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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을 훔치다 - 우리시대 프로메테우스 18인의 행복한 책 이야기
반칠환 지음, 홍승진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책 <책, 세상을 훔치다>. 참, 제목이 섹시하다. 이 책의 내용은 더 감각적이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18명의 유명인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촌철살인(寸鐵殺人)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는 가수가 아니라 수도자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시와 노래와 오토바이의 쾌속과 술의 격정을 좋아하지만, 아이처럼 투명하고 세상에 대한 달관자 같기도 한 김창완을 균형 잡아주는 것은 내면의 평정심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노래하며, 연기하며, 질주하며, 술 마시며, 명상하는 이상한 수도자를 보았다."
가수출신 김창완에 대해 필자 반칠환은 글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또 "'차라리 화가나 음악가나 목수를 인터뷰하는 게 낫지, 당대 최고의 문장가를 문장으로 소개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림과 음표와 망치 소리를 언어로 바꾸는 것은 단박에 생색나는 일이지만, 명문가의 웅변을 비문과 악문으로 옮겨 적는 일은 일종의 형벌이다'라고 생각하며 나는 서울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영인문학관으로 향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인터뷰하기 위한 부담을 이렇게 표현했다.
글을 잘 요리했다. 그래서 읽는 맛이 난다. 게다가 누구나 궁금할 법한 유명인의 독서 습관과 좋아하는 책을 까발렸다. 어떤 이는 다독하며 또 다른 이는 정독한다. 그 중 책에 대해 재미있는 철학(?)을 가진 만화가 홍승우의 책 이야기는 참 정감이 간다.
"잠이 올 때 불 끄기 싫으면 책으로 얼굴을 덮기도 하지요. 또 책 모서리로 이도 쑤시고 발톱 밑을 긁을 때 쓰기도 해요. 저는 좋아하는 책이라면 잘 모셔두는 것보다 너덜너덜해지도록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제 책을 화장실에 두고 본다고 이야기하면 제일 기분이 좋아요. 그만큼 편하게 생각하는 거잖아요."
누군가 그랬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지 사람이 자동차를 관리하고 모시는 하수인이 되면 안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있는 게 사실이다. 매 꼭지마다 시원한 사진이 있어 책 읽기는 수월하다. 또 인터뷰 당시의 분위글 다소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사진에 찍힌 유명인의 포즈가 부자연스럽다. 이는 사진을 찍기 위한 연출한 냄새를 너무 풍겨 오히려 자연스런 맛을 반감시킨다.
또 사실 일정이 너무 바빠 책을 읽지 못할 것 같은 유명인과의 인터뷰에 책 이야기를 억지로 구겨 넣은 듯한 느낌도 받았다. 실제로 한 유명인과의 인터뷰엔 현재 읽고 있는 책이나 독서 습관의 이야기는 없고 어릴 적 읽은 책 이야기와 요즘 세상 사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겐 꼭 권하고 싶다. 독서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숨어있다. 또 유명인의 여유있는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점은 이 책이 주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