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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 주어진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향을 찾아주는 안내서
나영웅 지음 / 지음미디어 / 2024년 7월
평점 :
부모의 경제적 부와 지식 수준이 자식의 교육수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던 바이다. 그러한 현상은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 학자 부르디외는 취향도 사회가 만들어 낸 계급적 구별짓기라고 말했다. 소득에 따른 소비가 계층화 된 구조 안에서 우리의 취향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책제목으로 접하니 좀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구조적 문제를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비투스'는 한 사람이 사회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것이 몸과 정신에 스며들어 개인의 고유한 성향으로 발현되는 것을 뜻한다.
음식, 운동, 음악, 영화, 문학장르 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많은 것들이 가정과 사회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설사 개인적 취향이 있다 하더라도 돈, 학벌, 인맥이 없다면 접근이 어려워서 돈으로 일회성 소비는 할 수있지만 그저 한두번 경험하는 것만으로 취향으로 정착되지는 않는다.
소득은 소비를, 소비는 취향을 결정한다.
자본이 노동밖에 없어 지속적인 월급계약이 필요한 사람들을 "노동자" 라고 부른다. 월급은 자본가가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매하는 비용이며 그들은 그 돈을 지불하여 자신의 시간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취미에 따라서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자본가들만이 누릴 수 있다.
노동자의 세계에서 취미와 취향에 많은 돈을 쓰는 사치는 죄악이지만 자본가의 세계에서는 교양이다. 고로 소비는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사람들은 보여지는 명품과 희소성을 추종한다. 내가 타는 차, 직장, 집, 옷이 모두 나라는 사람을 드러낸다.
또한, 자본가들은 좋은 선물과 경제적 호의를 베풀어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며 좋은 관계자본을 계속 가진다. 관계자본이 많은 경우, 물질자본 보다도 더 가치를 발하지만 노동계층은 관계자본에 투자할 돈도 시간도 없다.
취향에서 점점 경제적 능력과 계급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가면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것을 보는 이들도 또 가면을 쓰는 악순환이 생기고 그렇게 자신을 점점 잃어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가진 것이 부족한 이들은 취향조차 영영 하위계급에 머물러야 하는가?
자신의 취향과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계급화된 취향을 너무 추종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면서 그 길을 주류가 되게 할 수는 있다.
지금은 주류인 힙합 같은 음악도 과거에는 가난하고 반항적인 이들의 음악이었지만 지금은 대중음악계의 주류로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
세상은 변한다. 취향이 계급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바뀔 수는 있다. 자신의 취향을 더 발전시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향력있는 사람이 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