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975 년의 겨울로 인해 모든 것이 확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그 해 겨울로 인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할레드 호세이니 장편소설  < 연을 쫒는 아이 > 에서의 서문이다.
  그 해 겨울,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the-kite-runner-1-1024 넷.jpg

 아직 아프가니스탄이 공산화가 되기 이전 부자 아버지 바바와 충직한 하인 알리와 사는 아미르, 아미르에게는 
 알리의 아들이기도 한 아주 친한 놀이 동무 하산이 늘 곁에 있었다.하산은 아미르 도련님에게는 하인이며 친구이고
 길거리에서 불량 아이들을 만날 땐, 완벽한 수호자가 되기도 했다.

04779706_둘.jpg

 학교에 다니지 않아 책을 못 읽는 하산을 위해 역사 책을 읽어 주기도 하고.

the_kite_runner 셋.jpg

 제일 신나는 놀이는 연 날리기 행사였다. 아미르는 연을 날리고, 하산은 끊어져서 떨어지는 연을 쫒아가서
 주어 오는 소년들의 가슴 뛰는 행사. 각오한대로 아미르는 
  끝까지 남은 우승자가 되고 하산은 마지막 까지 겨루다
 떨어지는 파란색 연을 쫒아 달려 간다. 

Kite_runner 하나.jpg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하산을 찾아나선 아미르는 
 외진 골목에서 사악한 불량배 아세프 일당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하산의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마땅이 
 달려가서 하산을 도와 주어야 하겠지만 아미르는 두려움과 소심함으로 끝내 하산의 슬픈 눈을 외면하고
 돌아 나온다. 자신이 형편 없는 겁쟁이이고 비겁자라는 자책은 엉뚱하게 하산의 얼굴 보기를 회피하고 
 결국에는  도둑의 누명을 씌어 하산 부자를 쫒아낸다.
 그리고 더욱 커진 죄책감은 가슴에 응어리로 남고.
 소련군이 들어와 무력 공산화가 진행되자 아미르는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서 밑바닥 부터 다시
 적응을 시작하고 소설가로서, 자리를 잡는다.
 어느 날 받은 전화 한 통, 옛날 아버지의 친구였던 사려깊고 다정했던 라힘 칸, 그가 아프간에 와달라고.
  곧 달려가 만난 라힘칸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부탁을 한다. 텔레반에게 총살당한 하산에겐 10 살 된
 아들이 있는데  지금은  어느 고아원인가에 있으니 찾아다 달라고, 아미르는 의아하고 거절하고 화를 낸다.
 왜 내가 그 위험한 텔레반 지역에 들어가 그 애를 구해야 하는데? 라임칸은 아버지의 비밀을 말한다.
 하산은 바로 너의 이복 동생이라고, 그러니 응당 하산의 아들 소랍은 너의 조카가 된다는 사실을 밝힌다.
 과거 하산의 앞에서 보였던  비열함, 죄책감, 그리고 하산과의 이별을 눈믈을 흘리며 슬퍼하던 아버지,
 드디어 하산에 대한 죄책감을 벗을 수 있는 기회,망서리던  아미르는 소랍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땅 ,
 위험한 텔레반 구역 카불을 향해 떠난다.
 
 이 소설에서의 핵심은 비겁함과 용기이다. 비겁함은 일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과 
 그것을 잊지 않고 언젠가는 그 죄책감을 벗어낼 수 있는 용기의 소중함.
 그리고 이슬람 교에서의 가장 큰 죄악은 거짓이고 또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명예이다.
 바바는 하인의 아내를 범하는 일생 일대의 실수를 갚기 위해 어려운 사람을 돕고 고아들을 위한
 고아원을 설립하고 또 어쩔 수 없이 하인 신분으로 자라는 아들 하산을 무한히 사랑하고 배려했다.
 그러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숨겼다.
 또, 이 소설에서는 아프간의  사회적 배경이 텔레반의 공산화 과정으로 그려진다.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어 초토화되고  잔인하고 광적인 인명 살상과 그로 인한 가족의 와해가 가난과 
 질병으로 이어져  풍요하고 자유로운 삶이 처참하게 망가지는 모습이 적나나하게 그려진다.
 우리는 현시대에서 생생히 눈으로  보았다.
 중국의 문화 혁명이라는 홍위병들의 난동, 월남 패망 후의 호치민의 킬링 필드,
 아프간의 공산화와 동족간의 전쟁, 또 눈 앞에서 벌어지는 한 미치광이 김가 삼 대 세습으로 인권상실의 북한 땅.
 아직도 이런 미치광이들의  인명 살상과 인종 청소라는 말이 존재하고 있는 이 시대
 그런데 이 나라에는 철 없이 날 뛰는 친북파들의 선동과 그에 놀아나는 우민들.

