도들에게 많은 감동과 은혜를 주는 것이다.

요석의 간증 집회 내용은 녹음 테이프에 담겨 널리 퍼졌고 듣는 사람마다 벅찬 감동으로 ‘ 할렐루야 외치게 한다.

소문이 퍼지자 미서부 LA 있는 오천   교회에서 초청이 들어 오고카나다에도 다녀 오게 되었다.

그런데 문명혜택을 흠뻑 받아 수준 높은 생활에 젖은 사람들은 생각이나 느낌이 단순하지 않다 .  먼저 의심을 전제하고,- 과학적 검증을 우선시한다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는  이론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분석한다요석의 간증 속에는 도저히 용납할  없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게 정말일까 ? 어떻게 번번히 우연이 맞아 떨어지지기적이 정말 존재할  있는건가?

배를 꿰매서 염증이  곳에 문둥이들의 피와 고름이 기브스처럼 말라 딱딱한 속에서 상처가 아물다니,  그걸 어떻게 믿나?  이런 숙덕거림과 비판이  점점 목소리가 커지더니거기에 질시 가득한 목사와 장노들까지 노골적으로 합세하며 드디어 사회 여론으로 까지 확산되었다.

거짓말 투성이의  사기꾼,하나님을 팔아 영웅이 되려는 정신이  어떻게  사람.

소문 속의 불신과  비난은 이제 더욱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처음 요석의 설교를 들으며 순수하게 감명 받았던 이들도  소문에 스스로를  의심하며 벅차던 감명은 희미하게 희석되 버린다.

요석이  속성을 모를  없다.

예수님도  고향 마을에 가서는 불신과  냉대를 받았다같은 모국어를 하는 사람들이  고향 사람들이거늘.

하며 쓸쓸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간증 집회의 마지막 날이다.

집회의 마지막날임을 알리고  요석은 웃으며 덧붙여 말한다.

“ 이제 저는 하나님이 지정하신   자리로 돌아 갑니다얼마 동안은 아마 다시  나오지   것입니다영영 다시 여러분을  뵐지도 몰라요내가 있는 곳은 정말  일이 많은 바쁜 곳입니다.저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해요.”

그리고 잠간의 침묵 속에 좌중을 둘러 보며 말을 잇는다.

“ 그래서 부탁을 드립니다.여러분 중에 혹시 나와 함께 그곳에 가서 함께 체험하고 봉사하실 분은 없습니까 ?

그러나 미리 말씀드릴 것은   들어가면 평생을  곳에서 함께 고락을 겪으며 살겠다는 의지와 결심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런 바램이 있는 분은 손을 들어 주십시요.”

순간 장내는 조용하다서로를 둘러 보는 고갯짓만 바쁘다.

그런데    가운데서 누군가 손을 번쩍 들고 몸을 일으킨다.

“ 제가 함께 따라가겠습니더  “

멀리에서 자세히 알아   없는  여인둥글넙적하고 펑퍼짐한 몸매.

“  , 반갑습니다 결심이 서신다면 함께 사역을  떠나십시다  “

요석은 반기며 말했지만 진지하게 기대를  것은 아니다대중을 향한 하나의 장면 전환 ,또는 자신의 진실을 밝히려는 간접 제스츄어 정도로 생각하며 유머스럽게  말을 맺은 것이다.

잠시 소란했던 장내도 다시 조용하고 침착한 분위기로 바뀌고 . 그렇게 집회의 대단원이 끝났다.

 

세상 외출은 여기 까지.  요석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오직 그곳에서 자신의 사명을 위해 최선을   것을 다짐한다 개방된 세상에서 진실이냐사기냐술수냐하며 시비 붙기에는 그건 하나님 앞에 너무 부끄럽고 사소한 문제다 .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이고 능력일 거기에 무슨 말을 보태랴요석은 다시 은둔의 세계로 돌아가려 한다.

 

이튿날 ,아침 일찍 숙소로  밖에  여인이 찾아 왔다.

머리는 헝크러지고 눈빛은 어둡고 불안하다굵은 허리 위로 츄리닝 같은 허름한 바지를 걸쳣다.

“ 저를 알아 보시겠습니꺼?”  여인이 의심과 번민 때문에 가볍게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 어제 저녁 예배  광고 시간에 손을 들었던  ? “

“ 그렇기도 하지요하지만  전에 고향에서 --- “

여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요석의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 연신이정말  당신이   앞에 있는 거요 ?” 믿어지지 않아 다시 묻는다.

‘ 오빠요석 오빠 이름만 듣고도 금방 알았십니더. “

요석은  팔을 활짝 펴서  녀를 안았다.

요석 품에 안긴  연신의 몸피는 지난 세월 열여덟 가늘고 탄탄한 몸매와 느낌이 다르다넓고 부드럽고 따뜻한 에바의   .

