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날
이나 소라호 지음, 권남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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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였던 저자가 만화가로 데뷔한 이후 일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트위터에 연재했던 것이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화제가 되면서 종이책으로 출간된 것이 바로 『특별하지 않은 날』이다. 책은 굉장히 소소한 일상들이 펼쳐지며 어떻게 보면 일본이여서가 아니라 한국의 어느 작은 동네에서도 있음직한 이야기가 읽으면서 나 역시도 공감이 갔고 또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피소드들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던것 같다. 


책에서는 8개의 에피소드가 펼쳐지는데 나오는 마치 연작 만화 내지는 옴니버스처럼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노부부의 이야기 속 손녀가 일하는 직장에서의 동료들이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그중 한 명이 트위터에 남기는 이야기가 또 유명해져 익명이였지만 서로가 그 존재를 알게 되기도 하는 식이다. 

그래서 뭔가 진짜 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여서 더 좋았던것 같다. 


가장 먼저 나오는 노부부의 이야기는 뭔가 츤데레한 느낌이 좋다. 할아버지 무뚝뚝하시지만 젊은 시절 사진기에 가족들의 사진을 담아내느라 정작 자신은 사진 속에 없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달까. 이제는 나이가 들었고 카메라 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대지만 카메라가 더 익숙한 분이지만 할머니에게 사진찍는 법을 배워 찍은 사진이 할머니가 친구분과 이야기할 때의 모습이다. 

표현을 잘 하지 않으셔도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이며 그 손녀가 일하는 가게에 찾아 온 손님이 초콜릿을 사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그 남자 손님은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시치미를 뚝 떼고 초콜릿을 고르는 아버지의 모습도 골라주고자 하는 딸도 사랑스러운 가족이다. 

이외에도 고양이를 무서워하지만 길고양이를 발견하고 이를 트위터에 남긴 후 사람들이 키우는 것에 대해 조언을 하자 시행착오는 거치지만 최대한 반영해서 잘 키우려고 하는 인물의 이야기도 마음 따뜻해진다.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특별하지 않은, 오히려 평범한 나날들의 이야기겠지만 그래서 잔잔하지만 감동도 있고 공감도 되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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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숲에서 -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실뱅 테송 지음, 비르질 뒤뢰이 그림, 박효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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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숲속 생활기를 그린 『월든』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바로 『시베리아의 숲에서』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실뱅 테송은 프랑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면서 작가이자 여행가이기도 한데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기 전에 숲 속 은둔자의 삶을 살아보고자 바이칼 호수로 떠나게 된다.  

자발적인 고립무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2003년에 처음으로 찾았던 바이칼 호수에서 은둔자를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이 꽤나 행복해 보였고 자신 역시 그렇게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시달리다 무려 7년이 지난 2월 초입에 이를 실행하기에 이른다. 

시간은 대략 6개월 정도로 러시아의 추위를 생각하면 한 겨울에서 봄을 넘어 초여름까지인것 같다. 주변의 마을과는 120km 가량 떨어져 있고 도움을 요청하고자 한다면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은둔자로서의 삶을 생각하면 6개월치의 식량이나 보드카, 책 등을 꼼꼼하게 챙겨간다.


허허벌판이 아니라 이미 1980년대 지질학자들의 임시 거쳐였던 오두막에서 지내게 되는데 그와 짐을 실은 트럭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 스스로도 만감이 교차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조난자와 같은 심정이였다고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겨울 얼어버린 바이칼 호수의 너무나 깨끗한 모습을 TV로 본 적이 있는데 물방울마저 그대로 얼어버린것 같은 풍경에 경이로움과 함께 두려움마저 느꼈는데 아무리 은둔자의 삶을 살고 싶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결정을 한 작가가 놀랍게 여겨진다.

책은 이렇게 저자가 2월 14일 6개월 가량 은둔 생활을 한 7월 28일까지의 일기가 그래픽노블로 표현된다. 온통 눈과 얼음으로 덮힌 산자락 아래, 오두막 바로 앞으로는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가 펼쳐지는 곳에서 간혹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도 다른 곳을 방문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홀로 보내는 시간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남지 않을까.

