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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룬과 이야기 바다 ㅣ 문학동네 청소년 14
살만 루시디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평점 :
가끔 어떤 작가를 알게 되었을때, 그 작가의 약력만큼이나 작가의 삶이 관심을 끌어 당길때가 있다. 특히 소설 작가의 경우 어느 소설 못지 않은 삶을 살아 온 작가의 이야기는 작품의 의미와 그 깊이를 더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작가인 살만 루시디는 어느 영화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1998년에 쓴『악마의 시』라는 소설로 인해서 그는 작가로서의 명성과 함께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이슬람교에서는 박해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무려 백만 달러의 현상금이 그에게 걸려 있었며 그의 주변인들도 상당한 위협을 받은 것으로 밝혀 졌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이 책『하룬과 이야기 바다』를 썼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울러 그의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도 가치있는 것이기에 살만 루시디라는 작가는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룬의 아버지 라시드 칼리파는 알리프바이(힌두스탄어로 '문자'라는 뜻)라는 나라에는 슬픈 도시가 있었는데 그곳에 도시의 이야기꾼 라시드 칼리파가 있었다. 그런 라시드 칼리파의 아내는 이웃집 남자와 바람이 나서 집을 떠나버린다.
"당신의 머리는 거짓으로 가득 차 있어서, 진실이 들어갈 여지가 전혀 없어요. 셍굽타 씨는 상상력이 전혀 없어요. 난 그게 좋아요." (p.19)
천상 이야기꾼이게 상상력이 있어서 싫다는 말로 떠나 버린 아내는 그럼에도 하룬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아들 하룬에게 남겼고 하시드는 하룬에게 들려 준다. 그러자 하룬은 라시드에게 말한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사실도 아닌 이야기가 무슨 쓸모가 있냐'고요?" (p.20)
아내와 아들로부터 얻은 충격 때문이였을까 라시드는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자 아들 하룬은 아버지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할 수 없는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물의 정령'을 따라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하룬은 아버지가 이야기했던 이야기 물, 수다족과 잠잠족 등이 모두 실존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꾼 아버지의 이야기는 상상력을 넘어서는 진실이 있었고, 그 이야기 세계를 '사실도 아닌 쓸모없는 이야기'라고 했던 아들 하룬은 경험하게 된다. 그러한 모험과 경험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현실과 상상, 이야기와 진실이 공존하는 독특하면서도 멋진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을 계기로 살만 루시디의『악마의 시』를 읽어 보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하룬과 이야기 바다』가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의미를 벗어나서 살만 루시디라는 작가에 관심이 생기게 하는 책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