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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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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칸트와 스탕달의 경고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사랑은 고통과 괴로움을 안겨 줄 뿐이다.
    사랑은 허상의 빛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마약일 뿐이다.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사랑에 대해 스스로 
    만들어낸 관념을 사랑하고 있을 뿐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  < 지금 이 순간 > 364 쪽

 내가 그렇게도 소중하게 간직하던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믿었던 기억이
 한낱 내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인가.
 사랑은 상대적으로 시작했다가 일방적으로 격렬해지며 스스로 가벼워져
 비누 방울처럼 공중으로 사라지는가.
 
사랑, 내가 너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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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민음 경장편 3
하재영 지음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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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한게 뭐가 나빠 ?
라는 미아의 오래 전 질문을 떠올리며 지효는 말한다.
 " 미아가 그 때도 내 친구였다면 솔직하게 말해 주었으리라.
 솔직한 건 나쁘다고, 상처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솔직한 사람이라고.
 바로 그 솔직한 인간들 때문에 관계는 어려워지고 종국에는 모든 것이 엉망으로 헝클어진다고.
 그러므로 솔직함은 미성숙의 동의어에 불과하다고.
     < 스켄들 > 74 쪽

 하재영의 신작 < 스켄들 >을 소개하는 글 중 인용이다.
 -- 솔직한 건 나쁘다.--  
 -- 솔직함은 미성숙의 동의어에 불과하다.-- 
 고 당당히 말하는 발칙함이 시대를 통찰하는 젊은 작가의 저항할 수 없는 예리한 지적이라면
 이 시대의 희망적 목표를 추구하는 대다수의 소망은 어디로 방황하는가.
 < 정말로 한 개인이 대중 앞에서 낱낱이 까발려지고 무자비한 손가락질을 받을 때,진정 피해자는 누구인가.
 거짓으로 치장했더라면 소문 앞에서 안전했을 사람에게 돌팔매질하는 사이 피폐해지는 건 우리 자신의
 인간성이다. 우리가 부여잡는 건 도덕적인 체하는 우리들의 가면일 뿐이다.>
 거짓과 위선, 선동과 비난이 난무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참으로 뼈 아픈 냉소적 성토가 아닌가.

 인터넷 상, 모니터 앞에 앉아 누군가를 향해 칼날과도 같은 댓글을 남기고 금방 잊어버리는
 우리들의 자화상에도 깊은 씁쓸함이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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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ending story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

 세상이 끝날  때까지 모든 이야기는 계속된다.

비록 천재지변이나 사건 사고또는 지옥같은 나쁜 일이 생긴다 해도  또한 기록되며 역사가된다.

나의 의지나의 신념,  내가 숨 쉬며  살아 있는 나는 나의 이야기를  것이다.

마치 거대한 골리앗의  앞에서도 돌팔매를 날린 용감한 다윗처럼,

나는 나의 운명 앞에 계란 던지기를 계속할 것이다.

시지프스의 헛된 노동에 존경과 응원의 축배를!

 

 

 

그리고  세상에 올바르고 고귀하며 투명한 양심과 이성지성을 선망한다그것을 배우려 노력하며 그것들을 일부라도 나에게로 받아들이며 그들을  마음의 대들보삼아  안에서

 신호에 맟추어 살아가려 한다.

 빨간 빛에는 멈추고 노란 빛에는 돌아가고 파란 불에는 지체없이 나아가고산다는  그토록 상식적이고 단순한 것을.

 마음에 슬픔이나 절망이나 포기라는 극단의 정서가 스며들지 않도록 방수 코팅을 하라.

해독일 뿐인 나쁜 감정은 코팅으로 차단하고 튕겨내 버려라.

--- ( 인생의 비극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비극이다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다그러나 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이 치욕이다그러니 높은 목표를 정하고 자신을 신뢰하며 도전하자어떤 일도 가능하다.) ---

 말은 나탈리 다후아라는 여성의 금언인데 그녀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고도 2008  올림픽 수영 마라톤 10 KM 경기에서 25  출전 , 16 위로 결승 골인한 강인한 의지와 실천의장한 여인이다.

먹장 구름 밑으로 세찬 비가 내려도  구름위로 찬란한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속에 낙심과 근심 , 초조함이 있으나 

 위에 별과 같이 빛나는  소망은 영원히 스러질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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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뽀오얀 안개가 사방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우유빛 기체는 자잘한 물기 머금어 무겁게 아래로 쳐지고 나뭇잎 풀잎에 이슬로 맺히며 또르르 또르르 굴러 내린다.

온 세상 소음은  안개가 모두 먹어치운 듯 적막하다. 풀벌레들의 기척도 찾을  수 없다.

발 밑 삼 사미터만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시거리에, 새로 밀어낸 신작로의 하얀 흙과 자갈이 습기로 차분하여  한낮 땡볕 아래 그 뽀얀 흙먼지는 비현실적인 기억이다.


언뜻 멀리에서 부터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려 온다. 자박자박 가벼운 발자국 소리도 들린다.