 세월 외로움과 시련을  오직 신앙으로 극복하며 살아왔던 요석은  연신의 품에서 문득 잊어버리고 살던  인간적인 향기를 맡는다.  아늑하고 편안해 진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요석은 새삼 연신을 찬찬히 훑어 본다. 물질 문명이 풍족해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좋은 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황폐한 얼굴 , 허술한 옷차림허기진 모습.

도대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거요 ‘ 심각하게 생각한다.

우선 안으로 들어 갑시다들어가서 아침밥 부터 먹읍시다.”

오래  학교 운동장 뒤편에서 허물없이 반찬을 나누어 밥을 먹던 그의 앞에서 연신은  때처럼 맛있게 밥을 먹는다.

오랜만에 먹는 따뜻한 밥과 국이다.

“ 연신이정말 나를 따라  중국 오지에 들어가 함께 일할 결심이 있는거요 ? “

요석이 감상에서 벗어나 정색하고 진지하게 묻는다.

“ 돌아  것이 없어예 돌아보면 웬통 죽음 뿐이라예 “ 기어드는 조그만 목소리.

요석은 혼란된 마음으로 연신을 깊숙하게 바라본다.

 얼굴은 굵은 매를 맞으며 말도 제대로 못하고 참고 참으며 살아  얼굴이다.

“   제게도 가족이 있었어요맹세하건데  그들을 위해 정성껒 힘을  했어요.  근데 무슨 이유인지 하나  모두 나를 떠나는 거얘요.심지어 세상에서 헤어질 이유가 전혀 없을 땐 죽음이란 놈이 우리를  갈라 놓는군요."

하며 예나를 떠나보낸 이야기를 한다.

 "뭔가  거기엔 하나하나 이유가 있을텐데  그것을  수가 없어요 그게 너무 슬프고 슬퍼  절망하고 있어요.

지금  곁에는 아무도 없어요그래서 나도 인간관계가  비어버린  자신을 떠나려 했어요. “

.

 

연신아나를  곳으로  내보내 너를 만나게 해주신게 주님의 뜻이로구나.

그래서 망서리던 내게 주께서 나가라고 명령하셨어.’

요석은 연신의 헝크러진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마음 속으로 탄식한다.

“ 오빠 사람에게 정을 주고  인간에게 기대한다는게 너무 두렵고 못미더워요마음을 주고 기댄 만큼  그들이 떠나고  담에  절망을 견디는게 죽음 보다도  힘들어요.”

연신은 얼굴을 떨군다무릎 위로 후드득 눈물이 떨어진다.

“ 나도 세상이나 사람의 일은  모른다오.. 다만 나는 천지만믈을 주관하시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분의 뜻을 따라 살아 왔는데 분의 역사하심에 실망한 적은  번도 없었소,

오히려  은총 안에서 기쁨과 만족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 왔다오.”

“ 과연 나도 그렇게 하나님 나라에 새로운  소망을 가져도 될까요 ? “

 또한 하나님의 역사가 당신을 내게 오도록 인도해 주신거요하나님의 섭리는 세밀하시고 변치 않으시니 이제는 당신에게  이상의 실망이나 슬픔은 없을꺼요.

이제 우리는 인간적인 고뇌는 주님께 맡기고 하나님을 전파하는 사역에 우리 능력과 힘을 쏟으라고 주신 기회요우리에겐 아직도   일이 태산이란 말입니다.”

요석은 연신의 손을 잡고 감사와 기쁨에 겨운 기도를 드린다.

 

요석과 함께 중국으로 떠나는 연신은 이제 평안한 얼굴이다.

여태 많이 맞고 잃은 것도 많은대로 살아왔지만  맺히거나 한스러움이 아닌 신앙이 스며든 고요 모습이다.

태초의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에바를 바라보는 아담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요석 또한 벅찬 감동으로 연신의 손을  잡는다.

둘이는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둘이는 그렇게 엎드린  산이 되어 세상의 온갖 물체들을 끌어 안았다.

지상에 구현되는 에덴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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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안은 적막하고 어둡다.

누군가 현관으로 들어서는 기척이 난다. 묵직하게 감각으로 파동쳐 오는 어떤 움직임파르르 약한 바람결로 피부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 아닌게 아니라 어둠 속에 흰 덩치가 희미한 윤곽을 보이며 다가오고 있다. 연신은 눈을 크게 뜨고 그 의심스런 존재를 노려 본다. 그의 모습이 차츰 선명해지며 이만석씨로 인식된다.

, 당신 , 예나아부지 , 으찌 예까지 찾아 왔십니까? “

연신은 반가움에 겨워 그에게 손을 내민다.

다가온 만석씨는 연신을 지그시 내려다 본다

  말 없이 한참을 내려다 본다.

 근심과 연민 가득한 다정한 시선이다. .

가엾은 연신아, 내 니 행복하게 살기를 그토록 바랐구만, 왜 이런 몰골로 슬프게 있노.”

