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곰
메리언 엥겔 지음, 최재원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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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곰』관능적이다 못해 파격적이고 다소 충격을 선사할 수도 있을 작품이다. 호불호가 분명 갈릴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작품 그 자체, 특히나 주인공인 루의 행동을 놓고 보면 여성이 성역활에서 있어서 지나치게 수동적이거나 자신의 매력이 타인(특히 상대 남성의 기준과 잣대)에 의해 재단되고 평가받는 것에서 벗어나 오롯이 주체적이고도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저자인 메리언 엥겔은 국내에서 『나의 곰』을 통해서 처음 선보이는 작가이기도 한데 캐나다 총독 문학상 수상 작가이기도 하단다. 게다가 『시녀 이야기』의 마거릿 애트우드, 단편 작가로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와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이번 초역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면서 그동안 보여준 작품들이 여성의 삶, 여성의 관점에서 초점을 맞춘 작품들을 많이 선보여 왔다는 점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솔직히 주인공인 루와 곰의 에로틱한 사랑을 그린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파격적이긴 하기에 마음을 먹고 읽어봐야 할 작품이란 생각은 확실히 말해두고 싶다.

 

 

역사협회의 루가 캐리섬으로 오기 전 그녀가 만나왔던 남자들은 그녀를 오롯이 동등한 존재로 대하지도 않았다. 자신들의 기준에 부합할 때 그녀는 좋은 여자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루는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경험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루가 곰에서 성적 이끌림을 경험하는 부분 역시도 어떻게 보면 이전에 자신이 만났던 나쁜 남자들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적인 부분들이 분명 있었을 것인데 그런 한편으로는 과연 동물과 사람의 이성적 관계가 가능한가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야생의 동물이 인간과 쉽사리 교감하기 쉽지도 않은데 그 이상의 관계가 가능한가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작품 속 곰은 루를 그 어떤 인간 남성보다 더 존중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어쩌면 이렇게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서라도 여성이 실제 남성과 연애, 교제, 다양한 관계 속에서 억압받거나 위해를 받거나 그 존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래서 진정으로 정신적, 육체적 교감을 주고받지 못하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함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상당히 파격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재 너머에 메리언 엥겔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알것 같은데 이와 함께 과연 캐나다 현지는 물론 해외에서는 이 작품의 출간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켰을지가 살짝 궁금해졌던 작품이기도 하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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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읽는 법
에린 M. 푸시먼 지음, 김경애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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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잘 못 쓰여진것도, 제목을 잘 못 읽은 것도 아니다. 『작가처럼 읽는 법』이 맞다. 보통 작가처럼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은 많이 만나보았을 것이다. 1인 출판사도 많고 꼭 대중적 인기를 얻고자 함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쓴 글을 책으로 출간할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해지면서, 그리고 작가는 아니더라도 글쓰기로 다양한 부수입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글쓰기 관련 강좌나 도서가 여전히 인기인데 이 책은 반대로 쓰는게 아니라 읽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무려 '작가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독서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목이 말해주고 있는데 이 책은 우리가 잘 읽어야 하는 이유로 이것이 글을 잘 쓰는 방법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창작의 독법’이라는 것이다. 

 

 

책의 두께가 결코 얇지 않은데 창작의 독법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쓰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책을 펼쳐보면 이렇게 읽으니 쓰는 것도 남다르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책의 저자가 영문학과 교수이면서 작가라고 하는데 이와 관련한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구나 싶어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작가들은 즐거움만을 위해서 책을 읽는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읽고 꼼꼼하게 읽는다’(p.6)고 하는데 이렇게 말하니 어떤 작품에서 유명 작가가 추천한다는 띄지의 문구나 아예 추천사가 따로 곁들여진 책은 앞으로 더욱 눈여겨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추천(사)이 있는 작품이라면 더욱.

 

책의 내용은 다양하게 분석/해부하듯이 꼼꼼한 방식으로 어떻게 읽는가에 대해 정리되어 있는데 ‘비판적으로 읽고 꼼꼼하게 읽는다’는게 어느 정도일까 싶었는데 목차를 보면 이해가 되면서 이렇게까지 읽는다 말이야 싶어 놀랍다.


먼저 장르부터 시작해 총 8개의 항목에 따라 내용이 정리되어 있고 면면을 들여다보면 작품을 예시로 들어서 보다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데 정말 좋았던 것은 예시로 들어진 작품들이 읽어보질 못한 작품들이라 내용을 알면 좋을텐데 싶었는데 그 바람을 알기라도한 듯이 부록에 이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창작의 독법’에 대해 먼저 읽기 전 부록의 작품들을 먼저 읽어보고 앞으로 되돌아와 책 내용을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물론 작품 수록 말고도 독법을 설명할 때 내용을 발췌해와서 함께 실어놓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크게 문제는 없을것 같긴 하다. 보통 인문사회학 장르나 과학 장르와 같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철학적 사유를 요하는 책이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책들은 재미있게 읽었던것 같은데 요즘은 장르 파괴에 가깝게 하나의 장르로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서 독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도서들이 많은만큼 좀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그리고 어떤 기법이나 방법, 그리고 표현들로 이 작품이 쓰여졌는가, 어떤 부분에서 비판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반대로 만약 내가 글을 쓸 때 어떤 책을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계획할 때 써야 하고 쓰지 말아야 하는 방법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띄지에 쓰인 “훌륭한 작가의 첫걸음은 훌륭한 독자가 되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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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창자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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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부터 표지까지 상당한 임팩트가 있는 작품이 바로 『명탐정의 창자』이다. 특히나 이 작품은 『명탐정의 제물』의 30년 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사이비 종교 단체 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며 충격을 선사했던 전작도 만만치 않게 화제였던만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마치 세간에 충격을 선사한 사건을 후속 취재하는 다큐마냥 이 작품 역시 그에 못지 않게 기대하게 될 것이다. 

