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우근철 지음 / 리스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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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아>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우근철은 몇년 전 <어느 젊은 광대 이야기>를 내며 여행가로 이름을 알려졌고 페이스북에 ‘우리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사진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사진을 찍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짧은 글로 써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댔다.

그리고 사각형 틀에 글을 쓰는 페이스북 페이지 ‘사각형 이야기’는 좋아요 수 1만 2천 명의 인기 페이지가 되었다. 100여 장의 사진, 그리고 70여 개의 이야기가 담겨진 2015년을 사는 우근철의 글은 나의 과거 모습이거나 현재의 당신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허공을 날아오르는 공

손을 떠난 공이

허공을 날아오르는

공이라면

그건 당신의 도전 혹은

가슴 뜨거운 것.

언제나 화려한

덩크슛일 필요는 없으니까.

우근철 님의 장점은 사진과 글이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날아오른 공이 항상 덩크슛이길 바래본 적이 없다 했지만, 나모 모르게 덩크슛이길 바랬던 것 같다.

방지턱

적당한거리를유지해야

뿌리가 엉키지않고서로

잘자랄수있는나무같이

사람도적당한거리에서

관계가유지될지도몰라

방지턱과 사람관계를 같은 선상에 두고 바라보는 글에 공감이 된다. 나도 친했던 사람과 안좋게 끝난 적이 있었다. 내가 방지턱을 무시하고 상대방에게 너무 들이댔나 생각해보게 된다.

나도 비 오는 날이 되면 저자처럼 추억이 있었음 좋겠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를 업고 병원으로 뛰어가던 기억도 떠오르고 엄마의 호박부침개가 그리워지듯 말이다. 부침개 기름 튀는 소리, 지붕 위에 빗방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빠의 꿈은 뭐였을까. 처음부터 선생님은 아니셨을 것이다. 힘들어도 계속 다니시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우릴 위해 견뎌낸 아버지에게 나쁜 훈장을 준 하늘을 원망해야될까. 내마음은 아버지가 계신 산중턱 그곳에 가있다.

사진만으로도 먹먹해지는 엄마의 손...예전 할머니들의 손은 다 저랬다. 다행인건 우리 엄마의 손이 좀 더 부드럽다는 거..그게 뭐가 다행인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엄마 손을 잡았을 때 엄마가 좀 덜 고생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 일년에 제사만 일곱번, 평생 지금까지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제사를 차려내야하는 맏며느리 엄마의 손이 따뜻했음 좋겠다. 멀리 있어 죄스러울 뿐이다.

아줌마로 산다는 것은 전혀 유쾌하지 않다. 원해서 이세상 모든 아줌마들이 같은 파마를 하고 비슷한 웃음소리를 내며 자리를 차지하려고 슬라이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아줌마라도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다. 웃다가 울다가 그렇게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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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 게임 키드들이 모여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까지, 넥슨 사람들 이야기
김재훈 카툰, 신기주 글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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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토종 게임업체 넥슨을 아시나요?

[메이플스토리], [바람의나라], [마비노기], [던전 앤 파이터] 등 이름만 들어도 어마무시한 세계적 히트작을 만들어 잭팟을 터트린 거대한 게임회사가 있다. 그 회사는 미국 거대기업이 아니라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우리에게 친근한 넥슨이다.

아. 넥슨이라니!! 넥슨은 국민게임 [카트라이더]를 만든 회사로 우리에게 이미 질리도록 익숙한 게임회사가 아니던가. 21년 전 게임에 미쳐 IT천재들의 벤처 회사였을 뿐이던 넥슨은 당당히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넥슨은 이제 세계 게임의 역사를 다시 쓰려고 하고 있다.

넥슨이란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던 차에 때마침 김재훈, 신기주 공저의 <플레이>가 나왔다.

신기주는 비밀독서단을 통해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바로 그 에스콰이어 기자이고 카투니스트로 유명한 김재훈이 만나 만들어낸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게임회사 홍보책자가 아닐까 싶었다.

