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커서 결혼하고 얘 낳아보면 어미 맘 안다."
누구나 한번쯤은 부모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나이가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다.
그 무언가는 책이 주는 지식따위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그것이다.
세월이 주는 그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경험이 퇴적물처럼 쌓인다.
경험은 노련미와 세련미로 나타난다.
나이테처럼. 
이런 점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늙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책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의 저자 김혜경은 그 의미를 전하고 있다.
김혜경은 광고장이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SK텔레콤 광고가 그의 대표작이다.
48살이다.

 

그가 왜 나이 듦에 대한 책을 썼을까?
48살, 그것도 여자가 한 자리 꿰차고 있다는 것이 대견하다는 것인가?
48살 워킹우먼이라는 이름표가 대한민국에서 대단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아쉽다.
아니, 미친 사회라는 표현이 솔직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은 평범한 48살 직장 여성의 수다에 불과하다.
혹시 "나, 열심히 살고 있다. 여자지만 죽지 않았다"라는 자기 만족일 수도 있다.
또는 젊은 사람에게 "나도 이만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나이 들었다고 괄시하지 말라"는 경고일 수도 있다. 

 

다 좋다.
그런데 왜 하필 나이인가?
40대가 나이를 운운할 만큼 늙었나?
아니다.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 중에는 할머니도 있다.
전장을 누비는 종군기자 중에는 50~60대도 적지 않다.
한 나라의 장관 비서로 70대를 훌쩍 넘긴 사람도 있다.

차라리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한 광고 이야기에 식상 한다면 광고전문가다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동했어야 한다.
그러면서 나이와 여자를 부각시켜야 하지 않았을까?
나이가 없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었던 경험이 책에 있어야 했다.
여자가 아니면 결코 풀 수 없었던 문제가 책에 있어야 했다.

 

저자가 무직이라면 책을 냈을까?
60~70대 전업주부라도 나이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저자가 직업인 여자이므로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의 마처럼 '크리에이티브'하게 했어야 한다.
단순히 "크리에이터이지만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를 주장하는 책이라면, 독자에게는 반갑지 않다.

 

또 이 책에는 저자 외에 8명 지인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모두 열심히 산다.
본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 책을 사서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럽다.
8명이 공동 집필한 것도 아닌 다음에야 저자의 지인들까지 책에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인의 이야기를 덧붙여야 할 정도로 자신의 이야깃거리가 없었던 것일까?
아무튼, 물음표가 많이 붙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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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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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 해외 출장길에 가져갔던 몇 권의 책들 중 한 권이 <여행할 권리>이다.
이 책은 아기자기한 여행기를 기대했던 독자에게 실망을 주기에 알맞다.
'여행'이라는 단어에 혹하면 십중팔구 실망한다.
그 흔한 사진도 거의 없고 글만 빼곡하다.
 

그렇지만 판에 박힌 듯한 여행관련 책에 싫증난 독자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책이다.
장편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으로 유명세를 탄 저자 김연수는 국경과 여행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여권에는 나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만 기재되어 있다. 이름과 국적과 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
직장에서의 평판은 어떤지, 가족들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따위는 불필요하다.
초등학교 시절의 장래희망이나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가격 등도 필요 없다.
출생증명서에 생물학적 사실관계를 밝히는 숫자만 기재돼 있는 것처럼 여권에도 오직 생물학적인 '나'에 대해서만 적혀있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간으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최소한의 나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내게는 우화처럼 느껴진다.
거기에는 치명적인 진실이 있다.
공항을 빠져나가고 나면 우리는 그저 여권에 적혀 있는 생물학적인 존재,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비행기를 타고 우리가 어디에 도착하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란 존재는 이름과 국적과 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에 불과하다.
그 이상의 것들, 그러니까 사회적인 '나'는 등 뒤에서 닫히는 출국장의 문 그 너머에 남겨져 있다."

 

저자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책은 산문집이다.
여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풀고 있다.
저자의 글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약간 실망스러울 수 있다.
사실 저자가 토해낸 결과물을 독자는 일방적으로 강요받게 된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객관성보다는 주관성이 강한 책이다.

 

1937년 일본 도쿄에서 숨을 거둔 이상(李箱).
천재 문학가 이상이 왜 일본까지 갔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는지에 궁금함을 느낀 저자는 일본 여행을 시작하는 장면이 이 책에 나온다.
일본에서 이상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당시 이상의 심정을 남아있는 자료 등을 분석해서 직간접적으로 느껴보는 부분도 있다.
이런 방법도 여행의 한 단면이라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또 저자는 여행의 의미와 방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다. 
 

