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은 목록의 작성이고 애호는 취향의 드러냄인데 그런 걸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기란 어려웠다. 무엇보다 길어지지 않았다. 취향은 물질이 되기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책은 물질이고 원고지 매수로 카운트되고 가격으로 치환된다.

- <새 보러 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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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문가들은 대중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는 대신 차라리 생업을 위해서라도 더 전문적이고 싶어했다. 전문가들이 갔으니까 현재는 수집가와 애호가들의 시대였고 저자는 거기에서 공급되었다.

- <새 보러 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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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세숫대야처럼 오목한 도시였고 한번 들어온 것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 언제든 부글부글 끓는 도시였다. (…) 대구는 그렇게 뭔가가 끓고 열이 오르는데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도시였다.

- <문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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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 양에게 애정을 느끼다가도 어떤 대상과 가까워질 때마다 드는 복잡한 결의 불편함을 끝까지 참아내지는 못했다. 자기 내부에서 느껴지는 냉소, 환멸, 혐오감 같은 것들. 부담들을.

- <문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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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등급을 받으려는 아들들의 분투와,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아버지는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음을, 그렇게까지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상황이 충돌하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 <문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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