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길러주어야 할지가 참 막막하고 어려웠다. 필사가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좋다고 해서, 원고지 양식을 받아서 워드 작업으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타이핑하고, 조금씩 따라 쓰게 시켰던 적도 있었다. 물론 재미있고, 유명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조금씩 쓰면서 이야기가 끊기기도 하고, 글이 길다 보니 아이가 지겨워하고 힘들어해서 조금 하다가 접었던 슬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동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도전하게 되었다.
시도 꾸준히 읽으면 좋다고 하는데, 시집을 빌려와서 읽어주어도 크게 감흥이 없는 아이라 걱정을 하기도 했었던 터라, 일석이조라는 생각으로 엄마는 조금 신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다행히 아이 역시 필사라는 말에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짤막한 동시를 보더니 해보겠노라 대답을 했다.
아이와 함께 동시를 읽고, 아래에 나와있는 단어의 뜻도 함께 읽어보았다. 그리고 원고지에 또박또박 따라 써보면 일단 필사 완성. 엄마는 옆에서 물개 박수를 치면서 예쁜 글씨를 찾아서 동그라미를 쳐주고, 칭찬을 퍼부어주면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예쁜 글씨와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 썼다!'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아이를 잡고 작품 감상을 재빨리 읽어준다. 엄마 생각에는 말이야~ 하면서 얼렁뚱땅 아무 말 대잔치를 곁들이다 보면 아이는 그게 아닌 거 같은데, 하면서 옆에 앉아서 선생님의 작품 감상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그럼 엄마는 다시 한번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너의 생각이 너무 멋지다며 칭찬을 한다. 그다음 활동은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이다. 다행히 아이는 이 부분에서는 큰 거부감 없이 내가 그림을 좀 잘 그리지, 하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끄적끄적 시를 쓰기도 했다.
한 번 옮겨 쓰는 것이 열 번 읽는 효과와 같다는 말도 있다. 이렇게 동시를 하루 한 편씩 적다 보면 아이의 문해력도, 감수성도 부쩍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오늘도 엄마는 영혼이 5g쯤 빠진 칭찬을 준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