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쳐도 괜찮아.
많이 힘들었을 때, 참 위로가 되었던 말이었다. 어떻게든 버텨내야한다고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을 때, 가끔은 그냥 창 밖으로 몸을 던져 이 모든 게 끝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냥 내일 지구가 망해서 모든 것이 끝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 나에게 그만둬도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있었다.
도망쳐도 괜찮아. 그래서 제목만 보고도 왈칵 눈물이 솟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도망쳐있다. 그렇지만 계속 도망쳐도 될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도 생각도 많다. 그런 내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쓴 10가지 사례를 담고, 의사인 저자 스스로의 이야기도 담은 이 책은 위로가 되어 주었고, 때로는 집단 상담을 받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도 들게 해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 연락 온 동기 언니에게 나 역시 같은 말을 전했다. 언니 도망쳐도 괜찮아요. 버티지 말아요. 그럴만한 가치가 없어요. 언니가 가장 소중해요. 당장 일 때문에 도망칠 수 없단 그녀에게 나는 그래도 괜찮다고, 어차피 회사는 굴러가게 되어 있다고 언니를 괴롭히는 사람이 고생할 것을 걱정해서 참고 일하지는 말라고 이야기했다.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는 모르겠다.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도망쳤다는 얘기도, 혹은 버티고 있다는 얘기도 듣기는 아직 조금 무섭다.
마음이 힘이 들 때, 어떻게 내려놓고 어떻게 다독이면 좋을지, 어떤 액션을 취하면서 어떻게 도망가면 좋을지 저자는 도망의 방법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었다. 도망치지 말고 버티자, 는 것이 대부분의 상식이던 중장년의 세대부터 히키코모리가 많은 요새 아이들까지 저자는 그들의 아픈 부분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본인의 이야기도 솔직히 털어놓으면서 어떻게 도망치고 벗어났는지를 따스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도망쳐도 괜찮다. 세상에는 길이 많고, 방법도 많다. 도망을 치기를 원하는 것도 나이고 버티고 싶어하는 것도 나이다. 이 모든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나에 대해 좀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당장 오늘이 지치고 힘들다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위로가 된다. 용기도 조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