만석씨는 치밀어 오르는 격정에 못 이긴듯 몸을 구부려 연신의 어깨를 잡는다 .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며 입술이 뺨에 닿는다.

그 입김이 싸늘하다. 차가운 소름이 서늘하게 온 몸을 휘감는다.

연신은  화들짝 놀라 그 얼굴을 힘껏 밀어낸다. 손에는 아무 걸리는게 없이 허공에서 힘없이 나부낄 뿐이다. 두렵다 공포로 인해  온 몸이 굳으며 숨까지 조여온다. 깊은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확 숨을 토해내며 위로 솟구치듯 안깐힘을 써 정신을 차린다.

연신은 온 힘을 모아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아웃자켓을 걸치고 밖으로 뛰어 나온다.

쨍한 새벽의 한기가 온 몸에 오싹하다. 동 트기 전 어둠이 옅어지고 터키 불루 하늘에 졸린 듯 깜박이는  별 몇 개.

연신은 무의식으로 뛰고 달린다. 옅은 안개가 땅을 애무하듯 가라앉아 흐느적거리는 적막한 길을 달려 뛰고 있다. 등 뒤가 아슬아슬하다.

저 앞에 마치 떠도는 영혼을 인도하려는 따스한 길잡이 같은 환한 등불이 무척 반갑다.

무의식으로  달려 온 곳이 연신이 다니는 교회다.

예배당 안은 희미한 조명 아래 몇몇 신자들이 묵묵히 엎드려 기도하고 있다.

가끔 탄식하듯 흐느끼는 간구의 목소리도 들린다.

연신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고르며 머리를 숙인다. 그러나 기도는 없다

내게 더 이상 바랄게 무언가. 나를 주의 뜻대로 거두어 주세요

얼만가 시간이 흐르고 실내의 불이 환해지며 간소한 새벽예배가 시작된다.

찬송가를 부르고 간단한 목사님의 설교 말씀으로  이어진다.

 시편 118 5~6절을 보십시요 .

찾으셨다면  다 함께 소리내어 읽어봅시다.

< 내가 고통 중에 여호아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아께서 응답하시고 나를 광활한 곳에 세우셨도다.여호아는 내 편이시라 내게 두려움이 없나니 >

우리의 삶 가운데 어려움이 밀려올 때, 자비와 인자하심이 풍성한 하나님께서 우리를 틀림없이 보살피시고 우리가 필요로하는 보호를 해 주신다는 약속의 말씀입니다.그러니 언제나 우리 편이신 하나님 앞에 인생의 슬픔과 고통을 모두 맡기고 영혼을 잠잠케 하십시요 . 모든 것 다 변해도 신실하신 하나님은 변치 않으십니다

 연신은 얼굴을 두 팔 안에 묻은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로 잠이 들은 것일까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의 광고 시간.

이 번 주 토요일부터 5일 간 김요석 목사님을 초빙하여 집회를 열게 됐습니다. 김요석 목사님은 저 중국 오지에 있는  나병환자 촌에서 환우들을 돌보며 그들에게 하나님을 전파하는 아주 귀한 사역을 하고 계십니다. 좀체 세상에 나오지 않으시는 분인데 우리가 누차 청을 올려 이번에 특별히 모시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아무쪼록 많이 참석하시고 귀한 은혜 받으시기 바랍니다. “

잠든 것처럼 미동도 않던 연신의 얼굴이 번쩍 들린다.

김요석 ? 내가 제대로 들은걸까 ? 그 이름 요석오빠 아닌가 ?”

어둡고 텅 빈 방에 불이 켜진듯 연신의 눈이 깜박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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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나는 유치원 다닐 때 부터 벌써 바깥 세상에 눈 떴다.

유치원 졸업을 할 쯤에는 이미 자신은 이 세상 이치를  훤히 안다고 자부했다.

집 안 가족들로 구성된 면면을 보며 그들의 속을 꿰둟어 보았고  집 안을 드나드는 친척이나 이웃, 또는 아빠를 만나러 오는 손님들도 나름대로의 인간성이나 용무 목적 등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항상 낮은 목소리와 소극적인 행동 반경 안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사는 엄마를 답답해 했으며 그래도 든든한 아빠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태산같이 믿음직하던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급기야 엄마는 밤도망처럼 고향을 떠난다는게 너무 어이없고 슬펐다.

이 기막힌 상황에서  아직 어린 자신이 무얼 할 수 있을까생각해 본다.

결과 ,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커서 어른이 되고 실력을 키워 놓는다면 이 불행한 현실을 해결할 수 있겠지.

차츰 자라나며 예나는 엄마의 연애를 바라보게 되었다. 예나가 볼 때 변선생님은 너무 쩨쩨하고 비겁해만 보이는 남자였다.엄마는 왜 그에게 사정없이 넘어가는 건가.그 원인을 생각해 볼 때, 엄마의 약점은 학력 콤프레스다.