 아프간인으로서는  처음 영어로 쓴 소설로 많은 많은 찬사와 촉망을 받은 우수 작품으로
 섬세한 문체와 잔잔한 스토리의 흐름 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해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그녀는 칸트와 스탕달의 경고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사랑은 고통과 괴로움을 안겨 줄 뿐이다.
    사랑은 허상의 빛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마약일 뿐이다.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사랑에 대해 스스로 
    만들어낸 관념을 사랑하고 있을 뿐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  < 지금 이 순간 > 364 쪽

 내가 그렇게도 소중하게 간직하던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믿었던 기억이
 한낱 내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인가.
 사랑은 상대적으로 시작했다가 일방적으로 격렬해지며 스스로 가벼워져
 비누 방울처럼 공중으로 사라지는가.
 
사랑, 내가 너를 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캔들 민음 경장편 3
하재영 지음 / 민음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솔직한게 뭐가 나빠 ?
라는 미아의 오래 전 질문을 떠올리며 지효는 말한다.
 " 미아가 그 때도 내 친구였다면 솔직하게 말해 주었으리라.
 솔직한 건 나쁘다고, 상처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솔직한 사람이라고.
 바로 그 솔직한 인간들 때문에 관계는 어려워지고 종국에는 모든 것이 엉망으로 헝클어진다고.
 그러므로 솔직함은 미성숙의 동의어에 불과하다고.
     < 스켄들 > 74 쪽

 하재영의 신작 < 스켄들 >을 소개하는 글 중 인용이다.
 -- 솔직한 건 나쁘다.--  
 -- 솔직함은 미성숙의 동의어에 불과하다.-- 
 고 당당히 말하는 발칙함이 시대를 통찰하는 젊은 작가의 저항할 수 없는 예리한 지적이라면
 이 시대의 희망적 목표를 추구하는 대다수의 소망은 어디로 방황하는가.
 < 정말로 한 개인이 대중 앞에서 낱낱이 까발려지고 무자비한 손가락질을 받을 때,진정 피해자는 누구인가.
 거짓으로 치장했더라면 소문 앞에서 안전했을 사람에게 돌팔매질하는 사이 피폐해지는 건 우리 자신의
 인간성이다. 우리가 부여잡는 건 도덕적인 체하는 우리들의 가면일 뿐이다.>
 거짓과 위선, 선동과 비난이 난무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참으로 뼈 아픈 냉소적 성토가 아닌가.

 인터넷 상, 모니터 앞에 앉아 누군가를 향해 칼날과도 같은 댓글을 남기고 금방 잊어버리는
 우리들의 자화상에도 깊은 씁쓸함이 배어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ever ending story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

 세상이 끝날  때까지 모든 이야기는 계속된다.

비록 천재지변이나 사건 사고또는 지옥같은 나쁜 일이 생긴다 해도  또한 기록되며 역사가된다.

나의 의지나의 신념,  내가 숨 쉬며  살아 있는 나는 나의 이야기를  것이다.

마치 거대한 골리앗의  앞에서도 돌팔매를 날린 용감한 다윗처럼,

나는 나의 운명 앞에 계란 던지기를 계속할 것이다.

시지프스의 헛된 노동에 존경과 응원의 축배를!

 

 

 

그리고  세상에 올바르고 고귀하며 투명한 양심과 이성지성을 선망한다그것을 배우려 노력하며 그것들을 일부라도 나에게로 받아들이며 그들을  마음의 대들보삼아  안에서

 신호에 맟추어 살아가려 한다.

 빨간 빛에는 멈추고 노란 빛에는 돌아가고 파란 불에는 지체없이 나아가고산다는  그토록 상식적이고 단순한 것을.

 마음에 슬픔이나 절망이나 포기라는 극단의 정서가 스며들지 않도록 방수 코팅을 하라.

해독일 뿐인 나쁜 감정은 코팅으로 차단하고 튕겨내 버려라.

--- ( 인생의 비극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비극이다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다그러나 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이 치욕이다그러니 높은 목표를 정하고 자신을 신뢰하며 도전하자어떤 일도 가능하다.) ---

 말은 나탈리 다후아라는 여성의 금언인데 그녀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고도 2008  올림픽 수영 마라톤 10 KM 경기에서 25  출전 , 16 위로 결승 골인한 강인한 의지와 실천의장한 여인이다.

먹장 구름 밑으로 세찬 비가 내려도  구름위로 찬란한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속에 낙심과 근심 , 초조함이 있으나 

 위에 별과 같이 빛나는  소망은 영원히 스러질  모르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른 아침,

뽀오얀 안개가 사방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우유빛 기체는 자잘한 물기 머금어 무겁게 아래로 쳐지고 나뭇잎 풀잎에 이슬로 맺히며 또르르 또르르 굴러 내린다.

온 세상 소음은  안개가 모두 먹어치운 듯 적막하다. 풀벌레들의 기척도 찾을  수 없다.

발 밑 삼 사미터만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시거리에, 새로 밀어낸 신작로의 하얀 흙과 자갈이 습기로 차분하여  한낮 땡볕 아래 그 뽀얀 흙먼지는 비현실적인 기억이다.