 

80년 전에 주민 30이 살해되는 사건(쓰케야마 사건)이 발생했던 기지타니에서 또다시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결국 이에 명탐정과 조수가 함께 사건의 중심이자 비극의 땅인 기지타니로 향하게 된다.  

 

한 마을에서 이토록 잔혹한 일이 발생하기도 쉽지 않을터, 마치 저주받은 땅인것 마냥 애초에 기지타니에서는 패주 무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고 이 일 이후 마을에서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자 마을에서는 나름의 자구책으로 마을에 어린 불운을 없애보고자 음양사까지 불러서 액막이 의식을 하게 되고 그 덕분인지 어느 덧 마을에는 이전과는 다른 평화가 찾아오는것 같았지만 그 평화로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일까? 게다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살인사건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데 살인 방법도 잔혹하기 그지없다. 

 

이런 기묘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곳에서 탐정 우라노와 조수 와타루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떻게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나갈 것인지도 흥미롭지만 과연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범인의 동기나 목적도 궁금해져서 더욱 몰입하게 되는 작품이다. 

 

본격적인 사건 추리에 앞서서 <기록>이라는 코너를 통해서 이 마을에서 발생했던 사건들을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이 나오는데 짧은 사건 개요에서도 심상찮은 사건임을 직감하게 한다는 점에서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따라가며 함께 추리하게 만드는데 전작이 하나의 사건을 통으로다룬 장편소설이였다면 이 작품은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단편 내지는 연작 같은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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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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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0년 경력을 지닌 나무 사진 작가의 탐목기(探木記)를 담아낸 사진 에세이집이 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되었다. 제목부터가 오랜 시간 나무에 깊은 애정을 보여 온 작가의 마음이 엿보이는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이다.

 

자연 속 나무라고 하면 대체적으로 오랜 시간, 나무 스스로에겐 생겨나면서부터 평생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생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나무에게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가운데 이 책은 나무 사진 작가가 선보이는 다양한 나무들의 모습, 나무를 담아낸 자연의 풍경이 한데 어울어지고 그 속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까지 덧입혀져서 한 권의 철학서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나무를 사진으로 남기기 전에는 통폐합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분교를 사진으로 담았었다고 하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그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는 다양한 나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데 단순히 우리가 나무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리게 되는 숲이나 산, 그리고 들판 등에 자리잡은 거목 같은 사진 이외에도 숲 전체나 꽃나무, 작은 나무가지를 줌하듯 찍어낸 사진들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무가 아닌 바닥에 다시 활짝 피어나듯 펼쳐져 있는 떨어진 꽃잎들을 담아낸 사진도 있다.

 

어떤 한 구도에 제한되지 않은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져 있어서 마치 자연의 한 부분들을 감상하듯 살펴보는 묘미가 있는 책이다. 아울러 작가만의 회상에 젖듯이 나무들과 관련한 감상이나 일화 등을 담아낸 것도 좋다.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의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나무, 꽃, 다양한 생물들, 그리고 자연 나아가 그속에서 어울어져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모든 것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과 깨달음을 잘 담아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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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이천우 지음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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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는 제목에서부터 상당한 궁금증을 자아냈던 작품이다. 게다가 타임루프와 미스터리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이 둘을 작품 속에 풀어냈을지도 기대되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게 잘 그려진 작품이라 은근히 영화로 제작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도 작가가 오랫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해온 저력이 자신의 첫 번째 장편소설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게 아닐까 싶다.

 

 

각기 다른 상처, 특히나 사랑의 실패에서 오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삼남매가 아버지의 장례식날 뜻하지 않게 타임루프를 경험하게 되는데 기묘한 점은 그 시기가 17일 전으로 계속해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굳이 17일 전이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되돌아갔다 현재로 오다보니 아버지의 장례식도 반복된다. 이쯤되면 자신들이 평소 가지고 있던 문제들 보다도 왜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지 왜 하필 17일 전인지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고 어떻게 하면 시간이 정상적으로 흘러갈까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된다. 

 

분명 8월 22일을 살았고 당연히 어제인 8월 22일을 지나 오늘이자 어제 기준으론 미래인 8월 23일로 넘어가야 하는게 정상이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은 8월 5일로 되돌아가 있다. 그렇다면 이 일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아버지는 오랫동안 아프셨고 삼남매는 우여곡절 긑에 장례를 치룬 상태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턴테이블과 LP판을 발견한 것이 이 모든 문제의 시초다. LP판을 틀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17일 전 아침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이다. 
 

 

장남 진태, 차남 진수, 그리고 막내딸 해민까지. 삼남매는 졸지에 17일 전으로의 타임루프를 반복하면서 뭔가 이유가 있을거란 생각을 하고 아버지의 유품 중 일기를 단서로 여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게 된다. 무려 5권에 달하는 아버지의 일기장이다. 그리고 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고 그 시간들을 통해서 아이러니하게도 반복되는 기회 속에 삼남매의 삶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내가 쓴 내 일기를 읽어보면 세상 그렇게 유치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남의 일기는 그렇게 재밌다니... 아버지의 일기 속 아버지는 삼남매가 생각지도 못한 모습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남겨진 자식들은 아버지의 삶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라는 한 인간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은근한 재미와 감동까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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