공부를 가르쳐 준다는 바람에 그에게 빠져들었지 않은가.

 가엾은 엄마를 위해서  예나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별없고 나약한 엄마를 앞으로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껏 상심한 엄마가 동해 바닷가에서 그 찬바람을 맞으며 돌덩이처럼 굳어 먼 버다만을 응시하고 있을 때, 예나는 죽도록 추웠지만 불쌍한 엄마를 자신이 보호해 주어야만 한다는 또 하나의 새로운 결심으로 주먹을 꼭 쥐고 추위를 참은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뒤 예나의 역할은 정말 더 중요해졌다.

예나가 학교에 다니며 빠른 속도로 영어 소통의  실력을 키우는 동안 엄마는 식당에서 몇 가지 간단한 아침식사 메뉴를 배우며  미국 생활의 터전을 닦아갔다.

그리고 몇 년 후 ,조그만 불렉퍼스트 식당을 차렸다.

학교 복도처럼 긴 공간에  한 편으로 길게 식탁과 의자를 배치한 아주 조그만 규모였다. 그러나 손님들은 주로 앉아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기 보다는 봉지에 넣어주는 음식 보따리를 손에 쥐고 총총 바쁘게 뛰쳐나가는 편이어서  좁은 장소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엄마가 영어가 너무 딸린다. 재료를 주문하거나 결재하는 일 ,글을 모르니 페이퍼 워크도 쉽지 않고 모두가 못 믿업다. 예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로 가게에 들러 매상을 첵크하고 재료 구입을 위해 마켓에 전화를 하며 또한 대금을 결재한다.

어쩜 예나야, 너 없으면 이 무식한 엄마, 어쩔 뻔 했니 ? “

엄마는 찬탄과 경이의 눈으로 쑥쑥 자라 처녀 모습이 다된 딸을 바라 본다.

엄마는 손이 커서 재료를 너무 많이 넣는거 알아 ? 좀 적당히 넣으세요

아이구 우리 매니저님, 알아 모시겠구먼유, 하지만 햄이니 치즈가 두둑히 들어가니 우리 가게로 손님이 몰리는 거 아니것나 ? “

 

소규모의 장사지만 곧잘 되는 가게에서 벌은 돈으로 꿈 같은 집도 사게 되었다.

예나야, 이제 나도 좀 이력이 붙어 나 혼자서도 이 가게 꾸려 갈 수 있거던. 일이야 종업원 한 사람 두고 하면 되고. 그러니 넌 이제 여기 손 끊고 학교 공부나 열심히 하그라.

예나는 집에서 가깝고 학비도 저렴한 커무니티 칼레지를 다니고 있다. 근데 여기는 이년제이고 학업을 계속하려면 사년제 대학으로 전학을 해야하는 단계이다. 그래서 엄마의 성화가 시작된 것이다.

엄마야, 난 유명 대학 졸업장이나 변호사, 의사 직업 부럽지 않아요. 난 마켓팅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다음, 직접 유통업으로 뛰어들거얘요. 그 중에도 식자재 판매 쪽으로요 . 돈을 벌려면 장사가 최고란 걸 알았거던요. “

예나는 이미 자신의 장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 놓았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예나가 조금 더 먼 거리에 있는주립대로 편입학했을 때 엄마는 특별히 새 차를 뽑아 주었다. 예나의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최고의 , 아가씨 차답게 산뜻한 빨간 색.

엄마 나 이렇게 좋은 차 필요 없어요. 실용적이고 저렴한 일제 경차가 내게 어울려요

예나야 엄마는 네가 너무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 왔겠니 ? 이 차는 엄마의 마음이야. 조심해서 잘 타고 다녀

엄마는 예나에게 여러가지 여유를 주었다. 시간도 재촉하지 않았고 용돈이 필요하면 쓰라고 카드도 만들어 주고 , 그리고 친구들과도 친하게 어울리며 남자친구도 사귀라고 부추겻다.

예나는 맘이 맞는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들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영화나 음악, 인기있는 신간 책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혼자 먹어서 미안한  맛난 케익이나 또는 향기좋은 특제 커피를 사 가지고 왔다. 그리고 엄마에게 권하며 또 하루 중 일어난 재미난 얘기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재잘대며 보고했다.

얘나의 수다에 같은 동갑내기 소녀가 되어 깔깔 웃는 엄마의 행복한 모습이  좋다.

예나의 빛나는 젊음의 나날이다.

이 년이 지난 후 예나는 대학을 졸업했다. 예나의 좋은 성적과 열성에 관심을 갖았던 답당교수는 예나에게 대학에 남아 석사 코스를 계속하라고 권했지만    예나는 애초의 계획대로 시내에 위치한 대형 식자재 유통회사에 취업했다.