고독과 외로움, 고요함과 평화로움은 정말 한끗차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새들이 오두막으로 날아오고 오두막 근처에는 야생동물이 지나다니며 숲 속 눈길에서는 곰과 마주하기도 한다. 야생 그 자체의 삶 속으로 작가가 들어간 셈이다. 

너무 추워 노트북 배터리까지 폭발해버리는 가운데 유일하게 세상과 연결고리라고는 위성전화가 다인 곳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낚시를 하고 눈덮힌 산길을 오르고 야영을 하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문득 이걸 브이로그로 남겼다면 정말 엄청났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절대적으로 가공없이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는 조건으로 말이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바이칼 호수와 그 주변의 풍경이 그림으로도 느껴지는데 만약 실제로 본다면 정말 대단할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인생에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만큼이나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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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문화센터 1
난다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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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도토리 문화센터 1, 2』는 무한 취미지옥 생존기라는 흥미로운 문구가 눈길을 끈다. 만화임에도 인물들의 표정이 살아있는것 같아 감상의 재미가 더욱 큰 작품이기도 하다. 

고두리 유니버스그룹의 부장은 취미를 위해 도토리 문화센터에 등록한 게 아니다. 워커홀릭으로 소문난 고두리 부장은 유니버스그룹에서 야심차게 계획중인 'THE 유레카'라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도토리 문화센터에 일종의 위장 전입을 한 것으로 적진으로 뛰어들어 문화 센터에서 소유권 양도에 동의하지 않은 최종 4인방으로부터 동의를 받기 위함이다.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잠입에 성공한 고두리 부장, 유니버스그룹 CEO의 직속 비서이기도 한 오소운이 함께 하는데 워낙에 친화력이 뛰어나서인지 고두리와는 달리 금방 도토리 문화센터에 동화된다. 

'THE 유레카' 프로젝트를 위해선 부지의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과연 고두리와 오소운은 유니버스그룹의 CEO인 유리만의 계획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문화센터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일단은 취미로 강좌가 개설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은 전문적인 반도 있고 육성반도 있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금방 인원이 차버린다.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이라면 문센이라고 불리는 곳, 이곳에서 고두리는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의외로 두각(?)을 드러내며 칭찬을 받기도 한다.

다양하면서도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도토리 문화센터에 잠입한 둘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고령의 어르신들이라는 점에서 이분들과 만들어가는 이야기도 상당히 재미있게 그려진다. 

고두리 부장이 어르신들은 모르는 원래의 목적을 감추고 도토리 문화센터에 잠입한 것처럼 그곳에 있는 사람들 역시 저마다 사연이 존재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녹아들면서 도토리 문화센터가 단순히 취미생활을 누리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재미와 감동까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도토리문화센터 #난다 #문학동네 #어쿠스틱라이프작가 #무한취미지옥생존기 #휴먼드라마 #만화 #웹툰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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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이 뒤집혀 있어도 세상은 돌아갈 테니까
쓰보우치 지음, 김윤수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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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이 뒤집혀 있어도 세상은 돌아갈 테니까』는 일본 작가분이 자신의 일상을 만화 형식으로 담아낸 책이다. 지나치게 생활감이 느껴져서 이거 정말 이 정도로 솔직하게 담아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 남편과 아직은 1살인 아들 다보와 함께 사는 3인 가족의 일상 생활기, 그중에서도 가사 편이라고 보면 좋을 이야기 모음집이다. 

 

 

코로나 시대의 이야기인 듯한 분위기를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데 작가님은 주부인 동시에 작가님이시며 남편분은 재택근무 중인듯 하다. 이야기 속에는 작가님의 어린 시절, 학창시절 등이 중간중간 나오는데 그중 하나는 어렸을 때 시골 같은 곳에서 자라서 빨래를 외부에서 말리다보니 걷어올 때 각종 벌레(곤충)들이 함께 따라와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있어서 빨래는 실내 건조를 선호하고 건조 기능이 겸한 세탁기를 좋아한다고.