최근에 나온 "인사이드 현대카드"처럼 대놓고 주제로 다루는 회사이름을 책제목으로 채택하진않았지만 찜찜하였다. 게다가 <인사이드 현대카드>는 에스콰이어지에서 일했던 아레나 옴므 플러스 박지호 팀장이 저술했다는 묘한 접전이 두 책 사이에 있긴 하다. 공저자인 김재훈은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걸작선을 연재했다는 이 두 책의 평행이론 나만 큭큭대기엔 너무 놀랍지 아니한가. 이런 나만 놀라운건가?

그런데 막상 책을 까보면 이 책들은 객관성을 지닐려고 무척 노력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기자들이라 객관적으로 보려고 더 신경쓴게 아닌가 싶었다. 나만의 선입견이라 웃고 넘겼지만, <플레이>가 넥슨의 홍보책자란 생각을 일치감치 던져버리라고 하고싶다. 왜냐면 이 책에는 창업 꿈나무들이나 기업의 경영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피튀기는 분투 기록이 3년에 걸쳐 인터뷰와 집필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넥슨과 그들을 둘러싼 회사들 간의 분투기는 대한민국 IT 기업의 역사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넥슨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의 산증인인 사장 김정주의 경영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도 들어가 알차게 책을 채워나가고 있다.

넥슨의 탄생은 놀랍게도 김정주 사장의 실수때문이었다.

넥슨의 역사의 중심에 선 창업주 김정주를 거론하지않을 수 없다. 21년 전 넥슨의 창업 뒷이야기부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생이었던 김정주는 학부 4학년 때 교양 필수 과목을 빼먹는 바람에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했다. 꼼짝없이 1년을 더 다니게 된 학교...그런데 이 시기 김정주는 선배들의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을 배웠다고 한다. 이 때 배운 경험으로 결국 '넥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아마 대학원에 진학했더라면 6년 이상을 연구실에서 공부하며 지냈을 텐데 사람의 앞길이 순간적인 선택으로 인해 달라진다는 게 참 놀라울 따름이다. 이 한 끝으로 김정주는 1년에 1조6천억을 벌어들이는 넥슨을 가지게된게 아닌가.

“놀러 와”라는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김정주는 넥슨을 만들면서 친구인 송재경뿐 아니라 경쟁 업체에 근무하던 정상원, ‘알바’하던 후배 서민, 잉크젯 프린터를 협찬해주고 데려온 이승찬, 심지어 넥슨에 일을 주고 감시하던 대기업 홍보부의 윤지영까지 넥슨에 끌어들인다. 어마어마한 넥슨의 공신들은 그렇게 김정주와 함께 일하게 되었을까. 스카웃해서 데려오긴엔 신생 벤처가 그렇게 만만한 업체가 아니지 않은가. 대기업에서 일하던 윤지영까지 데려온 김정주에겐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있었다.

그건 바로 "놀러 와"한 마디면 되었다니 김정주 사장만큼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특이하긴 하다. 만화책의 등장인물처럼 캐리커처로 그려진 넥슨의 공신들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20대의 청춘을 바친 젊은이들이 나이가 들어버려도 머리가 벗겨져도 멋진 건 한 분야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재미있게 게임을 하고싶어하던 그 열정 때문이지 않았을까.

누구든 사귀고 싶거나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에겐 "놀러 와”라고 말하고, 막상 그 사람이 오면 아무런 업무 지시도 없이 “잘해봐”라고 말하고 사라지는 엉뚱한 사장을 어찌 당해낼 재간이 있었을까. 그러나 이런 경영 방식 덕분에 김정주는 넥슨의 위기를 잘 모면하고 직원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회사를 하는 건 퍼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라면서 “회사를 떠나더라도 원한은 안 갖고 나가게 하고, 언제든 다시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어둔다”는 김정주 사장의 생각이 오늘 날의 넥슨을 만들었구나 싶었다.

 


작은 벤처 기업에서 조 단위의 글로벌 엔터데인먼트 기업으로 성공하다

<플레이>는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와 대학동기 송재경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던 이 둘은 역삼역 작은 오피스텔에서 ‘넥스트 제너레이션 온라인 서비스(줄여서 넥슨)’라는 벤처 회사를 시작한다. 당시엔 텍스트로만 게임을 하던 온라인 머드 게임이었는데 세계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냈다니 게임의 판도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까지 있었구나 싶었다.

