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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건널수는 없더라도 - 내 차 타고 떠난 유라시아 대륙횡단 35,000km
유운 지음 / 행복우물 / 2024년 7월
평점 :
우주를 건널 수 없어서 대륙을 건너버린 이야기이다. 한국 동해항에서 시작하여 러시아 모스크바, 노르웨이 노르카프, 독일 베를린, 그리스 크레타섬, 터키 이스탄불, 포르투칼 호카곶 까지 7개국을 다녔다.
책 앞쪽에 그가 다닌 이동경로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멋지다.
4년차 사회부 기자인 저자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사람과 사건 사이를 헤집으며 유목을 꿈꾼다고 한다. 그것을 유라시아 대륙횡단으로 이루어 낸다.
하기야 사는 게 지칠 때,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순간에 돌아올 기약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많다. 여행은 준비부터 우울증 치료제가 된다.
유라시아를 한국차량으로 운전하며 횡단하고 캠핑으로 보낸다는 계획은 무모하기 까지 하다. 배에 차를 싣고 22시간이 걸려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다.
그 넓은 러시아땅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차로 가려면 한달간 매일 300킬로 넘게 운전하는 강행군이다.
그래도 그때그때 보이는 낯선 풍경과 새로운 모습들은 여전히 여행을 설레게 한다. 책 가득 실려 있는 여행사진에는 애정이 듬뿍 묻어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행을 꿈꾸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 북유럽으로 가는데, 자동차로 가면 자동차 모양 도장이 찍힌다는 건 처음 알았다. 이런 사람들을 오버랜더 라고 한단다.
산타클로스의 나라 핀란드를 거쳐 노르웨이에 오니 벌써 떠난지 83일째다. 계절은 바뀌고 슬슬 집 생각이 날만도 한데 보이는 풍경은 모두 너무 아름답다. 아름다움에 취해 지체되자 솅겐조약의 유럽 체류기간 90일중 40일 넘게 써버리며 계획된 포르투칼에 도착할 때 쯤엔 불법체류자가 될 것 같은 위기감이 들기 시작한다.
독일 베를린에서 홀로코스트를 느끼고 폴란드에서 아우슈비츠를 떠올린다. 너무 아름다운 도시 크로아티아를 지났더니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나온다. 사회부 기자인 그에게 죽고 죽이는 학살이 일어 났던 그곳이 쉽게 보이지는 않는다.
바쁜 일정으로 그리스에서는 일주일밖에 허락되지 않았지만 구석구석 이야기꺼리,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리고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을 거쳐 드디어 포르투칼에 도착한다. 포르투칼 호카곶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려 하자 기분이 싱숭생숭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무려184일, 6개월 동안 그는 얼마나 성장했고 , 세상을 보는 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누구나 꿈꾸지만 쉽사리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그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멋지고 대단하다고 한껏 부러워 한다. 분명 앞으로 살면서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그가 보고 느낀 것들로 더 훌륭한 사회부기자가 되길 바란다. 이 정도의 용기와 강단이 있는 기자가 쓴 글이라면 언제든 지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