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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한솥에서 도시락을 4700원주고 샀다.
조지아 커피를 배낭에 챙기고 수리산에 올랐다.
굴곡이 지는 그런 산길이 아닌 평지처럼 완만한 곳을 30여분 걸으면 내가 좋아하는 벤취가 나온다.
그곳에 도시락을 펼쳤다.
그리고 은교를 옆에 앉혔다...
은교.
은교를 먼저 영화로 보았다.
영화의 감동은 대단했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원작과 영화감독의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해야 하나? 원작이 좋아서?
감독의 연출이 좋아서...
당최 궁금해졌다. 그래서 자유문고에 들려서 '은교'을 담았다.
좀 한가해졌다.
이런 여름날 더위속에서 일한 내 자신에게 선물을 주어야지.
그리고 도시락을 펼쳤다. 맛있었다. 도시락은 여러 가지 반찬과 햄과 스테이크가 들어 있었다. 소스를 묻혀서 젖가락을 집어 입안으로 들어오는 음식의 감촉은 황홀했다.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구나. 만원도 안 드는 돈으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시원한 맥주를 안 준비해온 것을 지금에서야 후회했다.
은교...
우선 작가의 역량과 작품의 완성도에 놀랐다.
저자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같다.
69살의 노 작가와 17살 은교,그리고 서지우 세 사람의 사랑이야기.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지, 그리고 이야기를 펼쳐나갔지...
세세한 내용과 내면의 감정들을 빠르고 박진감있게 풀어 놓았다.
누군가 앞에서 이야기 하듯이 말이다.
1- 왜, 70이 다 된 노인과 17살의 은교였을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그 어떤 메시지를 박범신 작가는 전하려는 것이
였을까?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 나이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것.
2-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하고 싶은 사랑이야기다.
그 것을 어떤 형식과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은 작가의 대담함에 경외를
표하고 싶다. 작가는 오직 책으로 말한다.
3- 마지막, 이적요는 서지우의 차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마지막을 그렇게 아쉽게 파국으로 내달리게 한 이적요,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4- 은교는, 소설속의 은교는 과연 17~18살일까?
아름답게도,천박하게도,정신미숙아이기도,그 어떤 성숙의 강을 넘은 아이일
까? 알 수 없는 애이다.
과연 나라면? 내가 그런 상황에 쳐했다면?
글의 묘미는 이런 것이다.
오랜만에 걸작을 한 편 읽었다.
은교를 거의 읽을 때쯤 한 숨 잠이 몰려왔다.
바람과 새 소리, 그윽한 산의 울림,저 멀리서 학교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모든 것이 아름답게 들린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때론 나조차 알 수 없는 그런 순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