계속 재잘대는 쪽은 어린 여자아이, 그리고 가끔 짤막한 댓구로 응수하는 사내아이. 차츰 목소리가 가까워지며  등교하는 초등학생 두 아이의 모습이 안개 속에 윤곽부터 서서히  드러난다.

“오빠야  니 오늘 점심밥 건건이는 뭐꼬 ? “ 묻는 여자아이.

“ 응 외숙모님이 싸주시는 대로 들고 나와서  나도 모 르겠는데.” 남자 아이는 싱겁게 대꾸하고

“ 너 오늘 밥만 싸왔구나, 점심시간에 느티나무 아래로 나와. 같이 밥 먹자” 부드럽게 말한다.

남자아이는 까까중 머리에 책보자기를 왼쪽 어깨부터 오른 쪽 허리께에 비스듬이 둘러 묶고 여자아이는 책보자기를 허리에 감았다. 그리고 손에 들린  작은 베보자기 보퉁이에는 소중한 점심 밥이 들어있다.

요석은 어젯 밤에도  바로 뒷집 사는 연신이 집에서 일어난 소동을 알고 있다. 번번히 일어나는 소동이라 놀랄 것도 없다 .  그건 연심의 아버지가 술이 잔뜩 취해  들어와서는   늦은 저녁상에 둘러 앉아 먹는 자기 식구들의 밥상을 뒤엎고  잡아 족치는 것이다.

그 바람에 연신이와 엄마, 어린 두 남동생들은 밥도 다 먹지 못한채  구석에 오그려 공포에 떨다 그대로  잠 들어버린다는 것도 요석은  사진을 보듯 훤히 안다.

연신이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저녁 내동댕이 쳐져 흐트러진 밥알을 대충 모아서  밥그릇에 담아 왔다는 말을 장황하게 하지만 듣는 요석은 가슴 속에 뜨겁게 차오르는 연민을 차마 말하지 않는다.

외삼촌과  외숙모도 그 소동을 들으며 탄식 하시지 않던가

‘ 저 한서방이  어서 회개하고 교회에 나와야 저 집 식구들이 살아날텐데, ‘

“ 그러니 여보 저 가족들  구원을 위해 우리 더 열심히 기도 합시다”

요석은 외삼촌 부부의 두런거림을 들으며 연신을 걱정하며 힘들게 잠을 청했다.


학교 뒷편의 그늘진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아이들은 운동장에 모여 노느라,  여긴 조용하고 웅숭깊다.

요석이 기다린지 얼마 안되 연신이 통통 뛰어 온다. 두 손으로는 점심 밥 그릇을 감싸듯 들고서.

요석은 자기 점심 보자기를 끌러낸다. 밥주발과 따로이 싼 벤또에는 계란말이 , 멸치볶음, 그리고 무장아찌도 들어 있다. 연심이는 얼른 무짱아찌를 집어들어 이 세상 더 없이 맛있는 음식처럼 아삭아삭 먹성 좋게  씹는다.

“요석이 오빠야, 난 오빠가 있어 참 좋아 “

“ 연신아 이 계란말이와 멸치 볶음도 먹어,  많이 먹어.”

둘이는 각자 싸온 점심밥을 맛있게 먹는다. 물론 연신은 오빠의 반찬을 실례하고 있지만 망설임이나 거리낌은 별로 없다.

요석은 잠시 먹는 일에 열중한 연신을 본다. 볼살이 통통한 연신은 이제 사학년이고 집에 가면 일 나간 엄마를 대신하여 동생들을 돌봐주고 저녁밥도 해내느라 손은 어린애답지 않게  거칠고 뻣뻣하다.

요석은 문득 가여음과 귀엽고  사랑스런 느낌이 벅차게  목으로 차오른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연신에 곁에 있어 연신이 배곯지 않고  편하게 살도록 지켜주고  싶다는 성숙한 생각을 해 본다..

“ 요석이 오빠야, 내년이면 니 졸업이네. 상급핵교 진학은 준비하고 있나?”

열심히 밥을 퍼 먹던 영신이 문득 생각난 듯  묻는다.

“ 물론 그러제, 외삼촌과 외숙모님은  내를 서울 핵교로 보낼려고 하신다.”



“ 니 공부 잘 하나, 서울은 되기힘들다든디”

“ 그러나 마나, 그건 걱정 없데이 . 그란디 -- “

“ 그란디, 뭐?”

요석이 마냥 머믓댄다. 요석은 연신을 두고 떠난다는게 너무 믿업지가 않다. 술주정꾼인 아버지 밑에 가난한 살림, 그리고 두 어린 동생의 큰 언니, 연신의 짐이 너무 애처러워 요석은 차마 떠난다는 말이 쉽지 않다.

‘ 연신아, 너 마음 굳게 먹고 살아야 한다. ‘

눈을 호둥그레 뜨는 연신을 바라보며 요석 혼자 입 안으로 중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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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는 누구인가  >


얼굴로만 몰려드는 밝고 뜨거운 햇살에 와락 짜증으로 눈을 뜬 마리, 아직 정신이 몽롱하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이렇게 강렬한 건 꽤나 늦은 아침이라는 것도그녀는 몇 번이나 눈을 껌벅인 후 느껴졌고, 지난 밤 언제 어떻게 누가 집에 데려다주었는 지는 도무지 감감하다.

