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꿈꾸던 인생과는 달리 현실과 타협해, 때로는 먹고 사는 절실한
문제로 자신의 진정하는 꿈을 접어둔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그렇게 살아가고 또다른 누군가는 더 늦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현재의 일을 그만두고 꿈을 쫓는 경우가 있고 또다른 누군가는 현재의 일을 하면서 자신의 꿈에 대한 도전도 하는 경우일 것이다.
『상상 (imagine)』의 주인공인 L은 한때는 유능한 장교였지만 지금은 보험영업사원이다.
그리고 L의 꿈은 작가이다. L은 여기저기 발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보험영업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몇 년째 작가가 되기 위해서 글을 쓰지만
그마저도 시원치않아 작품이라고 부를 만한 글을 쓰지는 못했다.
거기다가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성공해보려다 사기까지 당한 상태이다. 청춘이라 부르기엔 L의
사정은 너무 각박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없어 보인다. 34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못할게 없어 보이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아직은 많아
보이지만 현실은 녹록하지가 않은게 사실이다.
너무 빨리 현실의 혹독한 상황에 놓인듯 L은 현재 이도저도 아닌, 이것저것 되는게 하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어찌나 답답했던지 L은 한 스님을 찾아가고 스님은 L에게 직장과 사업 운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참 암담하다. 그렇다면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현실도 꿈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제대로된 운도 없다는 스님의 말은 L에게는 마치
사형선고처럼 느껴진다.
삶이 너무 고단하고 되는 일이 없을 때 우리는 가끔 사는게 전쟁 같다고 이야기 하는데 그런 L
앞에 운명의 여인인 U가 나타난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있는 둘의 상황은 요즘 말로 썸남썸녀이다. 그러나 둘은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하는데 L이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은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버거워 보인다.
자기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 보이는게 현실에 누군가의 사랑하는 마음은 사치처럼 느껴지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삼포세대(연대, 결혼, 출산)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통계조사를 보면 이전과는 달리 초혼의 나이가 점점
늦어지고 출산의 나이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는데 이는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결혼도 늦추고 아이를 낳는것이 현실적으로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강제적으로
초식남, 건어물녀가 될 지경이다. 여기에 이 책의 주인공인 L도 가히 그런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삶이 전쟁 같으니 그 전쟁
속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상상 (imagine)』의 L은 분명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인듯 너무나 현실적인 내용과 전개를 보여줘서 공감하게 되는 동시에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지기도 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