언뜻 멀리에서 부터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려 온다. 자박자박 가벼운 발자국 소리도 들린다.

계속 재잘대는 쪽은 어린 여자아이, 그리고 가끔 짤막한 댓구로 응수하는 사내아이. 차츰 목소리가 가까워지며  등교하는 초등학생 두 아이의 모습이 안개 속에 윤곽부터 서서히  드러난다.

“오빠야  니 오늘 점심밥 건건이는 뭐꼬 ? “ 묻는 여자아이.

“ 응 외숙모님이 싸주시는 대로 들고 나와서  나도 모 르겠는데.” 남자 아이는 싱겁게 대꾸하고

“ 너 오늘 밥만 싸왔구나, 점심시간에 느티나무 아래로 나와. 같이 밥 먹자” 부드럽게 말한다.

남자아이는 까까중 머리에 책보자기를 왼쪽 어깨부터 오른 쪽 허리께에 비스듬이 둘러 묶고 여자아이는 책보자기를 허리에 감았다. 그리고 손에 들린  작은 베보자기 보퉁이에는 소중한 점심 밥이 들어있다.

요석은 어젯 밤에도  바로 뒷집 사는 연신이 집에서 일어난 소동을 알고 있다. 번번히 일어나는 소동이라 놀랄 것도 없다 .  그건 연심의 아버지가 술이 잔뜩 취해  들어와서는   늦은 저녁상에 둘러 앉아 먹는 자기 식구들의 밥상을 뒤엎고  잡아 족치는 것이다.

그 바람에 연신이와 엄마, 어린 두 남동생들은 밥도 다 먹지 못한채  구석에 오그려 공포에 떨다 그대로  잠 들어버린다는 것도 요석은  사진을 보듯 훤히 안다.

연신이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저녁 내동댕이 쳐져 흐트러진 밥알을 대충 모아서  밥그릇에 담아 왔다는 말을 장황하게 하지만 듣는 요석은 가슴 속에 뜨겁게 차오르는 연민을 차마 말하지 않는다.

외삼촌과  외숙모도 그 소동을 들으며 탄식 하시지 않던가

‘ 저 한서방이  어서 회개하고 교회에 나와야 저 집 식구들이 살아날텐데, ‘

“ 그러니 여보 저 가족들  구원을 위해 우리 더 열심히 기도 합시다”

요석은 외삼촌 부부의 두런거림을 들으며 연신을 걱정하며 힘들게 잠을 청했다.


학교 뒷편의 그늘진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아이들은 운동장에 모여 노느라,  여긴 조용하고 웅숭깊다.

요석이 기다린지 얼마 안되 연신이 통통 뛰어 온다. 두 손으로는 점심 밥 그릇을 감싸듯 들고서.

요석은 자기 점심 보자기를 끌러낸다. 밥주발과 따로이 싼 벤또에는 계란말이 , 멸치볶음, 그리고 무장아찌도 들어 있다. 연심이는 얼른 무짱아찌를 집어들어 이 세상 더 없이 맛있는 음식처럼 아삭아삭 먹성 좋게  씹는다.

“요석이 오빠야, 난 오빠가 있어 참 좋아 “

“ 연신아 이 계란말이와 멸치 볶음도 먹어,  많이 먹어.”

둘이는 각자 싸온 점심밥을 맛있게 먹는다. 물론 연신은 오빠의 반찬을 실례하고 있지만 망설임이나 거리낌은 별로 없다.

요석은 잠시 먹는 일에 열중한 연신을 본다. 볼살이 통통한 연신은 이제 사학년이고 집에 가면 일 나간 엄마를 대신하여 동생들을 돌봐주고 저녁밥도 해내느라 손은 어린애답지 않게  거칠고 뻣뻣하다.

요석은 문득 가여음과 귀엽고  사랑스런 느낌이 벅차게  목으로 차오른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연신에 곁에 있어 연신이 배곯지 않고  편하게 살도록 지켜주고  싶다는 성숙한 생각을 해 본다..

“ 요석이 오빠야, 내년이면 니 졸업이네. 상급핵교 진학은 준비하고 있나?”

열심히 밥을 퍼 먹던 영신이 문득 생각난 듯  묻는다.

“ 물론 그러제, 외삼촌과 외숙모님은  내를 서울 핵교로 보낼려고 하신다.”



“ 니 공부 잘 하나, 서울은 되기힘들다든디”

“ 그러나 마나, 그건 걱정 없데이 . 그란디 -- “

“ 그란디, 뭐?”

요석이 마냥 머믓댄다. 요석은 연신을 두고 떠난다는게 너무 믿업지가 않다. 술주정꾼인 아버지 밑에 가난한 살림, 그리고 두 어린 동생의 큰 언니, 연신의 짐이 너무 애처러워 요석은 차마 떠난다는 말이 쉽지 않다.

‘ 연신아, 너 마음 굳게 먹고 살아야 한다. ‘

눈을 호둥그레 뜨는 연신을 바라보며 요석 혼자 입 안으로 중얼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