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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안에 달 - 작은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발견
김은주 글.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길
...
...
분명 아는 길로 걸어왔는데
앞에도 뒤에도 모르는 길이다.
어린 발걸음 몇 걸음 못 갔을 테지만
모르는 길은 바로 뒷골목도 딴 세상이다.
나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
나는 애가 타는데
하늘도, 사람도, 집들도, 바람까지
어쩌면 하나같이 저리 무심할까.
...
장점이 보이지 않는 이유
앞에서 누군가 '기준!'하고 외치면
단점은 앞줄에, 장점은 그 뒤에 서나 보다.
그것이 사람의 장점이
단점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이유일지 모른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맛볼때 배가 부르다, 배만 부른것이 아니다, 마음도 부르고, 뭔지 모르게 설레기까지 하다.
달팽이 안에 달이 그렇다.
책표지부터가 마음에 와 닿는 그런 책, 눈이 가는 책, 손이 가는 책이다.
'달팽이 글자 안에 달이 숨어 있는 것처럼 작은 일상 안에서 인생의 큰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말은 거짓이 아니였다.
우리가 지나치는 많은 것들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속표지로 들어가면
이 책을 읽을 때의 주의사항 같은 것이 나와있다.
앞에 사진에 있듯이
no additives
일상 속 순수한 의미들 외에는 일체의 화학첨가물이나 인공감미료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
best before
이 책의 유통기한 구입 시점부터 누군가에게 빌려 준 뒤 실수 혹은 고의적 의도로 돌려 받지 못한 시점까지
지인에게 책을 빌려주고 못 받는 책들이 있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아쉬운 책,
빌려보고 돌려주기 싫은 책
그런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우리가 가끔 잊고 사는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위의 사람들, 흘려보내는 구름 한 조각, 하얀 눈밭, 이런 많은 사소한 것들과 대화를 나눌 여유를 잊어버린것 같다는 아쉬움,
달팽이 안에 달은 이런 나를 깨워주는 고운 감성의 책이다.
머리맡에 올려두고 하루를 내다보는 시간에 함께 하고픈 책.
오랜만에 좋은 친구를 만난 듯 행복한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