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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2014년 12월 24일,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아마 단체 문제인 것 같다.
동창회장에게서의 문자는 부모님 상이 아닌 친구의 별세 소식이었다
예전에도 이런 문자를 받았지만 잠깐 마음이 심란했지만 친한 친구가 아니어서
금새 잊었었다.
그런데 이번 문자는 달랐다.
강**.
이 녀석은 고등학교 2,3학년때 단짝이었던 친구였다.
백솔 담배를 아주 맛나게 피우고 발이 유난히 컸던 친구,곧잘 주먹도 잘 써서
어려운 것도 해결해주던 친구,그의 집 완주군 상관면에 가끔 갔다.
운치가 있는 자연과 개울가,그리고 친구의 집,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저녁을 맛있게 먹고 무슨 이야기인지 하염없어 떠들다 잠들면 금새 아침,새벽 6시40분에 학교로 등교했다.
고교시절을 떠올리면 꼭 떠오르는 소중한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죽었다.
한참 문자를 들여다 보았다.
여지없는 현실이었다.
나에게 절친한 친구의 죽음은 처음이었기에 강도 높은 충격이 왔다.
그리고 결정내렸다.
꼭 장례식장에 참석해야겠다.
꼭 먼길 떠나는 친구 술 한 잔 따러 주어야겠다.
저승길가는 노잣돈은 주어야겠다.
운도 없는 친구.
하필이면 왜 크리스마스 이브날 먼길을 떠났느냐....
그날 밤,아내와 저녁을 먹고 소주 한 잔을 들이키며 다녀온다고 얘기했다.
25일 성탄절.
2시40분,나는 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3권을 집었다.
남은 페이지는 100여페이지, 도착 할 때쯤 다 읽을 것 같았다.
내 안에 표트르 카라마조프도 있고,드미트리,이반,알렉세이,조르마 신부,
스코르자메프, 모든 사람이 다 있었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표독하고 더러운 마음,잔인하고 연약한 마음,강하면서 안일한 마음,
사람으로써 해야 할 짓과 안 해야할 짓등을 다 하는 이중적인 마음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 내면의 표상을 짓누르는 이기적인 인격이 있다.
다 읽고 지금에서야 느낀 것이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의 모든 감정을 이 책에 담고 싶었나 보다....
전주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장례식장.
영정 사진 속의 친구가 날 보고 있다.
그 젊은 날 멋진 사진을 담아 놓았으면 좋으련만...
가족들도 갑작스러운 현실에 그럴 경황이 없었으리라...
아들 셋, 딸 하나, 아내와 네 자녀를 남겨두고 어떤 마음으로 떠났을까...
큰 애는 대학생, 막내는 이제 5살...저 어린 녀석을 보니 내 마음도 이리 아프거늘... 너는 어떻게 떠났니...
18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아내, 제수씨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친구의 죽음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술을 따랐다.
빈잔에 한 잔, 두 잔, 망자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우리 젊은 추억의 시간들을 위하여...
친구여...
그래, 그곳은 춥지 않은가?
여기 걱정일랑 하지 말고 이제 푹 쉬시게...
그대와 나누었던 시간들은 이제 추억으로 남으리..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지만 마음속에 너는 언제나 살아 있으리....
그 밤,
친구 하나 찾아오지않는 쓸쓸한 장례식장에서 나홀로 소주 2병넘게 마셨고
담배를 쉼없이 피웠다.
조의를 표하는 부조함 옆에 한 권의 책을 두고 소리없이 나왔다.
내가 마지막 장을 넘겼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3>책이었다.
가는 길이 지루하면 읽게나.
새벽 찬바람이 코트깃을 여미게 만들고 나는 담배 두 대를 뽑아 불을 붙였다.
먼길 떠나는 친구에게 한 개피를, 택시타고 어머니댁으로 가는 나를 위해 한 개피를...바람에 차갑게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