23 , 예나에게 독립적이고 주관적이며 모든 가능성이 열린  신나는 세계가 열린 것이다. 이제 제법 새 직장에 익숙해지고 동료들과 친숙한 대화를 나누도록

몇 달이 지난 10 월 세째 목요일, 예나는 여느 때처럼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청바지에 코튼 흰불라우스 경쾌한 차림으로 출근하기 전 ,살짝 엄마의 방으로 스며든다. 엄마는 새벽 장사라벌써 일을 나가고 엄마의 익숙한 향기만 은은히 떠돈다.

< 오늘도 하늘 만큼, 땅 만큼 행복하세요.

 엄마, 사랑해요 !! >

포스트잇에 굵은 펜으로 날렵하게 써서 화장대 거울에 부치고 다시 한 번 방을 휘 둘러보며

그 방을 나선다.

 예나는 차에 올라 타고 안전밸트를 매며  집을 올려다 본다.

엄마와 내가 고르고 골라서 사고  정리하고 장식한 예쁜 집,

예나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차를 움직여 집을 떠난다.

다운타운에 있는 예나의 직장까지 연결해 주는 도로는 N 613 이다 왕복 8 차선의 넓은 도로는 논스톱 하이웨이로 모든 차들은 이 길로만 들어서면 미친듯이 속력을 낸다.

예나는 여느 때와 같이 FM 91사이클에 맞춘 클레식을 들으며 비교적 안전한  이차선으로 들어서 침착하게 악셀을 밟으며 운전대를 똑바로 잡고 운전해 갔다.

완전 모범운전의 전형적인 자세다.

그런데 이게 뭔가 알아차릴 새도 없이 거대한고 검은 물체가 포탄처럼 달려와 예나의 운전석을 강타한 것이다.

 

예나의 과실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졸음 운전을 하던 트럭 운전자가 폭주를 하였다.그 트럭에 앞서 가던 차가 옆길로 빠지자 갑자기 60 M 전방에 예나의 차를 봤지만 그 자체 속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옆선으로 피하려는게 이미 예나 차의 운전석을  들이박게 되었다고 사건을 조사한 경찰이 말해 주었다.

그리고 예나의 죽음을 확인한 의사는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이므로 사망자는 미쳐 위험을 자각하지 못하고 그래서 죽음의 고통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예나의 죽음을 확인하고 장례식을 치르고 그리고 빈 집으로 돌아 온 연신은 도무지 현실을 분간할 능력을 잃었다. 날짜와 시간은 저대로 영원이고, 저녁 어두워질 무렵이면  밖을 내다 보며 예나의 깜찍한 빨간색 BMW 가 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린다. 긴 밤 텅빈 예나의 방에서 딸의 부재를 경험한 후에는 쓸개를 짜낸듯 쓴물로 가득한 위장 속을 세찬 구토로 비우며 세상과 삶을 저주한다.

빛나는 태양도 역겹고 푸른 하늘 ,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꽃들도 밉실맞다.

보이는 것 모두, 아름다운 것일수록, 먹어야하는 음식도 맛있는 것들일수록 더욱 원망스럽고 증오스럽다.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이 세상에서 소중하고 사랑스런 존재 예나가 없어졌는데도 어쩌면 세상은 모두 아무런 일 없었다는듯 감히 감히! 태평하단 말인가.

연신은 장사는 애저녁에 집어치고, 집안에 칩거하여  집 현관문을 잠그고 커튼을 내려 한없는 적막에 짓눌려 죽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음식을 끊은지도 며칠이나 지났는지 모른다.기력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정신 상태도 몽롱하여 자신이 자는지 깨있는지 분간이 안 된다.

몇 날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밤인지 낮인지 관심도 없다

귀신아, 날 잡으러 와라. 내가 너를 이렇게 간절하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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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도  동생 정연으로부터 항공우편이 왔다. 이민허가가 떨어졌으니  수속을 밟고 어서 오라는 내용이다. 수속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항공료도 예납해 두었으니 비자 발급이 완료되면 곧 오라는 것이다.

너무 반갑고 고마운 정연의 편지, 이건 지옥불 구덩이에서 파뿌리 한 줄기에 의해서 벗어나는 기분이다. 말도 통하지 않고 먹고 살 길도 막막한 이국에 가서 어찌 사냐하는 건 걱정도 아니다.

연신은 예나에게도 비밀로 하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집 문제는 어떻게 하지 ? 한편 생각하면 애엄마에게 마안하다. 비록 유부남인 줄 모르고 변기섭과 사랑에 빠졌다  해도 애멈마아겐 변명거리도 안 된디.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 비록 본의는 아니었지만 아빠의 사랑이 걔들에게 함뿍 쏟아져야 하는데 그의 사랑을 내가 도둑질했다. 그 가족에게 사죄도 할겸  아빠와 함께 오롯이 살 수 있도록 집은 그대로 놔 두자.

 

연신아, 어떻게 그렇게나 냉정할 수 있는 거니 ?”

