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왕실사

불륜의 왕실사 - 베개 밑에서 발견한 뜻밖의 역사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09년 6월

작가도 제목도 다소 낯선 책 ‘불륜의 왕실사’에는
고려의, 천추태후, 충렬왕, 충선왕, 충숙왕, 충혜왕과
조선의, 왕이 될 수도 있었던 방석의 세자빈 유씨와 내시 이만의 스캔들,
세종대왕의 둘째 비에게서 태어난 화의군의 목숨과 바꾼 스캔들과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연산군의 이야기 등
고려와 조선의 역사에 있어 왕권 교체라는 엄청난 폭풍을 일으킨 왕족들의 스캔들이 담겨져 있다.  

제목처럼 재미만을 위해 단순히 왕실의 불륜만을 다룬 것이 아니고,
그 사건이 어떤 파장을 몰고 왔는지
그 파장들로 인해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자세히 풀어놓고 있다.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저자가 직접 역사의 흔적을 찾아 나선 기행문에는
천추태후의 아들 목종임금, 고려의 충신이었던 김취려 장군과 우탁 선생등
역사의 주인공들의 흔적들이 있어 이야기를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솔직히 난 고려 역사에 대해서는 부끄럽게도 거의 문외한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 한창 방송중인 드라마 ‘천추태후’가 늦은 시간에 방영됨에도 불구하고
시청을 하고는 했다.

시청률이라는 현실에 발목이 잡힌 드라마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허구는 있겠지만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만큼은 고증을 통해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으로 가끔은 아이와도 같이 시청을 했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실존한 인물의 이름만 빼고는 모든 것이 허구에 가깝다는 것,
특히, 그저 남성에 휘둘리고 권력욕에 눈멀어 자신의 아들인 목종을 죽이려고까지 했던
비정한 엄마인 천추태후를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영웅으로 그렸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천추태후를 비롯해서 다른 역사드라마조차도 보는 것이 꺼려졌다.

역사와 좀 친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같이 시청했던 아이들에게
오히려 왜곡된 역사를 알게 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물론 100% 진실 된 역사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한다.
기계가 아닌 감정이 있고 사상과 성향이 있는 사람의 손에서 기록되는 역사에,
더구나 과거 왕권교체가 반 이상은 피로 얼룩진 사건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는데
자신들의 왕권교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전 왕권을 폄하하고 자신들의 업적을
미화시키는 등의 충분히 왜곡 될 수 있는 시대적 배경에서 기록되어진 역사에
어떻게 100% 진실만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우리 일반인들보다는 더 나은 지식으로 역사를 전달하는 역사가들만큼은
그 역사를 토대로 대중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드라마만큼은
자신들의 본분을 잃지 않고 최대한 올바른, 최대한 정직한 역사를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목에 태클을 걸고도 싶었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도 했던 책 ‘불륜의 왕실사’ 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건들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텐데
그 사건들은 과연 어떻게 기록되어질지 궁금하게도 하고 걱정도 하게 한 책이었다.

참 예쁜 책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
천진 지음, 현현 엮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6월

모처럼 웃음이 나는 예쁜 책을 만났다.  

이 책은
누구나 부러워할 학벌과 성품을 지니고도 어쩔 수 없는 인연으로 출가를 하신
천진스님, 현현스님 그리고 두 스님들의 은사이자 현현스님의 속가 아버지이기도한
정봉스님의,
제목처럼 정말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가 수줍은 듯 지으시는 스님들의 환한 미소와
소박하고 정갈한 스님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과 함께 참 예쁘게 어우러져 있는 책이다.

개미, 쥐, 고양이, 새 심지어 지나가는 동네 개와도 한 솥 밥을 먹고 사는 이야기
배추밭을 가꾸면서 배추벌레들을 위한 벌레용 텃밭을 따로 가꾸는 이야기
모기에게 피 보시 하는 이야기
이불속으로 들어 온 지네가 놀랄까봐 밤새 뒤척이지도 못하고 누워계셨다는 이야기 등
세속인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고 감히 이해하기도 힘든 많은 이야기들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그 많은 글들 중에 가장 세속적인 글은 당연 로또이야기일 것이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몇 생에 걸쳐 받을 복을 한꺼번에 당겨 받는 것과 같다.
다시 말 하면 더 이상 받을 복이 없기에 싸움, 불화, 불안 등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또에 당첨된 돈을 좋은 곳에 쓰게 되면 어렵고 아픈 사람을 도운 공덕으로
앞으로 몇 생 동안 그 복락을 누리게 된다는 이야기 이다.

이 이야기는,
정작 로또는 사지도 않으면서 당첨이 되면 무얼 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 내가
아.. 로또가 행운인 건 지금 당장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 아니라,
보시를 함으로써 몇 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받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멋진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전액을 보시할 자신이 아직은 솔직히 없다.-

책에서 강조하는
불교의 다섯 가지 계율인,
첫째,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
둘째, 주지 않은 물건을 훔치지 말라
셋째,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
넷째, 거짓말하지 말라
다섯째, 술을 마시지 말라.

