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 작품은 어떻게 스토리가 되는가
김용주 지음 / 소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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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시 디자이너로서 현장에서 겪는 고충과 작업 과정을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동안 기획한 전시전을 소개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국립현대미술관 1호 공간 디자이너로서 우리나라의 전시 디스플레이 퀄리티와 수준이 어느 단계까지 발전했는지 책을 통해 상세하게 전달한다. 박물관, 미술관, 전시회 등을 가볼 일이 많아서 많이 가봤지만 전시 디스플레이를 준비하는 전시 디자이너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들이 전시전을 기획할 때 어떤 고민을 갖고 임하는지, 작품 주제와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배치나 동선에 신경 쓰는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작품 하나만으로도 이야기가 되겠지만 특별 전시전을 열 경우엔 건물 구조 파악부터 표현 방식을 어떻게 나타낼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 관람객을 맞이한다.

문득 읽다 보니 드는 생각은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전시 디자이너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는 거다. 나름 많은 곳을 가봤지만 같은 작품을 전시하더라도 주제에 맞게 작품을 배치하고 공간을 꾸미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사람들이 전시회를 보러 가는 이유는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서지만 주제의식을 나타내는 건 전시 디자이너의 몫이다. 특히 비엔날레처럼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참여 작가와 작품 수가 많고 형태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여 꾸민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미쳐 간과하고 있었던 영역인데 관람객들이 의도한 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디자인한 이들이야말로 숨은 주역이었다.


전시회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예술로 승화시킨 전시 디스플레이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사람들은 시각과 감각, 경험에 집중하기 때문에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전시 공간 구성도에 따라 전시 영역을 꾸미고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디자인이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야 관람객들이 봤을 때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엔 박물관이나 전시회, 미술관을 갈 때면 다르게 보일 것 같다. 전시 디자이너는 어떤 생각과 고민을 거쳐 이렇게 꾸미게 되었으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살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전시 공간 평면도를 보니 뒤에서 얼마나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시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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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연습 - 성숙한 삶을 위한 오유경의 마음사전
오유경 지음 / 오후의서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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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KBS에 입사하여 25년간 근무한 뒤 50살이 되던 해 돌연 사퇴한 아나운서 오유경이 건네는 22가지 마음가짐을 담은 책이다. 나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어른이 된다는 건 성숙한 마음을 가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말 한마디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1장 - 여유, 홀로서기, 시간 관리, 배우기, 감정, 일

2장 - 사랑, 인간관계, 성공, 실패, 용기, 어른

3장 - 가꾸기, 소비하기, 비우기, 말하기, 읽기

4장 - 즐기기, 건강관리, 죽음, 누리기, 책임감


저자는 각 장별로 주제를 나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인지 담담하게 풀어낸다. 책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메멘토 모리'로 죽음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면 시간 관리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것에 시간을 할애하다 보면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연차와 직급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음에도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인생3막을 여는 결정을 내린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삶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선 취미생활, 운동, 식사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반드시 돈과 직결된 일이 아니더라도 취미생활 하나쯤은 해보면서 배워두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한 일에 돈을 쓸 줄 알아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생각도 달라지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 기본 체력이 쌓여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되돌아보니 알 것 같다. 1~20대까지는 학교에서 배우고 사회생활에 몸으로 부딪히며 버텨내는 시기라면, 30대부터는 경험치와 경력을 쌓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내는 시기다. 그렇게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가다 문득 잘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40대 문턱을 넘을 때 수많은 의문표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그 질문이 정리되면 마음이 안정을 되찾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갈 때다.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나이만 들고 어른 아이처럼 아직도 철들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욕심을 내려놓고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어른이 되는 연습 일지도 모른다.