이민 수속을 하기 위해 퇴거신고를 한 것이 그 동직원 동료에 의해 알려진 모양이다.

그는 연신이 일하는 식당까지 찾아 왔다. 연신의 사정을 잘 아는 주인 아주머니가 밉살스런 눈총을 마구 쏘아대는데도 그는 끈질기게 연신만 쳐다본다.

연신은 그를 데리고 옆 다방으로 갔다.

변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어요, 저를 가르쳐 주시고 또, --- 사랑해 주신 것도. 그러나 우리 여기까지가 끝이얘요. 알면서 짓는 죄는 저도 용납되지 않아요. 저를 선선하게 보내 주세요.

 

연신은 어둠이 짙은 밤, 간소한 짐을 꾸려 예나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변선생 가족을 만나서 이별의 인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탐욕과 이기심, 악의로 가득 찬 이들에게 무슨 대화가 필요한가.

예나야, 우린 미국으로 가서 새롭게 시작하는거야. 엄마는 더 똑똑하고 씩씩해 질거야. 예나가 곁에 함께 있으니 난 용감한 엄마가 될꺼야.”

예나는 대답이 없다. 낮에 학교에서 반 친구들에게 이별의 인사를 한 것이 아직도 서운하고 슬픈  것일까,

예나야, 우리 미국 가서 살면 뜰이 넓은 집에서 꽃도 가꾸고 예쁘게 꾸미고 살자. 예나는 학교에 들어가 신기한 미국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또 공부 열심히 해서 어마어마하게 큰 대학도 다니고 멋진 사람으로 자랄거야. “

김포 공항 로비에서 밤을 지새운 연신 모녀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마국행 비행기에 용감하게 몸을 실었다. 이 오욕으로 멍든 땅을 떠나 새로운 출발이다

알라스카 앵커러지 공항을 거쳐 뉴욕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것은 13 시간울 거친 한낮이었다. 짐을 찾아 출구로 나오니 정연 부부가 마중 나와 있었다.

예나는 신기한듯 사방을 휘돌러 보다가 외삼촌과 인사도 변변히 하기 전인데

외삼촌 우리가 비행기 안에서 하루밤 잤는데 왜 여긴 아직 우리 한국서 출발한 날짜 그대루여요 ? “ 벽 정면에 대형 시계를 보며 묻는다 .

하 하 예나는 그것이 궁금하구나. 동서양의 위도에 따른 시차가 있어서 그렇단다. 한국이 약 14 시간 앞서 가지. 그런데 외숙모에게 인사해야지, 내 아내란다.”

연신도 처음 대하는 손아래 올케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뉴저지 남부 프린스턴 지역에 사는 정연의 집은 지은지 얼마 안 된듯 산뜻하고 쾌적하다.

잘 손질된 넓은 잔디와 잘 꾸며진 꽃밭은 파스텔톤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화려하다.

정연의 처는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정연은 로우스쿨에서 국제 변호사 자격을 따기 위해 아직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36 개월 쯤 되는 어린 사내아이가 있어 예나는 금방 그 아이와 어울려 데리고 논다. 예나는  어린 동생이 있다는게 엄청나게 기쁜 모양이다.

동생 부부는 무척 바빳다. 아침 일찍 각자 차를 타고 나가면 올케가 6 시 쯤 들어오고 정연은 좀 더 늦게 들어 온다. 로열자격 시험 날이 가까워져 도서관서 공부하고 오느라 늦는다 했다아이는 엄마가 출근하러 나가는 길에 데이케어에 맡기고 저녁에 퇴근하며 데려온다고 한다. 낮에는 메이드가 들러 4 시간 동안 청소, 빨래, 음식을 만들어 놓고 우렁각시처럼 사라진다고 한다.

올케, 내 있는 동안은 내가 집일 다하고 아기도 봐 줄께. 집 일은 걱정 뚝 끊고 너들 일이나 열심히 하그라. “

형님도 여기 정착하기 위해서 준비할게 많아요. 그걸 다 마스트하려면 바쁠거얘요  미국 2세대인 올케는 다행으로 한국 말을 대충 한다. 대학시절 여름 한 철이면 한국에 나와 한국어 학당에 다녔던 덕분이다.

한국 말 뿐이얘요 ? 거기서 정연씨도 만났잖아요 ? 일차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을 제가 유혹해서 미국으로 데리고 왔지요. 호 호하며 꾸밈없이 웃는다.

올케는 순수하고 상냥하다. 연신의 걱정스런 얼굴을 보며 위로하듯 말한다.

염려 마세요. 정연씨는 잘하고 있어요. 이 번 시험에서 꼭 붙으리라 믿어요

예나를 학교에 전학시키고 연신도 일주일에 두 번 운전 교습을 받았다. 기초 영어라도 익히기 위해 이민자들을 위한 교육기관 ESL에 등록하여 공부도 한다.