이 다섯 가지의 계율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 권력지향주의 등으로 각박하고 치열한 전쟁터 같은
이 세상이 조금 숨을 쉴 수 있는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중학교 때 선배를 따라 산속에 있는 절엘 다닌 적이 있다.
중학교 3년 그 후로 2년 정도를 더 다녔으니
구르는 돌에도 웃음보가 터진다는 10대 시절의 아린 추억들은 모두
절과 연관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속의 향기에 취하면서 어느새 자리를 잃어버린 소중한 추억들이
천진 스님과 현현 스님의 도움으로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게 되었다.

너무 감사드린다.

내 아이를 위해 선택한 책

과학자와 어린이가 함께 파헤치는 지구 온난화 ㅣ 두레아이들 교양서 1
린 체리.게리 브라시 지음, 이충호 옮김 / 두레아이들 / 2009년 5월

우리집 큰 아이의 꿈은
오염된 지구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바다 속에 해저도시를 만드는 건축과학자 이다.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구의 온난화로 자연이 파괴 되고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으며,
햇빛도 사람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물질을 보낸다면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ㅠ ㅠ   

그런 내 아이를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 

아직은 어린, 초등학교 2학년이라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들었지만
본인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라서 그런지 오히려 나보다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일기예보를 통해 매일의 기후변화를 들으면서도
정작 기후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측정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몰랐던 우리들에게
꽃이 피는 시기라던가 나비의 서식지의 변화, 오래 된 나무의 나이테등
자연을 통해서 기후변화를 측정하는 방법등을 소개하고 있다.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 때문인지
진짜(?) 과학자들과 또래들이 과학자처럼 조사하고 연구하는 모습들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과학자들에게 친근감을 느껴서 인지..
자신의 생각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너무 안일하게 지구를 즐겼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하고
나 하나라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지구가 더 이상 오염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 뉴스에 우리나라가 점점 열대아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의 어느 도시에는 여름이 사라지는 징후가 보였다는 것을 아이와 같이 들었다.
미래를 책임질 내 아이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 아직은 희망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은 무섭지 않아..

메리네 집에 사는 괴물 ㅣ 키다리 그림책 8
파멜라 앨런 지음, 김상일 옮김 / 키다리 / 2009년 6월

엄마를 닮아 유난히 무섬증이 많은 우리 아이를 위해 선택한 책
“메리네 집에 사는 괴물”은

작고 약한 외모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던 메리가
자신의 집에 살고 있는 괴물의 도움으로
놀리던 친구들을 혼내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림 속에 있는 괴물이 무서운지 눈길을 살짝 피하던 아이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괴물이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메리를 도와주는 친구라는 걸 알게 되자 얼굴이 확 밝아진다.

“나보다 약한 친구들을 놀리면 되요? 안 되요?”
“안 되요!!”
“메리네 집에 진짜 괴물이 있어요? 없어요?”
“있어요!”
ㅋ ㅋ
“괴물은 무서울까요? 안 무서울까요?”
“안 무서워요!!”
라고 외치는 작은 아이의 모습에서 이 책을 선택한 보람을 느낀다.

가끔 무섬증이 생길 때면
“엄마, 엄마, 호랑이랑 멧돼지랑 괴물이 나를 지켜주지요...”
라고 말하는 우리 아이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친구를 놀리면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괴물은 결코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 이미 느꼈을지도..-

참, 책과 함께 온 만들기 공작(메리네 집)은 완전 대박선물이었다.
책보다 오히려 만들기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출판사가 정말 탁월한 선택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능이란 없네. 상상력의 한계가 있을 뿐이지.

평범소년 바질의 모험 1 - 공중도시 헬리오스의 비밀
와일리 밀러 지음, 김선하 옮김 / 예꿈 / 2009년 5월

아이들뿐만 아이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많은 것을 잊고 사는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메세지
‘불가능이란 없네. 상상력의 한계가 있을 뿐이지“
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등대집에서의 하루 하루가 지루하고
본인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소년 바질이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나게 된 맥구킨 교수의 도움으로
헬리오스라는 공중도시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만난 소녀 루이스와 함께
불가능할 것 같은 모험을
용기와 의리로 가능하게 만들어 도전하는 모습을 담은
평범소년 바질이의 모험담을 담은 책이다.

“똑같은 시간을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불평하며 우울하게 보낼 수도 있고,
최대한 재미있고 값지게 보낼 수도 있어.
똑같은 시간을 전혀 다르게 보낼 수 있다고.
모두 네 선택에 달렸단다.. 잘 생각해 보렴“

비밀을 알고 있을 것 같은 바질이 엄마의 말처럼
지루하기만 한 일상과 지극히 평범한 자신은
스스로가 만든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다른 일상을 꿈꾸고
조금은 특별한 자신을 인정하면서 살아간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우리 아이는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했을 지가 궁금해진다.
오늘 저녁에는 독서토론이란 걸 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