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초대장>

미국에 사는 갑부가 4천억 달러를 투자해서 미래 도시를 만든다고 한다. 도시 내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한 미래도시라고 한다. 5백 만명을 거주시킬 계획이며, 헨리 조지 방식의 토지소유제까지 도입한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형태인지는 모르겠다. 15분 이내에 직장도 학교도 시장도 문화센터도 갖춘 도시는 온갖 첨단 설비에 의해 운영된단다.갑부는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또 다른 갑부인 머스크는 화성 프로젝트 X를 설명한다. 미소를 띤 얼굴과 정중한 태도로 화성에서의 미래에 함께 하지 않겠냐고 한다. 


이 공개된 초대장은 사실 공수표여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중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초대장을 공개하면서 여유롭다. 미래도시와 화성 이주를 향한 열망이 지구의 대안이기라도 하듯이 당당하다. 그렇다. 이 두 개의 사업은 말하자면, 공개를 통해 정당성을 획득하는 봉합경제의 한 양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프로젝트에 연결될 수 없겠지만, 마치 이들의 비지니스가 지구의 운명을 개척하는 선구안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투자를 유치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구에 절망한 사람들은 화성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상상할 것이며, 인간에 절망한 사람들은 미래도시 프로젝트에 열광할 수도 있겠다. 


<두 개의 법안>

텍사스에 낙태금지법이 있다고 한다. 반면 일리노이주에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한 남성을 고소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당사자가 아니라도 성범죄자나 가정폭력범을 고소하도록 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란다. 벌금이 만 달러부터 매겨지는데, 절반은 텍사스에서 낙태를 하지 못해 일리노이주로 오는 여성들의 낙태 수술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 대립하는 법안은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을 의미한다. 자기결정권이 자유와 만나는 곳에 어떤 진실이 있다고 확신한다. 낙태를 하지 않겠다는 일도, 낙태를 하겠다는 일도 자기구성의 윤리에 닿아 있다. 낙태를 막느냐 허용하느냐에만 몰입한다면 영영 '문제'로만 남게 될 수도 있겠다.   


< 두 개의 시간>

눈이 아파서 머리가 어지러워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듣게 된 정보를 끄적인다. 공들여 누군가 써 놓은 글을 읽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다는 행위는 일단 나를 고양시키는 일이다. 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접촉하는 일은 자신을 중단시키고 작은 분기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목적이 분명한 독서라도, 읽기에 빠져 있다가 간혹 정신을 차리게 되면, 자신과 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 사소하고 담백한 행동이 삶의 고양이 아니고 뭐겠는가. 그렇지만 나는, 왜 삶을 고양시켜야 하는지 의문에 빠지곤 한다. 


책을 '읽기'가 아니라 책을 '쓰기;가 문제다. 읽기에는 해가 덜하다. 쓰기에는 독이 있다. 어떤 독은 그래, 누군가에게 약이 되기도 하겠다. 그러나 그때의 약이란 하나의 비평이므로 '읽기'를 떠난 상태다. 좋은 독을 생산한 저자가 인기를 얻는다기 보다는, 비평 무대에 오른 글이 약의 가능성을 두드리는 것이다. 비평은 다른 종류의 '쓰기'다. 쓰기의 독과 비평의 약 사이에서 인과는 개인적인 것들이 아니다. 


그래도 독이다. 그래서 쓰려는 자는 늘 자신을 점검해야 한다. 만들어진 독이 어디로 가겠는가. 인기 없는 글을 쓰는 사람은 실은 독이 아주 미량이라 독도, 약도 아니라는 뜻이다. 글을 쓰고 더 쓸쓸해질 때면 이 사실을 떠올리면 된다. 해독중이라고. 만들어진 독이 저절로 해독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이다.


자신의 인식 수준을 참된 방향으로 끌어가려는 도덕적 국면을 만들어야 한다. 나라는 동굴을 개방시켜서 편견을 조정하는 자발성을 소박하게 경험해야 한다. 그런 의지를 티끌만큼도 갖지 않은 읽기는 자아를 비대하게 만들고, 고립을 자초하는 것만 같다. 그렇게 달래고 달래도 그럴 수 없다 한다. 왜 자신의 삶을 고양되거나 파괴될, 무시무시한 무대 위에 올려놓아야 하느냐고, 울분이 솟는다. 여기에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 읽기의 시간과 쓰기의 시간.  나는 영영 주체적 삶을 살 수 없거나, '주체'는 '나'라는 생명활동이 일어나는 이 몸과 연관이 없다 하겠다.


* 이 그림은 <제목 없음 87>입니다.  트러블드 워터 속에서-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랫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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