모든게 만족하고 희망적이다. 정연이도 올케의 낙관적 예측대로 무난히 합격했다.

자동차 라이센스를 획득한 연신이 중고차나마 하나 얻어 직접 운전하며 예나와 아기 리안을 학교와 데이케어로  라이드하며 미국 생활을 익혀 갔다.

 여름 날 뒤뜰 데크에서 구워 먹는 소고기나, 생선 바베큐의 맛이라니.

연신은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씻어내고 예나와 함께하는  새로운 가능성, 희망에 힘을 낸다.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올케와 예나는 각자 방으로 올라가고 정연과 마주 앉았다.

내 커피 한 잔 내려줄까 ?”

아니, 누나 오늘은 누나와 와인 한 잔 하려구

와인 한 병과 잔 두 개를 내 온다.

누나가 정착할 기반을 더 마련해 줘야 하는데 미안하게 됐어.”

정연은 와인을 한 모금

. 사실 벌써 부터 계획이 있었는데 우리가 좀 늦춘거야. “

여기도 살기 좋구만 왜 그 먼 대로 가노 ? “

거기에 와이프나 내게 좋은 찬스가  있어 . 놓치기 아까운 기회야. 와이프의 친인척이 모여 살기 때문에 입지도 든든하고"하며 와인을 마신다. 무척 면목없는 얼굴이다.

왜 무슨 일인데 ? “

우리가 서부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가야 해.우리가 장차 더 큰 기대를 갖고 있어. “

더 큰 기대라고 ? “

뭐 안 될 것도 없지. 지방 판사나 국회의원이나, 난 자신 있다구 .”

과장하며 하하 웃는 정연 . 장하다 정연아, 네 꿈을 이루어야지

그런데 낸 우찌 살아야 하노 . 연신의 머릿 속은 또다시 복잡해 진다.

연신도 얼결에 와인을 한 모금 꼴깍 마신다.

동연 형이 한국서 인편에 돈을 보내 왔더만. 누나 살만한 발판을 만들어 주라고. 내 누나 이름으로 예금해 두었어. 뭘 할지 연구해 봐.”

갸가 농투성이 갸가 무신 돈이 있다고, ---- 얼마나 보냈대 ?”

적지 않은 돈이야. 5만 불 쯤 되더군. “

 

연신의 홀로살기 프로젝트는 여간 비장한게 아니다.

우선 불랙퍼스트 가게에 일자리를 찾았다. 새벽 6 시 부터 오픈하는 이 곳서는 즉석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샌드위치나 핫도그, 볶은 소고기나 닭고기를 치즈와 함께 바켓빵 가운데 끼워 넣은 치즈 스테이크, 그리고 커피 쥬스 등의 다양한 음료를 파는 가게이다. 이 가게를 선택한 것은 새벽 일찍 일을 시작하지만 불랙퍼스트 , 브런치( 중간참 ) 런치까지 만 써빙하고 장사를 끝내 두 세 시 쯤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오후 시간을 예나와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생기는 것이 맘에 든다.

과정이 간단하고 시설이 좋아 일에 곧 익숙해지며 연신은 이에 재미마져 났다.

거처는 예나 학교 근처의 아파트로 옮겼다. 주변 경관이 깔끔하고 살림에 필요한 모든 가구들이 구비되어 있어 당장 들어가 사는데 불편함이 없다.

인근 교회에도 이름을 올리며 이제보다 더욱 신앙생활에 집중하려 맘 먹는다.

연신의 미국살이는 연착륙으로  순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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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나의 걱정이 사실로 되어 있었다.

집으로 들어서니 자기네 식구들이 안채를 차지하고 있다안방 건너방의 번듯한 살림가구는 그냥 뇌두고 허접스런 물건들만 이랫방으로 어지럽게 던져 놓았다.

어이가 없어 입만 벌리고 섰는 연신에게 닥아온 건 애들 할머니.

내 아들하고 많이 얘기해 봤다. 걔는 너와 절대 헤어질 수 없다 하더만. 그렇다고 엄연히 애까정 딸린 눈 시퍼런 조강지처를 내친다 말가, 그도 안 될 말이고만, 우리 집안이 모여서 의논을 했다 아이가. 둘이서 여기 한 서방 섬기며 오손도손 살아라카이. 우리 늙은이는 내려가 시골살이 하려니 우리 걱정은 말더라고. “

마치 큰 맘 쓴듯 나직나직 부드럽게 말한다. 연신은 숨이 콱 막혀 내쉬지가 않는다.

얼른 냉수를 한 컵 마시고 겨우 진정하며 묻는다.

