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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티셔츠의 여행 ㅣ 담푸스 지식 그림책 2
비르기트 프라더 지음, 엄혜숙 옮김, 비르기트 안토니 그림 / 담푸스 / 2009년 9월
평점 :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어떤 영화를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다가
마지막 엔딩크래딧이 나오면
벅찬 감동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지요.
제게는 이 책이 그랬네요.
담푸스의 <파란 티셔츠의 여행>
표지를 넘기면 이런 간지가 보입니다. 아, 옷에 관한 이야기니까 목화솜이 나오는 가보다... 생각이 들었지요.
아이에게, 이것이 무엇일까... 물어봅니다. 구름이라고 했다가, 솜털이라고 다시 말하네요.
아이가 솜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목화였네요... 첫장에 나옵니다. 아이는 다시 생각하지요.
아, 그러면 목화에서 실을 뽑아 티셔츠를 만드는 이야기인가 보다.
여자아이다 보니, 인도 여자들이 입은 화려한 색감의 사리에 몹시 관심을 가지네요.
이 목화를 키워서 이런 옷을 만드냐고,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염색을 하느냐고 계속 물어봅니다.
목화로 실을 만들고, 옷을 염색하고... 드디어 옷이 완성되고.. 누군가에게 팔리기 위해 항구로 갑니다.
여기까지는 제 예상대로... 전개되는 책의 줄거리입니다.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해주는 지식그림책+창작동화인가보다.
하지만 이 다음부터는 제 상상 밖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인도에서 만들어진 옷을 싣고... 배는 전 세계로 이동합니다.
어떤 가게에 진열되어 팔릴까요.
아... 마침내 상점에 도착했군요.
그런데 <FAIRTRADE>라고 쓰여져 있는 가게네요.
우리 말로 <공정무역>이라는 뜻입니다.
이 순간 제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아... 그래서 이 책의 표지에 '이 책의 출판수익 1%는
아름다운재단의 미래세대와 공익대안 영역에 기부됩니다.'
라는 글귀가 있었구나.
"엄마, 이 예쁜 파란 티셔츠 사도 돼요?"
"글쎄다, 얘야, 그건 상당히 비싸구나."
모녀의 대화를 들은 점원이 말합니다.
네, 맞아요. 하지만 이 티셔츠는 보증할 수 있어요.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은 좋은 물감을 쓰고, 이 옷을 만든 모든 사람에게
품삯을 제대로 주었지요. 그래서 이 옷을 만든 사람들은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 옷이 좀 비싼 거예요.
아이에게 한번도 <공정무역>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다는 사실이 약간 부끄럽기도 했어요.
일일이 700번이나 바느질해서 만든 축구공을 만든 사람이 150원 밖에 받지 못하고,
나머지 돈은 축구공을 만드는 회사에서 가져간다는 사실... 언젠가 EBS에서 보았던
어린이들이 하루종일 바느질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마음이 퍽 아팠습니다.
공정무역은 서로 물건을 사고 팔 때, 힘들게 만든 대가를 받을 수 있게 올바른 가격을 주고 사 오는
'착한 거래'방식을 말합니다.
아이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줄 수 있어서 담푸스의 <파란티셔츠의 여행>
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이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랍니다. 우리나라도 이 날 똑같이 공정무역의 날 행사를 한다고 하네요.
많은 공정무역에 대한 여러체험을 할 수 있는 축제라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참여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정무역에 힘쓰는 단체는 '아름다운 가게'가 대표적입니다.
또,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한국 YMCA', 인도에서 생산한 면화로 만든 옷을 판매하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두레생협,
한국공정무역협회 등이 먹거리와 수제품을 공정무역으로 들여오고 있다고 합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멋진 엔딩이 남아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쓴 글인데요. 티셔츠 한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일을 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이웃을 늘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는 내용입니다.
작가선생님께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아이가 옷을 보면서
종종 "이것도 목화로 만든거야?... 만든 사람들에게 돈은 잘 주었어?"라고 묻습니다.
세상에 경제를 알려주는 책은 많지만,
부당함을 당당히 알려주고, 올바른 길을 깨우치게 해주는...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은 흔하지 않은 거 같아요.
아이 친구에게 책을 선물할 기회가 있다면,
전... 담푸스의 <파란티셔츠의 여행>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모두가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