한 회사가 21년간 흥망성쇠를 다 경험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플레이> 안에서 다 보여주고 있어 흥미로왔던 부분이었다. 특히 손에 쥔 자산과 미래의 불특정된 가치를 바꿀 타이밍까지 기가막히게 맞춘 김정주 사장의 이야기도 놀라웠다.

이후 [바람의나라] 론칭과 게임 부서와 웹에이전시 부서 간의 갈등, 송재경의 이탈과 그가 만든 라이벌 게임 [리니지]의 등장, 증시 상장을 둘러싼 성장통, 각종 인수 합병에 얽힌 뒷이야기까지, 21년 넥슨의 역사는 마치 한 편의 게임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어제의 친구가 넥슨을 떠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는가 하다니 김정주 사장에겐 송재경의 이탈이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21년간 넥슨이 커가는 동안 원년멤버들은 따로 회사를 차려 큰 기업의 대표가 된 걸 보니 어디에 있더라도 될 놈은 되는구나 싶었다. 이렇듯 학생시절 순순했던 대학원생들이 회사를 차리고 흥망성쇠를 겪은 후 엄청난 성공을 이룬 넥슨의 사례를 통해 지금 벤처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소중한 배움의 장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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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 탐정 그림의 수기
기타야마 다케쿠니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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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캐릭터 <인어공주>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는 어린시절 여자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동화였다. 내게 인어공주는 불쌍한 공주로 기억되었다. 사랑을 이루지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버리니까 말이다. 왜 왕자에게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을까. "내가 당신을 구했소"라고 전달하지 못했을까. 항상 답답했었는데, 30년이 지나 내 아이들에겐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더 친근했다. 적극적이고 당돌한 인어공주의 결말은 디즈니의 각색으로 재탄생되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물론 사랑을 이루는 건 좋지만, 원작이랑 너무 달라져 원래 인어공주의 동화에 담긴 교훈이나 감정같은 공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이야 워낙 만화를 좋아하니 그런 생각은 전혀 안하고 보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 왕자님을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 되고 마녀에게 천상의 목소리 대신 인간의 다리를 받아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인어공주를 나몰라라한 건 왕자가 아닌가. 그녀를 몰라본 왕자가 진짜 몰랐을까. 이웃나라 공주가 더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닐까. 나라면 그냥 왕자에겐 미안하지만 물거품이 되진 않을 거 같다. 내가 물거품이 된 들 왕자가 슬퍼해주고 기억해줄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기타야마 다케쿠니는 인어공주의 후일담을 소설의 주제로 삼고 있다.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이틀 뒤에 왕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사라진 인어공주가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이미 물거품이 된 그녀가 범인일리는 없다. 그래서 등장하는 주인공이 바로 인어공주의 언니 셀레나였다. 여기에다가 작가 안데르센이 소년인 화자로 등장하고 그림 형제의 동생 루트비히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시작된다.

 

인어공주는 범행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범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왕자가 별궁에서 처참히 살해당한 뒤 사라진 인어공주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인어공주의 자매들이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인어공주의 언니 셀레나는 육지로 올라와서 왕자의 살해범을 찾기로 마음을 먹고 목소리가 아니라 심장을 마녀에게 준다는 게 섬짓하지만 인간으로 변한다.

 

바닷가에서 쓰러져있는 셀레나를 발견한 사람은 죽은 왕자가 아니라 화자 한스 안데르센과 그림형제의 동생 루트비히였다. 원작과 이야기가 연결되기 위한 설정이겠지만 조금은 억지스러보인다. 전반적으로 잘 쓰여진 미스터리 소설이니 그냥 넘어가고 이야기에 술술 빠져들었다.

 

 

인어공주의 결백함과 왕자의 살해사건을 파악하러 왕궁에 가게 된 셀레나, 한스 안드레센과 루트비히는 그날 왕자의 동선을 쫓다가 모든 사람이 왕자가 죽은 시간에 알라바이가 성립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도대체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두번 째 살해용의자로 셀레나가 지명대고 만다.
에릭 왕자의 살해범으로 셀레나는 두번째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거기에다 마녀는 시체가 되어 돌아오고 인어공주 뒷 이야기가 미스터리해진다. 왕자를 살해한 범인을 쫓아가며, 인어공주와의 연관성를 찾아보고 추리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야기를 쫓다보면 결말이 나온다.

