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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실수
강지영 지음 / STORY.B(스토리비) / 2025년 10월
평점 :

간혹 TV에서 보면 강력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의 얼굴이 굉장히 평범해서, 당장 어제 내 옆을 지나쳤어도 딱히 기억나지 않을 특색없는 얼굴이라는 점에 놀랄 때가 있다.
그런데 『양의 실수』을 보면 누군가에겐 그런 얼굴이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것이 단지 소설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분을 세탁하고 남의 인생을 도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그런 평범함이 그 어떤 존재보다 탐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중소기업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영세한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6년을 일했음에도 연봉이 채 3천이 되지 않는 유양은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나온다.


부모를 모두 잃고 장애가 있는 언니를 시설에 보낸 후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그녀의 삶은 지칠대로 지쳐보인다. 그런데 누구라도 탐할 수 없는, 오히려 이런 삶이라면 고개를 젓고 도망칠 것 같은 유양의 삶이 필요하다는 여자 단화가 나타난다. 언뜻 유양의 외양을 하고 그녀를 따라 온 여자는 유양을 살해하는데...
대륙에서 소수민족으로 살다 몰래 밀항까지 해 겨우 도착한 한국, 불체자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던 그녀지만 나름 착실한 삶을 살았다. 그런 그녀가 성기범을 만나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소망이 생긴 후 더이상 자신의 신분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기범을 속일 수 없게 되자 진짜 한국인의 신분을 사고자 오랜 시간 유양을 답습한 뒤 그녀의 삶을 대신 살고자 한 것이다.


그렇게 유양을 죽이는 것에 성공한 단화. 아니, 성공했다고 생각한 단화지만 계획이 어긋난다. 게다가 죽은 유양은 점점 부패하는 시체 상태로 단화에게 제안을 한다. 자신을 죽이라고 한 의뢰인을 알게 되면 자신의 삶을 살게 해줄 것이며 또한 그 전에 세 명을 죽이자고.
살아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던 평범함 그 자체였던 유양은 오히려 죽어서 모듬 감각과 감정이 살아난 듯, 아니 모든 걸 더이상 참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생각한 듯 복수를 꿈꾸고 단화는 졸지에 이 일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유양의 살인이 더해갈수록 일은 점점 더 꼬이게 되는데 과거 밀항 당시 마주했던 익호의 추적과 협박이 이어지고 자신과 결혼을 약속한 기범의 안전까지 위협받게 되면서 살인 후 유양의 신분으로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한 단화의 계획 역시 어긋나게 되는데...
흔히 누군가 살해 당하면 주변에선 말한다. 평소에 주변으로부터 원한을 살 사람이 아니였다고, 유양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누가 왜 자신을 죽이고자 했을지.
지극히 평범해서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 같은 삶도 또다른 이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진정한 인간다움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삶인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라 잔혹함과는 별도로 강한 몰입감을 자아내는 작품이기도 했다.
★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스토리비(STORY.B)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