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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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을 합치면 1,020쪽 분량인데도 소설의 짜임새에 빈틈이 없다. <우리 몫의 밤>은 수상 경력이 대단히 화려하다. 에랄데상, 스페인문학평론가협회 비평가상, 켈빈505상, 셀시우스상, 프랑스 이매지날상은 물론 여러 유수의 시상식에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애플 TV+에선 알폰소 쿠아론 감독 제작으로 드라마화까지 예정되어 있다. 얼핏 우리에겐 생소한 아르헨티나 배경으로 한 오컬트 호러를 표방한 소설이다. 작가인 마리아나 엔리케스도 국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물음표가 붙는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1권 초반만 읽어봐도 마리아나 엔리케스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이고 천상 이야기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후안은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2미터의 거구인데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에겐 남들에겐 없는 메디움이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의 아들인 가스파르에게 유전이 되어 똑같은 능력을 쓸 수 있게 된다. 가스파르도 죽은 영혼이 보이고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된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후안과 혼자 남을 처지에 놓은 가스파르는 어둠의 기사단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작가는 주술과 오컬트 요소를 소설에 녹여 특유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었다. 자칫 마니악스러울 수 있는 내용인데도 낯설지 않게 풀어내는 탁월한 솜씨에 감탄하며 읽게 된다.


분명 라틴 아메리카 환상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이걸 드라마로 풀어내면 얼마나 긴장감 넘치게 표현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어둠의 신을 숭배하는 잔혹한 기사단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후안과 가스파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섬세한 필력으로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선정적인 장면과 잔혹한 표현 또한 과하지 않고 플롯의 필연적인 부분이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이 책을 집어 든 순간 1~2권을 모두 읽지 않고는 못 베길 것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풍부한 상상력에 빠져들 것이고 고딕 문화의 새로운 매력이 무엇인지 이 책은 확실하게 증명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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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한국사 - 시대를 뒤흔든 문제적 인물들
홍장원 외 지음 / 날리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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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부터 현대사까지 총 18명의 문제적 인물들에 대해 역사학자, 시사평론가, 프로파일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역사학자가 역사적 사실을 펼쳐 놓으면 시사평론가와 프로파일러 입장에서 분석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늘 그렇듯 역사를 보면 어떤 최고 권력자가 나라를 통치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과 민초들의 삶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이다. 죄 없는 국민들은 국가 권력에 의해 이유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해야 했고 심지어는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기까지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대사만 놓고 보면 과연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전의 전두환에게 묻지 못했던 그의 죄를 기억함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통된 가치를 만들기 위함이다. 서로의 이념과 국가관은 다르더라도, 우리가 공히 지켜나가야 할 단 하나의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을 학살한 인물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되어야 한다."


<전두환> 편에서 저자가 말한 이 부분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모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는 기록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념이 들어가거나 왜곡시켜 곡해한다면 그 자체로 틀린 것이다.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존재하는 것이고 그 시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야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역사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 우리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 이유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수많은 매체들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조차도 진실에 눈 감아버리는데 역사를 바로 아는 길이 기본 소양을 다하는 길이다.