 

<인어공주> 본격 미스터리로 완벽하게 재해석하다.

 

<인어공주> 표지를 살펴보면 인어의 꼬리뼈가 바다속에 가라앉는 듯이 표현되어 섬뜩해 보인다. 파도모양 표지띠에는 '탐정 그림과 안데르센의 추리와 활약을 그린 신본격 미스터리, 물리 트릭의 귀재가 선보이는 일본 미스터리의 현재'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동화의 설정을 가져오면서 물리 트릭을 고수하는 기타야마 다케쿠니는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 대표 선두주자라고 한다. 누구나 아는 동화 인어공주를 가져와서 영리하게 섞어서 대중성까지 갖추었다. 동화를 다시 재해석하는 소설로는 우리나라의 구병모 작가의 빨간구두당이 연상된다. 동화와 신본격 미스터리의 만남이 반가워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된다. 화자 안데르센과 탐정 그림을 통해 인어공주의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 <인어공주: 탐정 그림의 수기>를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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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아우성 - 청소년 테마 소설 문학동네 청소년 33
김민령 외 지음, 유영진 엮음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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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끊임없이 되묻는 <존재의 아우성>은 김민령, 이금이, 전삼혜, 진형민, 최상희, 최서경, 최영희의 작품이 실려있다. <존재의 아우성>은 청소년들의 정체성을 주제로 하고 있었다. 작품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내뱉고 있어 어른이 보아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존재의 아우성> 은 청소년들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욕망과 바램에 따른 혼돈, 고통,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담겨 아우성을 치고 있는 <존재의 아우성>이 가슴아팠습니다. 세상을 향한 조용한 외침으로 청소년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담아 내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이라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존재의 아우성> 은 청소년들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욕망과 바램에 따른 혼돈, 고통,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담겨 아우성을 치고 있는 <존재의 아우성>이 가슴아팠습니다. 세상을 향한 조용한 외침으로 청소년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담아 내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이라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몇 작품을 살펴보면, 최영희의 <미스터 보틀>은 영어 난독증에 시달리는 권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어를 못하면 대학도 취직도 힘들거란 압박감에 영어 수업 10분 전, 권지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수포자도 아니고 ‘영어 포기자’가 된 권지를 통해 내 아이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학원을 쉬게 할까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금이의 <실족>은 홀로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결이에게 공부와 과외, 그리고 엄마의 잔소리는 우연히 봤던 ‘뉴잉글랜드’호가 밤이 되자 진짜 배의 모습그대로 나타난다. 진짜 자신을 찾아나가는 한결의 아우성과 서스펜스 넘치는 구성이 스릴이 넘쳤다. 아이들이 외국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요즘 읽어봐야할 소설이 아닌가 싶었다.

전삼혜의 <세컨드 칠드런> 은 세월호를 떠오르게 해 마음이 아팠다. 지현과 일란성 쌍둥이인 언니 지민은 수학여행을 갔다가 선박 침몰 사고를 당하고 주변에서 지민의 몫까지 지현이 살아야한다고 부담을 주는데, 지현의 아우성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같은 사고로 형을 잃은 환일을 따라 ‘유가족 심리치유센터’에 간 지현의 고백은 힘든 사고의 기억을 상실감과 속에 살아가는 세월호 유가족이 생각나게 해 마음이 먹먹해졌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아니 아마 평생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우리는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이 사건을 잊지말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않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극복하고자 노력해나가야 할 거 같다. 노란 손수건을 다시 흔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마음 한구석에서 울먹이게 한 소설이었다.

<존재의 아우성> 은 청소년들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있는 책이었다.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욕망과 바램에 따른 혼돈, 고통,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담겨 아우성을 치고 있는 <존재의 아우성>이 가슴아팠다. 세상을 향한 조용한 외침으로 청소년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담아 내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이라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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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우리가 있었다
정현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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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우리가 있었다》. 처음엔 시집 제목인 줄 알았다. 무슨 책일까. 아...라디오작가 정현주의 신작이었구나. 《그래도 사랑》이후 나온 에세이집이라 반응이 좋았다. 그녀는 매일 글을 쓰는 라디오작가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읽어봤을까. 함께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그녀가 감성이 풍부한데엔 라디오를 찾아오는 수많은 사랑이야기도 한몫 했으리라. 그래서 그녀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의 이야기가. 그녀의 속삭임이...

