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으니 산다고 생각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언젠가 가까워진 죽음과 단둘이 남겨진다면,
어떨까요?

이반 일리치는 자신이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절망 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는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죽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에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

이번 일리치는 서재로 돌아가 자리에 누웠다. 그는 또다시 죽음과 단둘이 남겨졌다. 죽음과 마주보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음을 바라보며 차갑게 식어 가는 자신을 느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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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라스꼬비야 표도로브나는 자신의 참을성을 대단한 미덕이라고 여겼다. 남편의 끔찍한 성격 때문에 자신이 불행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스스로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자기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면 들수록 남편이 미워졌다. 그녀는 남편이 어서 죽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지만, 그가 죽으면 그의 봉급도 함께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그녀는 남편에게 더욱더 화가 치밀었다. 남편의 죽음조차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자기 자신이 끔찍할 정도로 불행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이를 숨겼고, 그녀가 이처럼 자신의 분노를 숨기는 모습은 그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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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반 일리치는 결혼 생활에 대한 나름의 입장을 정립했다. 그가 결혼 생활에 요구한 것은 아내가 남편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편리함들, 즉 집밥과 집안 살림과 잠자리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사회 통념이 정해놓은 외적인 품위와 형식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즐겁고 유쾌한 일은 다른 영역에서 추구했는데, 어쩌다 그걸 찾게 되면 무척 고맙게 생각했다. 그러나 만약 자신에 대한 저항이나 투정 등을 마주하게 되면 그는 즉시 자신만의 고립된 일의 세계로 달아나 거기서 즐거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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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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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학교를 다니는 동안 이반 일리치는 이후 평생 동안 변치 않을 그런 인물로 성장했다. 요컨대, 그는 능력있고 활달하고 사교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철저하게 해내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에게 의무란 높은 사람들이 의무라고 판단하는 모든 것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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