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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지적인 산책 -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라이온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우리는 세상을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거의 모든 것을 놓치고 있기까지 하다.
세상은 자신이 아는 만큼만, 관심있는 만큼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산책이 의미가 있다.
저자는 서로 다른 각 분야의 11명의 인물들과 10번의 산책을 하고 마지막으로는 반려견과 산책한다. 그 11명에는 저자의 아들도 있고, 지질학자 타이포그라퍼, 일러스트레이터, 곤충박사 ,야생동물 연구가 , 도시사회학자 , 의사, 물리치료사, 시각장애인, 음향엔지니어 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다.
태어난 지 19개월 된 아들과의 산책은 세상을 탐험하는 행위이다. 모든 것의 감각을 새로 접하기에 신기한 분야에 집착하기도 한다.
지질학자와의 산책길에는 암석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듣고 처음 듣는 이름의 암석을 보기도 한다.
글자 전문가의 눈에 세상은 글자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일반인은 통단어로 보이지만 그들은 하나하나의 글자로 보인다.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수많은 이미지를 모으고 공간을 닫힌 공간이 아닌 무한하게 본다.
곤충박사는 당장 눈앞에 안 보이는 벌레도 어디 어떻게 있는지 볼 수 있다. 나뭇잎 위의 점액과 배설물도 보인다.
이는 야생동물연구가도 마찬가지다. 산책일이 1년에 두번뿐인 나무다람쥐의 짝짖기일 인것도 알 수 있고 보이지 않는 도시의 야생동물들도 본다.
도시사회학자는 속도를 늦추고 보행자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사람들과의 거리, 교통량, 군중들을 본다.
의사와 물리치료사는 사람의 몸동작과 걸음걸이로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심지어 물리치료사의 눈에는 모두가 잠재적 환자로 보이기도 한다.
시각 장애인이라면 보지 않아도 일반인들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낀다. 그들에게 '본다' 라는 말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음향엔지니어도 듣는 것이 곧 보는 것이다. 반려견이라면 촉촉한 코로 세상을 탐색하고 느낀다.
저자가 시작과 끝을 아기와 반려견과의 산책으로 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아기와 동물이 보고 느끼는 것은 지식과 교육이라는 외부요인이 개입되지 않는 순수영역으로 오로지 그들이 원하는 것만 보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많은 분야 전문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고, 페이지가 넘어 갈수록 나의 지식과 상식이 쑥쑥 느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스스로 많은 것을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하여 겸손함도 가르쳐 준다.
세상은 한 인간으로써 알아가기에는 훨씬 거대하다. 몸을 낮추고 늘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