그 사람이 이렇게 하자고 했습니까 ?  공무원씩이나 되서 법률상 축첩은 안 된다는거 모른답니까 ? “

그라이 우리끼리 조용히 살면 되는기 아이가 ? 자네도 알고 봉께 의지가지 읎이 딸 하나 델고 사는구만, 서로 기대 감서 의논껏 살면 안 되겠나 ? “ 할메는 어설프게 웃는다

내 아들 갸가 자네를 무척이나 고이더구마. 쟈와 갈라선다고 야단했쌋는데 오매, 쟈가 애엄씨가 되어 씨알이가 먹히나 그나마 자네를 받아들여 함께 살겠다고 하는 것도 크게 양보하는겨

 

지는 그렇게 죽어도 못합니다.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 “ 연신의 음성이 높아진다.

부엌에서 은근히 엿듣던 애어메가 우르르 뛰어 나오며 갈구리 손을 들어 푸들푸들 떤다.

오매,오매 이 빤빤한 년 좀 보소. 남의 서방 뺏은 년이 아주 서방 독차지하겠다네.

내 그만큼이나 이해하고 양보해서 서방 양 쪽에서 이렁저렁 살락켓는데 이년 욕심이 무지하고만이라. “

난 당신 서방 가운데 두고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다 소용없으니 애들 데리고 어서 이 집을 나가세요. 안 나가면 경찰에 신고할 거얘요.”

연신도 이 번은 질 수 없다하고 야무지게 나간다.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에 두 여인은 주춤 겁을 먹는다  그들이 쫄은 틈을 타 더 강도 높은 엄포를 놓는다.

어디 주인 없는 틈을 타 안방을 차지하고 주인을 뜰아랫방으로 내 몰아 같이 살자 합니까 ? 내 보기에 당신네들은 흉악한 도둑들입니다. 어서들  썩 나가소 ! “

 

이튿 날 예나가 학교에서 돌아 온 후 , 엄마에게 편지를 한 통 준다.

아랫방 아저씨가 학교까지 찾아와서 엄마에게 전해 주라하데. “ 쌀쌀맞게 말한다.

이런 심부름 담부턴 절대 해쌋지 마라. “ 연신도 엄하게 말하며 편지를 받는다.

거기에는 다만 ,만나 할 말이 있으니 나오라며  장소와 시간만을 간단히 적어 놨다.

하여간에 한 번 만나  관계를 정리하고 이 집안에 주저앉아 대놓고 뻔뻔하게 나오는 그 가족들의 문제도 해결해야겠지. ‘

집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 조용한 다방에서 본마누라가 나선 분란 이후 처음으로 그를 대했다.

연신아 내 생각은 이랫다. 먼저 애엄마와 이혼하고 너와 결혼하려 했어 .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너도 애엄마를 봤으니 알거다. 얼마나 무식하고 사나운지 컨트럴이 안 된다. 그게 내 불행의 원인이다. “

그는 평소 안 피우던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깊이 빨아 들인다.

왜 진작에 처자식이 있다는 말을 안 했어요 ? 그게 속인다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인가요 ?”

나는 네가 너무 탐났어, 너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유부남인 걸 알면 너는 벌써 도망갔을거니까. “

그럼 이제와서 어쩌자는 건가요 ? 당신은 생각이 있기나 한거얘요 ?”

좀 더 참고 내 곁에 있어주면 안 될까 ? 내 꼭 이혼을 성사시키고 너를 정식 내 아내로 모셔올께

모두 한통속 아닌가, 역겹다. 연신은 발딱 일어섰다.

내 마음에서는 이미 당신을 지웠어요. 헛꿈꾸지 말고 자식들에게 좋은 아버지나 되세요, 그리고 빨리 가족들 데리고 내 집에서 나가 주세요. 안채를 다 차지하고 꿈쩍 않는 당신네 가족들이 이해할 수 없어요. “

애엄마가 저렇게 고집을 피우고 있으니 내 원 참 ! “ 그는 무력하고 소심하게  말한다.

연신은 뜰아랫방을 치우고 예나와 함께 지냈다.

신고를 하면 그의 사회적 입지가  매우 곤란해지고 그 가족들을 쫒아내자 해도  극성스런 애엄마의 악다구니를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나 더 견디기 어려운 건 밤마다 기어드는 그였다. 이상하게 가족들과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안채에선 모르는 척 아무 기척 없이 조용하다. 하지만 귀를 곤두세워 이 방을 염탐하고 있겠지 ?

, 이건 아냐, 이런 추접한 일에 얽혀들 수 없어

견딜 수 없어 저녁이면 예나를 데리고 낮에 일하는 식당으로 간다. 영업이 끝나 문을 닫은 가게방에서 자는 것이다.

예나야, 미안해. 조금만 참아. “

엄마 난 괜찮아요,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는게 속상해. “

이제 엄마는 이 세상 살아 가는데 너 하나 뿐이야, 넌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거지 ? “

엄마, 나도 엄마 하나 뿐이야. 엄마에게 좋은 딸이 될께요 모녀는 딱딱한 의자를 길게 붙여만든 불편한 침상에서 소근소근 서로를  위로하며 손을 꼭 잡고 잠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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