평점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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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오백년 야사 (보급판 문고본) - 한 권으로 재미있게 읽는, 에세이
박찬희 엮음 / 꿈과희망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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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책 <조선왕조 오백년 야사>를 참고하면 좋겠다 싶다.
하루에 한번 또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앉혀놓고 3~4페이지를 읽어주면 좋을 책이다.
약 3~4페이지마다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이 책에 적혀 있다.
뒤주 속에서 죽은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허준에 대한 내용도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역사라면 어렵게 여길만하지만 이 책에는 역사가 문어체로 설명되어 있다.
마치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어투로 되어 있다.
이를 테면 이렇다.
"광해군 때 허준이 저술한 의학책 <동의보감>이 있지. 이 책은 한국 의학의 우수성과 민족적 재능을 과시할 만한 쾌거하고 할 수 있을 거야. <동의보감>이 처음에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느냐 하면 선조 때 왕의 명령에 의해서 시작되었어."

그래서 이 책의 부제에는 "한 권으로 재미있게 읽는"이라는 문구와 "에세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하지만, 어른에게는 책의 내용이 가볍다.
정통 역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선왕조실록을 쉽게 설명한 것도 아니다.
역사적 순서에 따라 내용이 흘러가지도 않는다.
역사의 겉표면만 훑는 느낌이다.
'야사'라고는 하지만 흥미진진함이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화도 없다.
갈증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뭔가 밋밋한, 김빠진 사이다 같은 책이다. 

 

평점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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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여행 1 : 그리움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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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 마음의 여행>은 사진보다 글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KBS 1TV에서 방영되었던 아름다운 풍경과 에세이가 책으로 만들어졌다.
그 아련한 여운을 느끼기 위해 이 책을 접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인지, 책에도 사진과 글이 자작하게 배치되어 있다.
책 사이즈도, 가지고 다니며 읽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아담하다.
책의 내용도 좋다.
강원도 한계령, 경북 울릉도, 전남 지리산, 서울 낙산 등 전국 각지의 예쁜 사진과 글로 채워져 있다.
단순한 여행지 안내가 아니다.
여행지의 느낌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글은 좋은데 사진이 볼품없다.
영상을 캡쳐한 것인지 화질이 떨어지고 정교하지 못하다.
또 곁가지로 사용한 작은 사진은 그 크기가 너무 작다.
아기자기한 멋을 부린 것이 과했다 싶다.

 

영상과 함께 이 글을 대한다면 금상첨화일 것같다.
특히 배경 음악이 있다면 더 빛을 발할 것 같다.
그래서 인쇄물로 ‘영상포엠’을 만들기보다 DVD로 제작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한마디로 이 책은 좋은 책이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은 책이다. 

 

평점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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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장명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책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는 이탈리아의 속살을 보여주는 책이다.
부제에도 있다시피 패션 컨설턴트 장명숙이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가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독자에게는 이 책을 통해 이탈리아가 이른바 '패션 명품 국가'가 된 배경을 엿보고 싶은 심리가  생긴다.
마치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배경을 외국인이 알고 싶어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이름을 다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명품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다.
이탈리아제 구두, 슈트, 가방 정도는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성공한 사람으로 여겨질 정도다.
(물론 수많은 모조품이 난무하지만)
수공업이라면 우리나라도 뒤지지 않는데다 오래전부터 장인이 존재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세계 패션계에 자신있게 내놓을 만한 브랜드를 말하라면 진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30년 동안 패션계에 몸담았고 이탈리아통으로 통하는 저자의 책을 통해 이탈리아가 패션계의 리더가 된 사연을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그 이유에 대한 대답을 던져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탈리아 사람의 기질과 습관을 구체적으로 전하고 있다.
심지어 농경민족과 수렵민족의 차이점까지 들먹이며 이탈리아를 해부했다. 
30년 동안 저자가 이탈리아를 드나들면서 느낀 그들의 습성을 얼마나 잘 파악했던지,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자신도 모르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습성을 잘 짚어냈다며 놀랐다고 한다.

 

저자는 지난 1월 이 책을 냈다.
지금쯤 책에 대한 독자의 평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에게 감히 전달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
책의 색깔을 분명히 해달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탈리아가 패션의 리더가 된 이유를 설명하고 싶을 것이고
이탈리아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정리해두고 싶을 것이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을 기록해두고 싶을 것이고
감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을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을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한 것처럼 패션에서 색깔은 중요하다.
책도 색깔이 분명하지 않으면 정체성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같은 에세이라도 저자가 책을 내는 목적에 따라 책의 색깔을 달라질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여러 가지 색을 혼합해놓은 무채색이다. 
 

색깔이 분명하면 세련된 명품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잡한 가십거리가 되거나

천박한 여행기에 지나지 않는다.

 


평점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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