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세계사 - 풍요의 탄생, 현재 그리고 미래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장영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사를 넓은 관점에서 보게 해준 윌리엄 번스타인의 또 다른 역작이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정하는 네 가지 조건인 모든 유형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률 시스템, 과학적 방법, 자본시장의 존재, 통신 및 운송 기술로 어느 조건 하나 빠져선 성립되지 않는다. 재산권, 자본시장, 운송 및 통신 시스템, 과학적 합리주의가 완성된 20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후기산업사회 단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유럽의 예를 들어보면 19세기 중반쯤에도 불법과 무법이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였다. 제2천년기 동안 법률, 금융, 운송, 통신 등이 발전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건 산발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사회 전체를 바꾸기엔 이를 억제하는 강력한 봉건 제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운명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걸까? 정해져 있다면 지리적, 환경적 요인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묘사된 중세 시대의 유럽은 문명화된 사회라기보단 종교재판과 살육이 흔했고 거리는 지저분한 오물로 뒤덮인 미개한 수준에 머무른 정도였을 뿐이다.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은행이나 고리대금업 같은 금융이 발달하고 신대륙 항로를 개척하면서 새로운 작물과 문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물론 약탈한 전리품과 금 등이 유럽 경제를 활성화시켰는데 이는 다시 제국주의 시대에 세계 곳곳을 식민지로 만든 사례들이 합쳐서 부자 나라가 되었다고 본다.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재산권과 자본시장, 운송 및 통신 시스템, 과학적 합리주의가 발달했고 폭발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미국과 유럽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수 천 년간 유럽보다 문명이 앞섰지만 결국엔 개혁되지 못한 아시아·아프리카 문명은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개인 재산권과 자본시장, 운송 및 통신 시스템은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밑바탕이었고 과학적 합리주의로 인해 새로운 기술과 제도가 받아들여져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교류할 기회가 없는 문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구 한쪽에선 산업혁명을 일으켜 자본과 노동이 집약된 사회로 나아가는데 지구의 다른 한쪽에선 여전히 수렵과 채집을 하는 유목민이거나 농경사회인 채로 머문 것처럼 말이다. 20세기 들어서야 지구 곳곳에서 교류가 일어났는데 수십만 연간 수렵과 채집, 농경사회였던 인류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게 된 것이다.


"국가가 도로를 건설하고, 진료소를 세우고, 댐을 건설하기 전에 먼저 변호사와 판사를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꽃피우기에 앞서서 수십 년 동안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벗어나려면 경제 성장에 집중하여 국가 기반 시설을 재정비하고 재산권과 법이 지켜져야 한다. 자유시장 개혁, 민주화된 사회, 경제제도의 개선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성공적인 롤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크나큰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경제를 흥미로운 시각에서 쓴 이 책은 어렵거나 난해하게 읽히지 않아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인류가 부를 쌓게 된 과정을 알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로 추천한다. 오랫동안 의문을 품고 있던 질문에 대한 명시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빌론 부자의 비밀 - 고대 바빌론의 현자가 들려주는 부를 부르고 지키는 황금의 법칙
조지 S. 클레이슨 지음, 이정란 옮김 / 월요일의꿈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왜 100여 년 동안 전 세계인들에게 고전으로 불리며 꾸준하게 읽히고 있는지 그 이유가 담겨있다. 바빌론 최고의 부자인 아카드가 왕의 명령으로 100명에게 알려준 비법이 핵심이다.

첫 번째 비법 : 일단 돈을 벌고, 그중 10분의 9만 지출하라

두 번째 비법 : 예산을 짜서 지출을 관리하라

세 번째 비법 : 돈으로 돈을 낳아라

네 번째 비법 : 두둑해진 지갑을 지켜라

다섯 번째 비법 : 집을 소유하라

여섯 번째 비법 : 미래를 위한 수입원을 준비하라

일곱 번째 비법 : 돈 버는 능력을 키워라


구구절절 맞는 얘기다. 쉽게 말해서 월급을 받으면 반드시 저축을 하고 지출 관리는 예산 범위 내에서 한다. 돈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방법을 실행한다. 원금을 보전하고 이익을 낸 금액으로 재투자한다. 집을 소유하는 건 버겁지만 미래를 위해 수입원과 돈 버는 능력을 키우라는 말이다. 저축액을 꾸준히 늘리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법도 알아야 한다. 부자가 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로또에 당첨되거나 부자 부모로부터 상속받거나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재테크에 성공하거나 억대 연봉을 받거나 일 텐데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첫 번째 황금의 법칙 : 황금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수입의 10분의 1 이상을 꾸준히 저축하는 자에게 가까이, 그리고 점점 더 자주 찾아온다

두 번째 황금의 법칙 : 황금은, 자신의 수입을 유리하게 운용할 줄 아는 현명한 자에게 부지런히 찾아오며, 급속히 늘어난다

세 번째 황금의 법칙 : 황금은, 지혜로운 자들의 조언에 따라 투자하는 신중한 사람의 곁을 결코 떠나지 않는다

네 번째 황금의 법칙 : 황금은, 본인이 잘 알지 못하거나 경험 있는 사람이 추천하지 않는 분야에 투자하면 순식간에 그의 곁을 떠나버린다.

