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감이 벌을 쳐서 벌통이 다섯 개 있었어. 그런데 사흘 동안 벌이 한 마리도 밖에 안 날아가는 거야. 그냥 가만히 있었어. 기다린 것이야. 영감은 마당을 왔다갔다했어.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무슨 전염병이야? 자연에 뭔가 일이 일어났어. 그런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이웃집 선생이 설명해줘서 알게 되었는데, 꿀벌들은 재앙을 바로 감지해서 우리보다 더 지혜롭게 잘 대처한 것이었어. 라디오, 신문이 침묵할 때 벌들은 이미 알고 있었어. 나흘째에야 벌통을 나갔어. 말벌이 있었는데, 말벌 집이 처마 밑에 있었어. 아무도 안 건드렸는데 말벌들이 아침에 갑자기 싹 사라졌어. 죽은 벌도, 산 벌도 없이 싹 사라졌어. 6년 후에야 돌아왔어. 방사선은 사람도, 짐승들도 놀라게 했어. 새들도······. 나무는 말만 못할 뿐, 똑같이 겁을 먹어. 아무 말이 없어. 그런데 콜로라도 감자잎벌레들*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기어 다니면서 우리 마늘을 뿌리부터 이파리까지 집어삼키고 있어. 감자잎벌레들은 독에 잘 적응하는 놈들이야. 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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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eBook <체르노빌의 목소리> (체르노빌의 목소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