 

과일은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못 깎지만 그래도 요리는 결혼 초보다 많이 들었다는 점, 하지만 이런 요리들은 대개 이름이 없는데 남편분은 굳이 이름을 물어본다는 점이나 처음 가사 분담을 둘러싼 기 싸움 아닌 기 싸움을 하지만 이제는 적절히 분담을 해서 하는데 의외로 남편분이 많이 참여하는것 같고 아직 어린 아이는 여전히 딱 그 또래의 모습은 집안을 정리된 채로 있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것 같다.

 


인테리어에 대한 로망이 분명 있었지만 결국 생활감이 묻어나는 인테리어(?)야 말로 편안한 자신의 집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리얼 그 자체.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치우고 청소와 빨래를 하는 등의 정말 일상 생활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모습에 자칫 자신 지나치게 솔직한 모습을 만화로 담은 것에 대해 사람들이 뭐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은 공감을 자아냈다고 한다. 

 

정말 책을 보면서 공감가는 대목이 한 두군데가 아닌 걸 보면 국적을 망라하고 아직 어린 아이를 둔 집은 대개 비슷하다는... 책 중간중간에는 '심플 라이프 연구가 마키 씨에게'라는 코너를 통해 살림이나 생활을 좀더 단순화하는, 그래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노하우도 소개되니 참고하자. 

 

양말 뒤집어 벗는건 정말 싫지만 뭐 아주 가끔 그런다고 세상이 멸망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욱하지 말고 살자는 생각을 해본다. 가끔은 양말 안을 씻을 필요도 있겠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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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요정 -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요정님이 전하는 하찮은 삶의 지혜
정세원(OOO)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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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요정』는 만화의 그림체(스타일)도 특이하고 만화가이자 이 책의 작가님의 이름은 더 특이한 책이다. 작가님의 이름이 OOO이라니... 주로 도트를 이용한 만화와 그림을 그리신다고 하는데 이 책은 4컷만화로 픽셀로 그려져 있으며 뭔가 향수를 자극하는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료한 어느 날 인생의 요정이 한 인간 앞에 나타나고 그 인생의 요정을 시작으로 어둠의 요정, 판매의 요정, 날씨의 요정, 낚시의 요정, 죽음의 요정, 요리의 요정, 사랑의 요정, 번역의 요정, 춤의 요정 등이 등장한다. 

 


각자 신이 부여한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데 아무것도 안하는게 요정의 진짜 일이라니... 게다가 신은 이런 요정들에게 각자의 업무를 분담하고선 더 아무것도 안한다.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게 인간(세계)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속에는 촌철살인의 메시지도 있는데 요정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생의 요정에게 인간이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곁에 있는게 신경 쓰인다고 하자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 탓만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뭔가 그럴듯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정들의 등장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일이라고는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자신의 일에 열심히인 경우도 있어서 주변의 다른 요정들이 원성(?)이 자자해 인간 세상으로 유배를 보내기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춤의 요정. 그런데 춤의 요정은 자신들의 세상에서도 끊임없이 춤을 추더니 인간계에서도 다양한 곳들에 알바비까지 받으면서 춤을 추니 일석이조의 삶을 살고 있으니 춤의 요정에게 있어서 인간세상으로의 유배는 유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옛날 만화책을 읽는 기분으로 4컷에 담아낸 짧지만 나름 스토리 라인이 탄탄해서 옴니버스 식이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들 간의 구성이 유기적으로 흐름을 타는게 좋다. 인생의 요정이 등장한 이후 스토리가 가미되면서 점차 다른 요정들이 곳곳에 등장하지만 흐름이 전혀 깨이지 않는 은근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덧붙여 이 책에는 요정 세계관의 스핀오프격인 〈멘트 빠칭코〉〈지구 멸망의 날〉라는 두 편의 컬러만화도(참고로 본편은 흑백만화이다) 포함되어 있고 더욱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이나 작가님의 다른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3_ooos )을 방문해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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