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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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넷의 수짱에게서 내 모습을 종종 발견하곤 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거울을 보면 나이 들어감이 서글픈 낯선 나를 발견하곤 한다. 거울에 비친 건 내가 아닌 듯 낯설기만 하다. 돈도 미모도 남자도 없어 불안해하는 수짱보단 차라리 내가 나은 건가. 확신이 없다.


 

   솔직히 뭐가 더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돈은 뭐 밥먹을 만큼은 있으니 됐고, 미모는 잃었지만 두 아이를 얻었고, 남편이란 이름으로 한 집에 같이 사는 남자도 있다. 마흔줄에 접어든 지금 마스다 미리 만화를 보며 지난 날 힘들었던 스무 살의 나와 서른 살의 나를 발견해본다.


 

   큰 아이가 생기고 직장을 그만둔 뒤 우연히 대학원 동기를 만난 적이 있다. 예전 직장 근처에서 그 친구는 결혼은 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고 승진해 있었다. 내가  힘들어도 버텼더라면 그 친구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까. 씁쓸한 자몽주스 같은 묘한 감정들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되는 기분은 뭐랄까. 좀 서글프다. 이렇게 살려고 그렇게 열심히 치열하게 젊은 시절을 불태웠던가. 그 누구보다 바빴던 나를 위로해주고 싶어진다.


   이 언니 뭐야. 마스다 미리 언니 덕에 젊었던 나를 소환해본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변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수만 가지 생각에 오늘도 책을 들어 한번 읽어본다. 멈춘 듯한 내 일상에 잠시 단비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럼 된게 아닐까. 수짱이 카페의 점장이 되어가듯 노력한 대가가 주어지듯 내게도 내가 살아온 노력들이 조금은 나를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내게도 있었다. 사장의 조카인 무카이처럼 무례한 사람 말이다. 원하지 않아도 아무래도 싫은 사람 한두명쯤 만나게 되는 게 인생이 아닐까.


 

    은근히 기분 나쁘게 자신이 가진 힘을 과시하면서 내 앞에 나타나 시험에 들듯 언제나 갈등하게 만든다. 저 사람만 안 봤으면 좋겠는데, 내 직속 상관이라 어찌할 수도 없고, 티조차 낼 수 없었던 십여년 전 기억이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


 

   신혼 때라 조심스러웠고 내 경력이 단절되는 것도 원치 않았건만 매일이 고역이었던 그 시절, 아무래도 싫은 그 사람도 아마 호락호락하지 않은 부하직원이 좋지만은 않았을것 같기도 하다.


 

   벽같이 느껴져서 소통하기 힘들어했던 건 나만이 아니란 사실에 위로 받았던 나의 20대가 마스다 미리 만화를 보며 수짱을 통해 만나게 될 줄이야. 맙소사! 이거 실화냐. 수짱 너무 착한 거 아닐까. 나 같았으면 무카이가 몇번이나 깐죽거릴(?) 때 한 마디 했을 거 같은데, 일본인이라 지나친 배려심이 몸에 배인 거 같기도 하다.


 

   누구나 살아가며 한번쯤 했을 고민들을 포착해 만화의 주제로 이끌어내는 마스다 미리 언니 참 멋진 거 같다. 너무나 사소해 지나치기 쉬운 그 일들이 막혔던 내 속을 박박 긁어준다.


 

   그래. 그때 한마디도 변변히 못했던 게 아직도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나 보네. 내참, 다시만나서 맞짱 떠볼까. 그때 나한테 왜 그렇게 고약하게 굴었냐고. 지금도 안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거 보면 난 아직 극복하지 못했나 보다. 마스다 미리 언니가 보여주는 수짱을 이야기로 만나며 치유해 나가야겠다. 한 발 짝씩 나아가는 내 모습을 사랑해야겠다. 오늘도 내일도 늙어가는 나를 위로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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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작가와의만남님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저자와의 북토크"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지친 내 삶을 조금은 씻겨내려보내고 숨겨진 내 속을 토닥여주는 작은 위로정도는 되어주지 않을까.

<주문번호 001-A018173156> 예스24에서 사인본을 받았으나, 박준 시인님과 함께 읽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알라딘에서 한번 더 구매합니다. ‘청파동에서‘란 시를 넘 좋아해서요. 리스펙!! 누님을 그리워하는 애잔함도 시집을 펼칠 때마다 아리게 다가와요. 젊은 시인에게서 인생도 배우게 됩니다. 시란 이런게 아닐까 생각하게 해줘서 감사했던 박준 시인과 이야기 한번 진지하게 나눠보고싶습니다. 작년 이리카페 낭독회에서 만났던 그 느낌이 그대로일지 궁금해집니다. 시인은 여전히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겠죠. 시로서, 말로서, 한잔 나눔으로서. 플러스!! 민쟁님을 함께 만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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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시간 -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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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마스다미리 언니를 다시 만났다. 아니, 이 언니 어쩔껴.

언제나 해마다 나를 유혹한다.

한번만 읽어봐. 읽으면 한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는 그 책이야.

엥? 나 왜 만화책보고 웃다가 우는 거지. 주르륵 또르르 흘러내린다.


우리집 근처엔 백화점이 있다. 그곳엔 마스다미리언니처럼 유랑하는 엄마들이 있다.

그 언니는 일본에 사는데, 왜 여길 본 듯 차의 시간을 얘기할까.

전혀 우아하지도 멋있지도 않은 차의 시간.


나도 백화점 지하코너를 돌아다니다 쉰 적이 많았지.

애들이 학교에 간 시간, 백화점 폐점 시간에 사는 세일코너 음식들의 향연.

그리고 커피 한잔. 왜 아낀 돈으로 난 커피를 마시고있나.

첫장부터 내 이야기, 누군가의 엄마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마스다미리가 그린 수짱과 닮은 나.

책 곳곳에서 나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 가끔은 슬퍼지기도 한다.

왜 그렇게 시간을 가져야하는지.

왜 우리에겐 에스컬레이터 의자야 하는지.

서글퍼지다가 그 어디선가.

나랑 같은 차를 마실 그 누군가를 상상하며 위로받아본다.

안녕, 친구. 우리 또 여기서 만났군.

같은 시간, 다른 공간.
 


그러다 문득 생각해본다. 어린아이로 돌아가고싶어? 아니.

왜 젊어지면 하고 싶은거 많잖아.

요즘 애들 넘 힘들어.

불쌍해. 그 아이가 내 아이로 오버랩된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문득 떠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 인간다운 시간이었다.

차의 시간, 그리고 마스다미리 언니와 함께.
 


내겐 여전히 마스다미리 언니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많다.

그래도 해마다 마스다미리 언니를 기다리지,

그 언니의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공감하기위해, 위로받기 위해.
 


미니 마스다미리 세트도 이쁘다. 미니북은 언제나 진리!
 


게다가 굿즈까지 이쁘니 어찌 피할 수 있을까.

이 언니 어쩔껴. 진심 이 언니 한번 보고싶네.

함께 차를 마셔보고싶은 날이다.

바로 오늘, 세차게 비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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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 10호
미스테리아 편집부 엮음 / 엘릭시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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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 is 뭔들!
미스테리아는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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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우리를 위로해줬던 존 버거의 부고가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그런 시대에 우린 현재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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