다섯 번째 황금의 법칙 : 황금은, 불가능한 것을 꿈꾸거나, 사기꾼의 그럴싸한 조언을 쫓거나, 자신의 미숙함은 깨닫지 못하고 덧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으로부터 달아나버린다.


저자는 황금의 법칙 5가지를 들어 돈을 대하는 지혜를 이야기해 주는데 지금도 통하는 방법이다. 투자는 잘 아는 전문가의 조언을 따라 신중하게 해야 하고 잘 알지 못하는 자들의 조언을 쫓다 욕망에 사로잡히면 돈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는 본인이 잘 알고 있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면 항상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어 있다. 로또에 당첨되어 갑자기 부자가 되었지만 불행에 빠진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지혜롭게 재산을 운용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 때문에 빠른 행복보다는 불행을 더욱 재촉시키는 것 같다. 저축을 강조하는 이유가 종잣돈을 모아야 그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를 해서 돈을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안전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저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때 욜로가 유행했지만 확실한 수익원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깨진 독에 물 붓기처럼 가진 돈도 다 잃게 된다. 마차 제작을 하는 가난한 반시르와 수금 연주가인 코비의 대화로 시작한 이 책은 지금의 부자들이 갑자기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 일곱 가지 비법과 다섯 가지 황금의 법칙을 꾸준히 실행에 옮긴 결과인 것이다.


일곱 가지 비법만 반복해서 읽어도 현재 자신의 금융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확실히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저축할 돈이 없기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카드 돌려 막기를 하거나 빚을 져서 사채업자의 돈을 끌어다 쓰고 결국에는 개인 파산에 이르는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수입의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 원금을 확보한 상태에서 재투자하여 자산을 늘려나가는 것만이 부자로 가는 지름길이다. 과도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섣불리 남을 따라 재테크를 하다 원금을 날려먹은 사람들보다 성실하게 과소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인 이나가키 에미코는 일정 부분 내게 영향을 준 인물이다. 2017년 6월 11일에 방영되었던 SBS 스페셜 <퇴사하겠습니다>를 보면서 이런 삶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외모가 아름답거나 젊지 않았지만 독신이자 1인 가구로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 속에서 꿋꿋하게 잘 살아간다고 느꼈다. 요가, 미니멀리스트, 소비하지 않는 삶 등 배울 점도 많았다. 월급 없이 살아야 했기에 값싼 아파트에서 냉장고나 세탁기 없이 안 쓰는 편을 택하며 자유롭게 사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 혼술을 주제로 신간을 펴냈다. 요즘은 1인 가구가 많아져서 혼밥, 혼술을 한다고 누가 눈치를 주겠냐마는 첫 발을 떼기가 어려웠나 보다. 역시 글마다 일본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별것 아니지만 꽤 주변 사람과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그녀의 글은 유쾌 발랄하고 읽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혼술 데뷔도 억지로 맡게 된 취재를 핑계 삼아 시작하게 되었는데 얘기를 듣자 하니 드라마 <히어로>에서 주인공인 쿠리우 코헤이가 수시로 바에 들러 혼자 술과 음식을 시켜 먹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녀가 혼술에 빠져들게 된 계기도 사장님이 해준 말에 끌려서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닐까?


"모르는 사람하고도 얘기를 나눌 수 있잖습니까? 그럼 인생의 폭이 넓어질 테니까요....."


표지에 그려놓은 것처럼 이자카야는 주방과 테이블이 맞닿아있는 구조라서 오히려 혼술 하기에 적당할 수도 있겠다. 흔히 우리가 아지트로 삼는 곳은 특유의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있다. 하루 종일 쌓인 스트레스와 긴장을 달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그녀가 혼술에 대한 책을 쓴다는 건 평소에도 술을 적당히 마셨다는 뜻은 아닐까.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혼술을 갈망할리는 없으니까 말이다. 혼술을 하게 되면서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걸 알았는데 역시 단골을 만들어야 마치 내 집 드나들듯 편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혼술의 묘미는 무엇보다, 기댈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낯선 상황 속에서 고독과 마주하는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감과 당혹감을 느껴보는 것이다. 뭐든 할 수 있다고 잘난 척했었는데 사실은 돈과 지위에만 기대며 살아왔을 뿐이라고 경악하는 일이다. 한심한 자신을 마주하는 건 벌거벗은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니까."


