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신 인 서울 ㅣ 사계절 1318 문고 122
한정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에 너무 가기싫어하던 아이도 지금 이맘 때쯤이면 학교가 그립지 않을까 싶다. 평소라면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하교를 하는 반복적인 일상을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를 이때에 아침에 일어나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토끼가 되어버린 반희라는 아이의 충격적인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변신 인 서울』.
과연 반희는 왜 하필 수많은 동물 중에서 토끼가 되었고, 또 왜 갑자기 토끼가 된 것일까? 처음 자신의 모습이 토끼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마치 현실부정처럼 반지의 옷을 입고 잤나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자신의 몸에 있는 꼬리와 귀는 영락없이 토끼다.
그런데 당호감도 잠시 반희는 토끼가 되었으니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이는 시험도 안쳐도 되고 학원도 안가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오히려 행복하다 싶어진다. 사실 반희는 1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데 지난 번 시험에서는 1등을 놓쳤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반희의 모습이 요즘 청소년들의 모습을 모두 담지 않았을테고 반희의 부모님 또한 모든 부모의 대변인 같은 모습은 아니겠지만 소위 명문대 진학을 위해 어렸을 때부터 학습 코디가 따라붙어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철저한 계획 하에 스펙을 쌓아가는 아이들, 또 대학을 위해 제대로 자지도 쉬지도 못한 채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은 다시금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반희의 생활은 확실히 평균 이상의 강압적인 모습이 보이긴 한다.
그러니 오죽하면 인간이 아닌 토끼여서 기쁠까? 참 씁쓸한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반희에게 평소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번호를 가지고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아이들이 메시지를 보내고 이와 함께 반희의 부모님이 보이는 모습은 평소 반희가 어떤 기분이였을까 감히 상상도 못하게 만들 정도로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토끼가 되어서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과 함께 자신이 평소 놓치고 있던 여러 모습들까지 떠오르면서 이제 반희는 더이상 토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이 기쁘지도 좋지도 않다.
과연 반희는 왜 지금 이런 일을 겪고 있는 것일까? 반희는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황당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의외로 묵직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던진다. 그렇기에 청소년 문학이지만 오히려 부모님들이 더 읽어봐야 할것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