균형 잡힌 삶을 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인생의 다음 챕터로 넘어가고자 하는 사람에겐 저자의 조언이 마음에 큰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이 나와 맞닿은 지점을 발견할 때면 공감하게 된다. 이 험한 세상에서 자신이 생각한 대로 간다는 건 수많은 난관에 직면해야만 한다. 오늘도 끝없이 마음을 다스리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으로 잠 못 이루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 아직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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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 -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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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칠십. 스페인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네 자매의 좌충우돌 여행기는 신기하게도 유쾌하고 발랄하게 읽힌다. <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는 신간이 아니라 지난 2002년에 펴낸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과 1978년 에세이집 <생과 만나는 저녁과 아침>에 실린 '로스앤젤레스에 두고 온 고향'과 1977년에 본 비철의 파리, 1999년에 본 제철의 파리를 함께 엮어서 펴냈다. 평균 나이 칠십이었던 이들 네 자매가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 시기는 1999년이니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이다. 여러 사정으로 몸이 편치 않고 성격도 각자 다르지만 20년 동안 서로 다른 대륙에서 헤어져 살던 이들 네 자매는 다시없을 여행에 마음과 뜻을 모아 함께 스페인을 떠난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비철과 제철을 자주 언급하는 데 뜻을 찾아보니 비철은 비수기, 제철은 성수기라는 의미였다.

여행을 떠났을 당시 저자의 나이가 꽤 있었을 시기인데 월등한 필력과 섬세하게 묘사한 문장력은 깊은 몰입감을 준다. 다른 여행기에서 느껴보지 못한 방대한 지식을 담은 글 덕분에 책에 빠져 읽는 재미를 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환갑을 다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곳에서 겪는 모든 일들은 새롭기만 하다. 그건 혼자가 아닌 네 자매가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이끌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시리도록 눈부시게 푸르른 날에 마드리드 궁전을 나오자마자 백치기를 당해 300달러와 소지품을 잃어버려고 여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네 자매가 함께였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선 모든 일들이 지난 추억으로 남을 사건이지만 낯선 여행지에선 방심하면 크게 당한다는 걸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지만 알람브라 궁전, 세고비아 성, 황금 탑, 카를로스 5세 궁전,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웅장하고 경이로운 광경은 그 나라에 직접 가서 봐야지만 체험되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기엔 많다고 볼 수 있는 나이대임에도 해외로 떠난 이들 네 자매를 보며 희망이 생긴다. 여행이란 무료하고 평범했던 일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크나큰 추억을 선사해 주기 때문에 어디로든 떠나려고 한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면 평생 모를 일이다. 네 자매의 끈끈한 우애와 서로를 챙겨주려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와 여행을 떠나야 하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이렇듯 여행지에서의 일들을 충실하게 기록한 저자 덕분에 미지의 영역에 있던 세계가 바로 어제 일어난 일처럼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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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 대한민국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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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되어 10년 형 실형을 받고 투옥된 지 3년째인 1931년 6월부터 '조선일보' <조선사>라는 제목으로 1931년 12월까지 연재한 글을 엮어서 내놓은 책이 <조선상고사>다. 원본은 일반 대중이 편하게 읽기 힘든 책이라는데 김종성 사학자의 번역으로 우리 시대에 읽기 쉽도록 쉬운 문장과 정확한 사료로 보강하여 내놓은 것이다. 예전부터 <조선상고사>라는 책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과연 총론부터 신채호 선생의 역사철학이 여실히 드러났다. '아'와 '비아'의 투쟁과 역사를 구성하는 3대 요소로 인간·시간·공간으로 보는 관점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올바른 역사는 기록된 사실에 근접하여 알려고 해야 하는데 우린 혹 붙은 한국사를 진짜 역사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합리적인 의문이 들었다.

주지하다시피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에서 식민사관에 의한 역사왜곡 사례가 대표적이지만 자주파 묘청을 숙청하고 사대파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도 고대사를 청소하기 위해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신채호 선생은 지적한다. 일연의 <삼국유사>도 마찬가지다. 고대사 사료들이 온전하게 남아있지 않다 보니 책의 결함과 오류가 있어도 교차 검증하지 못한 것이다. 근데 지금까지도 역사왜곡은 진행 중이다. 식민사관을 계승한 뉴라이트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사건 등 끊임없이 자신들의 과오를 지우고 어떤 목적을 가진 의도된 역사를 가르치려고 한다. '대한민국 교과서가 가르쳐 주지 않는 우리 역사'는 이렇게 난도질당하고 거짓말로 위장한 역사가 아니라 정확한 기록에 따른 진짜 역사를 말한다.