혼술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사회가 만들어준 감투에서 벗어나 솔직하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술집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른 삶을 알게 된다. 혼술을 시도한 의도는 그녀가 추구해온 삶과 닮아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함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경험 말이다."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지만 혼자서 술집에 가거나 맛집에 간다는 건 전적으로 나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행사한다는 의미다. 혼술 비기 12조까지 만들면서 진심으로 그 세계에 빠져든 이유도 보면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물론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캔이나 소주와 안줏거리를 산 뒤 집에 앉아 혼술을 해도 되겠지만 역시 분위기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이자카야 단골집에 들러 가벼운 술 한 잔과 안줏거리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좋은 선택이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혼술은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에서 그 자체를 즐기면 되는 일이다.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혼술 하는 여자들의 영상이 많이 올라오는데 굳이 오지랖을 떨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각자의 인생을 즐기면 될 뿐이다. 혼술에 익숙해지면서 자립심을 키우고 조금은 여유롭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피의 생태 경제학 - 커피는 어떻게 콜롬비아 국민의 삶이 되었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엔비비르 총서 3
조구호.추종연 지음 / 알렙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커피는 전 세계인의 기호 식품이다. 커피나무는 열대식물로 온화한 기후 지역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커피 재배 벨트 또는 커피 존으로 불리는 적도와 가까운 나라에서 주로 생산된다.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 종을 3대 원종으로 하며 엑셀사 종을 포함해 4대 품종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현재 세계 커피 생산량에서 6~70%는 아라비카 품종이 3~40%는 로부스타 품종이 차지한다. 이 책은 콜롬비아 커피 산업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커피의 역사부터 기본 상식까지 알아두면 좋을 커피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아마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까지 커피나무에서 생두를 재배하고 이를 다시 섭씨 200~400도의 열을 가해 30분 정도 볶는 로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양질의 원두는 로스팅이 끝난 뒤 신속하게 식혀야 하며 잘 밀폐해서 보관해야 한다. 한창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식후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업무 중 피곤이 밀려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믹스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달랬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막상 커피와 관련된 질문엔 대부분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한다. 어느 브랜드 혹은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맛있다 정도일 뿐 깊게 들어가면 지식에 한계가 보인다. 이왕 즐겨 마시는 커피라면 주 생산지와 로스팅, 품종에 대한 상식은 알아야 되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 다루는 콜롬비아도 커피 산업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주로 아라비카 품종만 재배한다고 한다. 이 책 덕분에 콜롬비아 커피 공장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콜롬비아에서 커피 산업은 경제, 수출, 농업에서 차지하지 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는데 현재 브라질과 베트남에 이어 제3위 커피 생산국이자 마일드 커피 기준 제1위 커피 생산국이라고 한다. 아마 우리도 한 번쯤은 어느 커피에선가 콜롬비아산 아라비카 커피를 마셨을지 모를 일이다. 커피로 인해 국가 경제를 먹어 살릴 만큼 비중이 높다는 것은 좋은 원두를 찾는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콜롬비아 국민에겐 커피는 곧 삶이며, 생계를 지탱하기 위한 중요 산업인 것이다. 그건 아마 지리적 요인과 기후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커피를 생산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이 갖춰진 에헤 카페테로는 201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커피 문화를 보유한 곳이다. 이런 명성을 계속 유지하려면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영국 왕립식물원에선 2080년까지 현재 아라비카 품종 재배지의 99.7%가 커피 재배 부적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지금보다 기후변화에 훨씬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커피와 콜롬비아 커피 산업으로 생태 경제학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 찬란한 생의 끝에 만난 마지막 문장들
한스 할터 지음, 한윤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국엔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다. 누군가에게 언젠가 찾아오는 죽음의 끝자락에서 육성으로 유언을 남겼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가. 임종 마지막 순간에 나를 아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공간 속에서 마지막 말을 남기며 눈을 감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허락된 일이 아니다. 그보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거나 큰 병에 갑자기 걸려서 말조차 꺼내놓지 못하고 떠난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이 땅 위에 모든 생명은 탄생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 단지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졌다는 것만큼이나 죽음을 인식하지 않고 살아갈 뿐이다. 삶은 유한한데 실제 삶은 그렇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요즘 들어 갑자기 유명을 달린 한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 또한 소중한 삶인데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

분명 마지막에 남긴 말엔 힘이 있다. 그건 아마도 살아생전 인생을 관통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잘것없이 살아온 인생이라도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려는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길거리에 나앉은 노숙자들은 어떤 희망이 있어서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버텨내는가.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이 있기 때문에 우린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죽으면 모두 끝이라는 생각은 또 얼마나 허무한 말인가. 삶이 정해져 있음으로 그들이 살아보려 애쓰던 날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할 뿐이다. 삶은 소중하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리는 살아가는 동안만이라도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저마다 주어진 사명이 있듯 각자가 살아내는 인생은 아름답지 않은가.


한 번 주어진 삶이다. 죽음 앞에 장사 없듯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 앞에 살다간 사람들이 남긴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살아가야 아득한 날보다 살아온 과거를 회상하면 언제 지나왔는지 순식간이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다는 걸 그때 느낀다고 한다. 생애 주기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시절은 화살처럼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후회 없는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 결정의 순간에 우린 항상 최선을 선택한다고 믿지만 뒤따르는 후회는 피할 길이 없다.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이 거리 위를 분주하게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에 휩쓸려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감춘 채 우린 섞여있다. 어제 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죽음이 온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배려와 겸손,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구별을 살아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