한국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러 개 가진 김활란은 여성운동가이자 박사학위를 따고 전문학교 총장을 지낸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표적인 친일 지식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누린 명예와 기회들은 친일 행적으로 인해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중일전쟁 이후 칼럼과 강연 활동을 통해 전쟁을 옹호했고 국민총력조선연맹 평의원, 조선교화단체연합회 부인계몽독려반 등 각종 친일단체의 임원직을 맡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 행적으로 한자리를 차지했던 인물들은 해방 후 친일 청산이 와해되면서 모든 부와 명예를 독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룬 인물 중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사까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없다. 하나하나 깊이 파고들고 알면 알수록 그들이 저지른 사건들은 정말 시대를 뒤흔들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죽어나가야 했다. 근데 흥미로운 건 몇몇 인물을 제외하곤 대부분 이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 소설에서 만나봤다는 거다. 우린 망각의 동물이기에 잠시 잊을만하다 싶으면 다시 끄집어내서 상기시키는 것도 좋다. 어느 부분을 펼쳐서 읽어도 한 인물에 대한 전체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무겁지 않아서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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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시프트 - 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의 동력이 되는가
벤 라말링검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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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시프트는 스트레스를 삶의 동력으로 바꾸는 원리에 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져 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압이 오르고 술과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다 보니 살이 쪄서 초고도비만 상태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풀려고 하거나 되도록 덜 받으면서 일하고 싶어 한다. 스트레스는 몸에 해롭다는 인식만 있어서 이를 내 성장의 발판으로 삼거나 유의미한 시도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업시프트의 3가지 요소는 사고방식, 독창성, 목적의식이다.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 실제 있었던 수많은 사례를 들면서 왜 업시프트를 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부분이 설득력을 갖게 해주었다. 한 개인이 발전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일정 부분 스트레스로 압박을 받으면 자극이 되기 때문에 이를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태도와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다면 더 나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수험생이나 운동선수라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할 당위성이 부여되어 공부든 운동이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예를 든 스트레스는 삶을 옥죄는 기분 나쁜 스트레스가 아니라 동기부여를 얻기 위한 자극제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삶에서 스트레스를 제거한다면 삶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무엇이든 정도를 지키는 선에서 내 목적에 맞게 지켜야 효과가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동력으로 바꾸는 6가지 유형을 들어 설명한다. 도전자, 기술자, 결합자, 연결자, 입증자, 지휘자가 그 유형인데 스트레스 활용법에 따라 내놓는 해결책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과부화 상태가 되는 반면 너무 적게 받을 때는 지루함, 무관심, 동기 부족을 경험한다. 아마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되는 말일 텐데 일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너무 몰아주면 과부화에 걸려 쉽게 번아웃이 오지만 스트레스가 덜 받다 보면 오히려 배우고 성장하기를 멈춰버리는 등 업시프트를 위한 마음가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진정한 도전자가 되려면 자신과 사람들의 마음,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족쇄를 벗어던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도전할 때 만들어내는 변화의 핵심은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성장하기 위해선 업시프트의 핵심 요소는 사고방식, 독창성, 목적의식을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되돌리는 마음가짐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스트레스라는 압박을 두려워하고 불쾌하게 여기기보다는 상황을 바꾸려면 해결책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다. 이를 풀기 위해 대부분 담배를 태우거나 많이 먹고 커피나 술을 마시거나 험담을 하는 등 안 좋은 방향으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요지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의도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성장을 위해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갖고 있던 일종의 편견을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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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무기들 - 브랜딩 시대, 30가지 일의 무기로 싸우는 법
윤진호 지음 / 예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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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미디어, 캐릭터, F&B 브랜드 마케팅 디렉터로 활동한 현직 마케터가 현실감 있게 쓴 책이다. 마케터들이 치열한 브랜딩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30가지 무기에 대해 알려준다. 이 무기들의 진가는 실무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때 발휘된다. 브랜드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 누구든 자신이 생산한 제품을 파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더욱 치열해진 마케팅 시장에서 마케터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물건을 판매하는 일이고, 물건을 팔려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와 브랜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모든 마케터의 업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한 경쟁시대를 사는 오늘날 마케터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에 대한 개요서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 듯싶다. 마케터로서 들고 있으면 좋을 무기로는 커뮤니케이션과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마케터는 일방향 소통이 아닌 양방향 소통으로 받는 피드백은 브랜딩을 확고히 다지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다. 그리고 상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면 글쓰기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글쓰기에 더해 스토리텔링과 시나리오 기획법, 콘텐츠 기획까지 잘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무기라는 것도 경험을 쌓고 노하우가 생기면 어느새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실력 향상은 현직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생겨나게 마련이다. 누구든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는 마음을 가지고 부족한 무기가 보이면 발견하고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무기는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데 부록으로 '무기를 만드는 원칙', '세상의 여러 마케터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무기를 키우는 법'을 수록하였으니 좋은 마케터가 되기 위해 어떻게 일머리를 잡고 실력을 키워야 하는지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점점 확장해나가는 것이기에 중요한 뼈대만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마케터의 세계를 알고 싶은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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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
존 버니언 지음, 릴랜드 라이큰 글,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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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무심히 바깥 풍경을 볼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곧 내일이 되듯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둑해진 밤거리를 걸을 때는 다소 긴장감이 높아진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세상 살기가 예전 같지 않고 나날이 팍팍해져 가는 마음 둘 곳도 없다. 무언가 혼탁해진 마음으론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부유하듯 붕 뜬 기분을 주체할 수 없다. 크리스천으로 신앙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세상에 나를 드러내지 않고 비판조차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버니언이 옥살이를 하던 중 쓴 책으로 1678년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신앙인과 비신앙인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마치 탕아처럼 모진 풍파를 겪은 신앙인이 읽는다면 재차 믿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비신앙인이 읽게 된다면 세상이 주는 진리보다 참된 좁은 문을 찾아 떠다는 소설 속 크리스천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게 될 것이다. 수많은 비유와 은유로 가득 찬 <천로역정>은 온갖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결국 천국으로 가는 여정이 옳다는 걸 보여준다. 이 책 중간마다 해설을 곁들었고 '책 속의 책'에선 영문학자 릴랜드 라이큰의 <천로역정 가이드>를 실었다. <천로역정>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서 이 책을 <천로역정>의 결정판으로 삼아도 무방할 정도다.


<천로역정>은 현재 신앙생활이 흔들리거나 여러 가지 일로 힘들어하는 분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의도된 듯 비유를 들어서 세상이 온갖 유혹과 간사한 말재간으로 어떻게 뒤흔드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향해야 할 곳은 전도사가 처음에 가리켰던 빛이 보이는 좁은 문이다. 그 좁은 문이 바로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불현듯 찾아온 죄의식을 떨쳐내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나선 크리스천의 여정은 바로 우리들의 세상 속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그 의미가 새롭게 읽히고 영원하지 않은 세상을 사는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진리 속에 자유함을 얻을 날을 꿈꾸며 <천로역정>이 주는 메시지를 새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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