"역사는 역사 자체를 위해 기록해야 한다. 역사 이외의 다른 목적 때문에 기록해서는 안 된다. 정확히 말하면, 사회의 객관적 흐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는 것이 역사다. 작자의 의도에 따라 사실 관계에 영향을 주거나 덧붙어거나 바꾸어서는 안 된다."


이 관점에 따르면 태조(1392년)부터 철종(1863년)까지 25대에 걸쳐 472년간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한 사관들은 독립성과 비밀성이 보장된 채 집필을 이어갔으니 얼마나 위대한 역사인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일갈한 신채호 선생의 말마따나 잊어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된 사실을 기록한 역사를 진짜 역사로 알고 배우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세계사를 배우려는 열정은 넘쳐나면서 왜 우리 한국사를 제대로 알려는 노력엔 학계조차 의견이 분분한가? 앞으로 역사를 배울 때 <조선상고사>는 두고두고 읽어나갈 것 같다. 우리 고대사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채호 선생이 조금이라도 부유했다면, 옥중에서 건강이 악화되지 않았다면 아마 퇴보한 역사관을 바로 세우고 진실에 근접한 고대사를 완성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조선상고사>는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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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 격전의 길을 걷다 - 7년의 전쟁, 다시 돌아보는 임진왜란사
안광획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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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국 곳곳을 누비면서 임진왜란 전적지를 답사하며 발굴한 저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우리 역사에서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은 매우 중요한 전쟁이었다. 선조들은 침략한 왜구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였고, 이름 없는 영웅들이 들풀처럼 일어나 의병대를 조직하여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목숨을 내놓으며 싸웠다. 우리가 잊지 않고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다시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함도 있고, 흔적이 남아있음으로 후세에 사는 사람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몇 유적지는 제 모습을 잃은 채 개발 논리와 지역 간 이해타산 속에 훼손되고 방치되었다는 사실은 씁쓸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이렇게 소홀히 여기는데 중국과 일본에서 자행되는 역사 왜곡에 당당할 수 있을까?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임진왜란 답사 여행을 코스별로 일정을 짠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역사 답사 여행을 해본 적이 있는데 실제 그 지역으로 가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까 이해가 쏙쏙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임진왜란 중 모르는 전투가 많다는 걸 알았다. 근데 답사 현장에 대한 기록과 함께 읽으니까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과연 임진왜란 당시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장에 직접 가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인물 이야기와 무기 이야기를 중간에 실어서 임진왜란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부분도 괜찮았다. 임진왜란을 다룬 수많은 책이 있었지만 이 책에서 언급한 전적지를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었다.


이 책은' 1부 반침략 투쟁의 현장을 찾아', '2부 조선에는 이순신이 있었다', '3부 의병의 궐기, 깨어나는 한반도', '4부 반격의 서막', '5부 다시 시작된 전쟁 마침내 이룬 승리'로 각각 사건 순서대로 구성하였다. 임진왜란 전적지를 아이와 함께 가도 좋고 역사의 현장을 느끼고 싶다면 찾아가도 좋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임진왜란 중 이순신 장군과 권율 장군, 곽재우 의병장 외에는 다른 곳에서 벌어졌던 전투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별로 없다. 분명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던 역사인데도 생소하다. 새삼 느끼지만 역사를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일이 관심에서 멀어지면 어려운 일이라는 거다. 이 책을 통해 임진왜란의 역사를 발굴하고 방치해서 초라한 모습만 남은 유적들은 재정비되기를 바란다. 재조명 받아야 할 영웅들은 얼마나 많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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