아 내가 또 뭔 실수를 하고 만거야. 마리는 후다닥 옆자리를 본다

남편자리는 사람이 누웠던 흔적조차 없이 말갛고 집 안은 적막하기만하다. 마리는 가슴이 쿵덕 내려 앉는다 정말 이이가 떠나고 만건가 ?

어제 아침이다.

그이가 그랬다.’ 나 내일은 떠날거다. 언제 오느냐고 묻지 말고 기다리지도 말아라’

마리는 언제부턴가 맨정신으로는 남편에게 아무런 댓구도 못했다. 그렇다고 남편이 마리에게 많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한 지붕 아래서 부부라는 관계로 엮여 덤덤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마리가 술을 한 잔 걸쳤다 하면 그런 아슬아슬한 평형도 깨지고 만다.

마리는 평소 불만과 울화가 그대로 폭발하여 갖은 큰소리 욕설, 폭행 행폐 포악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끝내는 통곡, 통곡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 야! 이 나쁜 놈아 , 나를 용서해 주지 말지, 왜 용서해 주었니? 그래서  나를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연옥살이를 시키냐? 차라리 이 못된 년을 발길로 뻥 차서 내쫒아라. 이 쪼다같은 놈아. 나, 네 얼굴을 보느니  차라리 지옥 염라대왕 대면이  낫겠다. 너 무서워, 너 웃는 얼굴이 더 무서워”

아 이런 되지도 않는 주정으로 온 밤 소란 떨다가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잠이드는 못된 술버릇.


아!! 다시 마리는 이마를 두드리며 토막토막 기억나는 어제밤을 떠올린다.

같이 일하는 디렉터 토미킴,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거나 , 저녁 미팅이나  식사까지 남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그에게 거의 안기다시피 집에 들어와 남편이 보고 있는 앞에서 토미를 끌어 안고 자고 가라고 붙잡았지. 헤어지기 싫어 하면서, 아  이 주책, 날 어째야 하냐.

이미 떠나기로 맘 먹은 남편이 밉고 원망스러워 그딴식으로 폭발이 되었던가. 정말 이이가 가 버렸으면 어떻게 하지?  작별 인사도 없이 가 버리다니,절대 안 돼. 네버에버 노우 ! .마리는 벌떡 일어나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간다.

거실은 불라인드가 열려있어 밝은 햇빛이 화사하고  적당한 온도로 에어컨이 작동되어  쾌적한 본위기다. 하지만  남편의 기척은 없다. 어디로 갔을까. 쌩 바람만  울리는 동굴같은 가슴으로 먼저 파킹랏을 내다  본다, 남편의 검은 색 랜드로버가  거기 있다. 우선 안심.

다음은 뒷뜰로 향한 데크, 거기서 남편은 종종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본다. 그러나

거기에 그는 없고 --- 마리는 분주하게 눈을 굴려 뜰 전체를 둘러 본다.

그리고  마리의 얼굴은 반신반의 놀라움으로 뜰  저 편 별채로 된 화실을 바라 본다.

창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며 부리나케 뒷문을 밀치고  바람같이 달려 나간다.

여름 날 아침, 첫 번째 뜨거운 햇살이 마리의  대리석  조각 같은 하얀  얼굴에 내리꽂쳐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

정말 남편은 거기 있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먼지 낀 화실의 바닥을 치우고 여기저기 딩굴은 채 오래된 데생화, 굳어버린 유화 물감 페인트 통, 구겨버린 종이조각 들, 그런 것을 치우며 물걸레로 구석구석 닦아  말끔하게 청소 부터 했다.

청소가 끝난 후 그는  화실 안락의자에 앉아 민화집을 골똘히 들여다 보고  있다.


마리는 우선 두근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러나 진심과 달리  앙칼지게 쏘아붙인다.

“ 흥! 왜 안 가고 있어. 당신 말대로라면  지금 쯤 어딘가 거리로  떠돌고 있어야 되는거 아냐? 다신 안 볼  줄 알았는데 .

난 다 정리가 되 있는데 당신은 아직 미련이 남았나봐 . 이봐, 나석 화백님 난 이제 당신 따위에게 미련 없거던.”

“ 알아, 마리 당신 나 없으면 못 산다는거 이미 고백했거던.”

“  언제, 언제 내가 그랬다구 넉살좋게 거짓말, 쌩까고 있네.”

“ 어제 당신이 날 붙잡고 울며 불며 가지 말라고 매달리더라구.다 잊었나?”

“ 어머, 이런-- 난 전혀 기억  없는데요. “

이제까지 빙그레 웃으며 농담처럼 말하던 남편이 써늘하게 웃음을 거두고 건조하게  말한다.  “ 그것도 그렇고  나 할 일이 생겼소. 그 일이 아마 나를 바꿀지도 모르겠소.”

“ 흥 많이 바뀌세요. 난 변함 없을테니까.”

마리는 조롱하듯 소리쳤지만, ‘그래 난 바꾸지  못해. 그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바뀌지 못해. 왜 난 그에게 집착하는걸까’

엉뚱한생각에 잠기며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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