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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휴버트 셀비 주니어 지음, 황소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뭐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하물며 좋지 않은 것에 중독된다는 것은 어쩌면 단순히 몸을
나쁘게 하거나 건강을 다치게 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파멸의 길로 인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휴버트 셀비 주니어의『레퀴엠』이 그러하다.
동명의 영화 「레퀴엠」의 원작이면서 동시에 이 작품만큼이나 문제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쓴 휴버트 셸비 주니어는 미국에서 가장 칭송받는 전후(戰後) 작가라고 하는데 십대 시절의 병과 수술 등으로
인해 20여 년간 진통제 등에 의존하며 살았는데 이로 인해 직업을 구하기 힘들었던 그에게 친구가 권한 글쓰기를 계기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우울했던 유년 시절을 담아낸 작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고
앞서 말한 두 편의 작품으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선사한다. 비단 1970-80년대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 중독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아마도 세대를 뛰어넘어 그의 작품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레퀴엠』은 휴버트 셀비 주니어가 1978년 발표한 작품으로 세 젊은이와 한 중년 부인이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마약과 돈, 아메리칸드림이 주는 환상에 중독된 인물들이다. 지금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희망과 현실은 결코 일치하지 않음을 우리는 많은 것에게 깨닫게 된다. 이 불일치에서 누군가는 더
큰 힘을 내기도 하지만 또다른 이는 그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자신들만의 사업을 하고 싶었던 해리와 마리온(연인 사이), 그리고 지금의 밑바닥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하는 친구 타이론은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헤로인을 사서 되파는 수법으로 부자가 되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산 헤로인에
중독되고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인 해리의 어머니 사라는 남편과의 사별 후 토크쇼 출연 제의를 받고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다 역시나 중독되고 만다.
작가 스스로가 병으로 인해 약물 중독에 시달려야 했기에 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묘사되고 자신들을
더 나은 삶으로, 자신들의 꿈을 이뤄줄 것이라 생각했던 행복과 희망의 수단이 오히려 자신들을 파멸시키는 주범이자 이들을 중독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하는 적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면서도 그 당시의 시대적인 모습과 함께 그려진다.
희망을 갈구하는 네 명이지만 그 끝은 파멸 뿐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암울하게 느껴지는 책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지나치게 극적이지 않다는 점이 묘하게도 이 책이 지니는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