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아날로그 그림의 아름다움과 오십대의 출발을 알려준 만화 <동경일일>
- 직장인이 본 사실적 묘사를 중심으로 3 / 5
만화가와 출판사 담당자 사이의 팀웍과 만화가의 선택
만화가와 출판사 담당자는 한 배를 탄 사람들입니다. 만화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출판사 담당자는 작품, 생활, 건강 등 모든 면에서 만화가를 보살핍니다. 만화 «중쇄를 찍자»에서도 나옵니다.
먼저, 시오자와씨는 진지하고 신뢰를 주는 담당자입니다. 옷차림도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늘 어깨에 메고 다니는 커다란 비즈니스 백팩이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제5화에서 비가 쏟아지는 마감날, 막차 직전에 받은 타치바나 레이코 선생님의 원고가 젖지 않도록 ‘웃옷으로 원고를 둘둘 싸더니’ 원고 위에만 우산을 씌우고 역으로 향합니다. 이십삼년간 담당한 작가를 매주 사흘씩 방문합니다. 인기 부진, 판매 부진으로 담당이 교체된 후라도 만화가들은 시오자와씨를 높이 평가합니다.
후배 하야시씨는 똑부러지는 커리어우먼입니다. 옷차림도 세련되고, 본인이 해야할 일에 명확하게 행동하는 편입니다. 갈등을 마다하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지도 않습니다. 일단 알게되면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문제를 풀어냅니다. 그래서 시오자와씨에게 상의해 아오키 작가가 ‘말투도 험하고’, ‘아직은 서툴며’, ‘하지만 마음속에는 부드러운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되자 숨지 않고 본인의 문제에 직접 부딪치며 준비하도록 하는 한편, 출판사에서는 편집장에게 주장해 작가가 원하는 주간지에 연재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연재하면서 인기를 얻어 표지 그림도 그리고 단행본도 많이 팔립니다. 아오키 작가의 담당이 된 후배가 힘들다고 하자, 시오자와씨에게 들은 내용에 자신의 경험을 추가해 후배에게 조언합니다.
만화가들은 출판 담당자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시오자와씨가 찾아간 궁극의 만화가들은 각자의 입장이 다양합니다만 누구도 허투로 그를 대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존중하는 관계라는 게 아주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만화가들의 결정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만화가들은 진심으로 거절합니다. 만화가들은 고마움과 현실적인 이유를 분리합니다. 자기의 만화를 인정해주고 존중한 담당자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인기작가로 만들어준 편집자와의 관계를 배신할 수 없다며 거절한 만화가(이이다바시 마치코 작가)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작가들은 각자의 이유로 닫아둔 만화의 문을 두드리러 온 시오자와씨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잊고 있었던 혹은 도망쳤던 만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깨닫고 다시 만화를 그리기도 합니다. 거동이 불편해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만화가는 작화에 필요한 참고도서를 사다달라며 적극적으로 그려냅니다(네코야마 쿠모타로 작가). 가사와 부업으로 일생 생활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던 것을 잃어가던 작가는 수락합니다(키소 카오루코 작가). 학습 만화로 생계를 이어가며 어머니를 병간호하던 작가는 여유가 없는 현실에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수락합니다(니시오카 마코토 작가). 형제의 죽음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던 작가는 다시 만화를 그립니다(이와타 카에루). ‘이윤 만을 추구하는 것에 한 치의 의문도 품지 않은 편집자들에게도 절망해’ 만화계에 염증을 느끼고 떠나, 원고를 청탁받은 걸 좋아하면서도 연재를 거절했던 작가는 창간호가 나온 후 만화를 그리기로 합니다(아라시야마 신 작가). 그건 창간호가 보여준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겠죠.
무엇보다 이 만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초사쿠 작가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만화가 인생을 겁니다. 조건부적인 게 아니라 연재 만화를 중단하고, 껍데기만 남은 게 아니라 빛나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 죽을 때까지 계속할 수 있는 연재를 끝내는 일생을 건 결정을 내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