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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관계에 정리가 필요할 때 - 모두에게 잘하려 노력했는데 진짜 내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윌리엄 쩡 지음, 남명은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6월
평점 :
한때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집에 물건이 넘쳐나서 늘 수납이 어렵기만 하던 나 역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보겠다며 여기 저기 정리를 하고, 필요 없는 물건은 나누고, 버릴 건 과감히 버리며 집안 구석구석을 비워냈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한 번의 도전으로 집안 모습이 확 달라지진 못했지만, 그래도 복잡하던 집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정도가 됐으니 첫도전 치고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게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보겠다고 미니멀리즘 관련 도서들 또한 여러 권 읽던 중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을 발견했으니 바로 '관계정리'였다. 물건만 정리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인간관계의 정리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저자는 하루에 하나씩 전화번호를 삭제한다고 했다. 수백 개가 넘는 연락처에서 더이상 나와 관계맺지 않는 사람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것. 당시 나에게는 무척 어려운 미션이어서 패스했는데 지금까지도 나의 휴대폰에는 500개가 넘는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다. 그때도 지금도 나에게 '관계정리'란 아주 어려운 미션이다.
이런 나를 사로잡는 책이 있었으니 제목이 <당신의 관계에 정리가 필요할 때>이다. 바로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싶다. 주변 정리를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나에게 이 책은 제목으로 먼저 훅 들어온다. 부제는 더욱 마음에 콕 와서 박힌다.
' 모두에게 잘하려 노력했는데
진짜 내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내 마음을 언제 와서 보고 갔나 싶을만큼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이다.
늘 현재에 충실하길 원하는 나는 일이든 사람이든 현재 나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무척이나 최선을 다한다. 그 일이 당장 중요한 일이 아니고, 그 사람이 내게 의미있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난 그 일이, 그 사람이 현재 나와 함께 하고 있기에 필요 이상으로 최선을 다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람인 경우 절대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이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상대방에게 맞춰주며 살아왔다. 직장생활 또한 그렇게 해왔더니 최근에는 내가 많이 지쳤음이 느껴진다. 내 주변에는 과연 누가 남아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관계에서도 정작 중요한 내가 사라진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런 나에게 저자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어릴 때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 아등바등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다르다.
어줍짢은 관계들에 신경쓰느라
진짜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점점 나이 들고 바빠지는데,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좀 더 좋은 인연들과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 한결 편안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더 이상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없이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인생을 만들 수 있기를.
- p. 7 -
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리 가깝지도 않은 직장동료가 나에게 와서 늘어놓는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거부하지 못하고 계속 듣던 중, 아이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에 받을 수 없다는 착신메시지 발송 버튼을 누르던 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는 엄마인 나와 꼭 통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을텐데 지금은 다른 부서로 옮겨서 연락도 않는 그 동료를 위해 난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거절'을 맛보게 한 것이다.
저자는 이런 나에게 다섯 가지의 조언을 들려주며 앞으로는 그런 우를 범하지 말라고 한다.
1) 정말로 좋은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한 관계 원칙
2) 사랑을 제대로 시작하고 오래 지키기 위한 관계 원칙
3) 가장 가깝지만 가장 서툰 관계를 위한 원칙
4) 스트레스 없는 랜선 생활을 위한 관계 원칙
5)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한 원칙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끝으로 신신당부를 하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모든 만남과 헤어짐에는 때가 있고,
그 어떤 관게도 평생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저 양심에 부끄럽지만 않으면 괜찮다.
친절은 내게 가치 있는 사람들에게 베풀면 된다.
- p. 290 中 -
저자가 책앞표지에 적어 둔 '관계의 제 1법칙' 처럼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정말로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면
너무 많은 사람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말 것
내 인생의 후반전은 이제 '관계의 제1법칙'처럼 이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에너지를 쏟으며 말이다.
이젠 나도 매일 연락처를 하나씩 지울 수 있을 것 같다.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서 소중한 사람들만 남겨두고 싶다. 휴대폰에서도, 나의 실제 관계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