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씨 말이 맞다. 사람들은 남이 자기 같을 거라고 상상한다. 박사님이 새벽 배송을 하고 계단 청소를 하는 사람이라면, 아빠는 새벽 배송을 받고 자기 방도 안 치우는 사람이다.
비룡소 출판사에서 나온 <<순례 주택>>.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논픽션일 거라고 생각했죠. (아... 유은실 작가도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책 표지 중간에 있는 ‘유은실 소설’도 그냥 스치고 제목만 봤습니다.)책을 읽으려고 보니 출판사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책을 읽다보니 중3 소녀가 화자인 소설인 걸 알게 됐어요. 수림이와 순례씨를 응원합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좋은 어른들처럼 나이들고 싶습니다. * 길동씨의 역량은 부럽긴 했습니다. ㅎ**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경제력을 가지는 게 즁요합니다. 그 안에서, 경제력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원하는 순례씨를 응원합니다.*** 중3 수림이의 시점으로 인해 부담없이 옳은 말을 듣게 됩니다.
엄마 표정이 참혹해졌다. 나는 조금도 통쾌하지 않았다. 순례씨 말이 맞다. 엄마가 아무리 철이 없어도 나는 인격적으로 대해야 했다. 나는 내 인생의 순례자니까. 관광객이 아니라.
‘이 사람들은 내 친척이다. 먼 친척이다.’ 열받을 때 되뇌는 말을 주문처럼 외웠다.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먼 친척은 개뿔. 엄마 아빠와는 1촌, 언니와는 2촌. 한숨이 나오는 피붙이였다.
한숨이 나왔다. 나는 ‘엄마가 준 상처’ 얘길 하는데, 엄마는 ‘자기가 받은 상처’를 얘기했다. 이런 게 싫어서 말을 잘 안 하고 지냈다. 이젠 안 할 수가 없다. 순례 주택에 적응하게 도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