진짜 사랑하는 법은 ‘나로 사는 것’

 

《거기, 우리가 있었다》는 진짜 사랑하는 법은 ‘나로 사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내가 행복해야 내 주변 사람도 웃을 수 있다고, 타인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내가 되는 것이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진 말이다. 그냥 막연하게 열심히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아껴주고 그만을 바라봐주는 게 사랑이라 믿었다. 그런대로 행복하게 잘 살아온 걸 보면 이것 또한 나쁜 방법을 아닐터인데, 마음에 구멍이 난 듯 슝슝 바람이 분다. 뭔가 허무한 맘에 눈물이 많아지고 울적해진다.

 

“Be yourself. Remember. Just be yourself.” 그냥 너 자신으로 살아라.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알라딘이 지니에게 어떻게 해야 사랑을 이룰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지니는 사랑을 이루는 정석을 알려주겠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랬었나? 기억에 없다. 어린왕자를 보면서 울었지만, 알라딘을 보며 심오함을 느끼진 않았다. 이런게 작가와 일반인의 차이가 아닐까. 정현주 작가는 이 책에서 우리가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나로 사는 것"이라고 속삭인다. 사랑, 우정, 가족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그러하며 우리가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란 것이다.


우리거기있었다4.png

 

사랑하는 사람이 그와 나를 ‘나와 너’라고 부르지 않고 ‘우리’라고 부르던 순간 그것은 그 자체로 마음의 고백이었습니다. ‘이제 너와 나는 연결되었고 너의 많은 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 같아서 좋았습니다. 고마웠어요. 저에게 ‘우리’라는 말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랑의 고백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거기, 우리가 있었다》, 프롤로그 ‘같이 있어요, 우리’ 중에서

 

정현주가 말하는 '우리'가 참 좋았다. 좋아서 더 간절한 '우리'가 내가 원했던 걸까. 주변에 시선에 떠밀려 온걸까. 지금 같이 있다 해도, 같이 있지 않다 해도 마음만은 언제나 ‘거기, 우리가 함께 있었다’라면 함께 있는게 아닐까.

“자꾸 뒤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시계는 차지마. 시계는 자꾸 몇 시인지, 얼마나 지났는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걱정하게 하지. 초조해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항상 ‘지금’이라는 시간만 가져. 계속 앞으로만 가. 알겠지?” 사랑이 소중해도 우리, 우정에 게으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친구는 우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덕분에 우리는 고비를 넘어 전보다 현명한 사랑에 도달할 테니 우정을 가꾸는일에 게으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랑이 소중해도, 사랑이 소중할수록, 우리.

-《거기, 우리가 있었다》. p. 83

난 시계를 잘 보지 않는다. 다만 핸드폰은 만지작거린다. 시간을 보기 위함이 아니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이라는 시간만 가지란 말이 내게 무언가 생각하게 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적이 있었나. 지금 당장 나는 지금이란 시간만 가지고 살아가고 있나?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라면 옆에 오래도록 두어봄 직하다.

 

 


운명의 상대를 찾고 있지만 찾아지지 않는다면 너무 많은 것을 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많은 것을 기준으로 두고 상대를 재단하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통한다면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요. 이미 충분히 대단하잖아요. 통한다면 뛰어드는 게 어떤가요. 나머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거기, 우리가 있었다》. p. 99

 

《법륜스님의 행복》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가 많은데, 그런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그런데 자꾸 완벽한 사람을 찾으니 좋은 사람은 다 결혼했고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조건이 안된다고 빼버리면 좋은 사람이 당연히 없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저자는 상대와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도 괜찮을 거 같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네가 좋다니 나도 좋다.” 부지런히 행복해져야 하는 이유. 그래야 기꺼이 축하해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내 좋은 사람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기꺼이 웃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네가 소중하여 나는 나의 내일이 더 즐겁기를 바란다. 이 책을 보며 나도 더 사랑하기 위해 나부터 행복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더 사랑하고 싶다면《거기, 우리가 있었다》와 함께 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조금은 각자의 삶이 따스해질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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