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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가든
한윤섭 지음, 김동성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3월
평점 :
- @psoopjr 푸른숲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완독 후 개인적 느낌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숲속 가든
📗한윤섭 글, 김동성 그림 / 푸른숲주니어
📘2025.3.22-3.23
💭‘이야기의 힘이 이런거구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얇은 두께와 큼직큼직한 글자를 보고 빨리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첫마음이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다. 빨리 읽기는 했다. 하지만 뒷맛이 이틀 동안 남았다.
💁♂️김동성 작가의 그림만 훑어봐도 재미가 있을만큼 그림이 사실적이다. 커버에는 <숲속 가든>이라는 제목과 동명의 식당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그려져 있다. 바람 불듯 사각대는 나뭇잎과 넘실거리는 꽃잎이 손가락에 닿을 듯 하다. ‘산’이라고 이름 달린 명소에 가면 넘쳐나는 식당 이름 OO가든, 책 제목이 그 가든일 줄이야.
📍숲속 가든
병아리를 키워본 적이 있다. 하굣길 학교 앞은 병아리 장수와 이를 구경하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동물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개구진 오빠 덕분에 닭과 오리, 개구리, 다람쥐가 앞마당에 돌아다녔던 시절이 생각났다. 숲속 가든과 병아리라는 소재를 어떻게 연결시켰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아!’하고 게름칙한 상상을 하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궁금하면 읽어보라.
📍이야기의 동굴
사람들이 주문한 단어로 일주일 동안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는 이야기 신이 있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그날은 이야기 신을 만나러 일주일에 한 번 높은 산을 오른다. 사방이 탁 트인 언덕에서 이야기 신은 미리 주문한 단어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숨 죽여 앉아 끝까지 들어준 사람들에게 이야기와 관련된 선물도 안겨준다. 사람들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것이 자신들인지 아니면 그 이야기가 자신들의 이야기인지 어리둥절하여 자꾸만 주변을 둘러본다.
🦋장자의 호접몽이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한윤섭 작가는 <이야기 동굴>을 시리즈물로 만들려고 했다는데 이번 책에서 단편으로 미리 만나본 느낌이었다. 이야기 신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잠에서 깨면
구성이 정말 특이했다. 이 이야기는 ‘치매’가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된 시기에 썼다고 하는데 묘하게 반복되는 스토리에 인물의 변화를 덧입혀서 치매라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어린 시절의 무력함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노년에도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는 내내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오버랩되었다.
📍비단잉어 준오씨
’한때 번성했으나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존폐의 기로에 선 ‘그린 트리‘ 공원에는 말하는 잉어가 살고 있었다.‘라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잉어가 곧 문을 닫을 지도 모르는 공원을 재건할 수 있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해야 할 일은 그저 사람들을 모아 연못으로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 희비가 엇갈린 하룻밤, 희망이 물거품되었던 그 시각, 대체 ’그린 트리‘ 공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단순히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고 말하기엔 내용이 묵직하다.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를 동화라는 틀 속에서 작가가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래서 이야기의 힘은 크다. 미디어에서 아무리 많이 다루어도 볼 때만 슬쩍 관심을 가지던 사건이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라고 하자 정신이 번쩍 든다.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라면 어른인 나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후에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이 작은 사건에 대해 질문이라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동심의 세계에서 들여다 보는 사회의 각종 문제가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마음이 복잡했다. 사실 한윤섭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그의 명성이 왠지 책에 등장했던 이야기 신이 아닐까. 이야기 신이 다음엔 어떤 소재로 우리의 마음을 울고 웃기는 이야기를 만들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읽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묵직한 울림 속에서 생각할 거리가 많다. 초등 고학년,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나 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 본다면 좋겠다. 아이들의 생각이 너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