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보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게 되었던 것이 계기였고 그나마도 최근에는 TV를 잘 보질
않아서 얼마나 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지식채널ⓔ>가 방송된지도 벌써 12년이나 흘렀고 그 사이 1500회라는 방송분이
전파를 탔고 책으로 출간된 10년이라는 기간동안 무려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면서 명실상부 인문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지식ⓔ and』는『지식ⓔ』의 열 번째 책으로 1부의 앎은
'크로노스(Chronos)'를, 2부 '카이로스(Kairos)'는 삶을 의미하며 이 둘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시간이라고 말한다. 둘 모두
그리스어로는 시간이나 단순히 알게 되는 것이 크로노스라면 이렇게 알게 된 것을 삶에 체화시키는 것이 카이로스로서 결국 체화하기 위한 방법이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1, 2부로 나누어진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것은 바로 사회적
이슈라는 것이다. 때로는 오래 전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이야기, 지금과 비교해봤을 때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
그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마리와 기초로 삼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현재와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어쩌면 모르고 지나쳤을수도 있는 주제들을 담아내기도 하고 궁금했던, 그리고 한때 관심있었던
이슈들에 대해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때로는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다.
여러 재난사건사고 현장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촬영과 보도 예의라고 생각하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그동안은 가정 내의 훈육 정도로 생각하며 공권력의 개입을 꺼려했던 아동 학대에 대한 이야기와 자세한 실태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중 인상적이였던 몇몇 이야기를 보면「열국열차」편. 20년 째 정해진 궤도를 도는, 세계
최초의 의료열차인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펠로페파'. 똑같은 곳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무려 2년이 걸리는
시간,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겐 이 2년의 기다림은 과연 어떤 시간으로 여겨질까?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들다. 단 일주일간 머물며 하루에 최대 260명을 진료할 수 있으나 열차의
이름처럼 이 기회를 통해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에겐 펠로페파는 기적의 열차인 셈이다. 그리고 펠로페파의 운영 책임자인 온케 마지부코의 간절한
바람이란 자신들이 이 지역에 다시 왔을 때 근처에 훌륭한 병원이 생겨 펠로페파가 더이상 필요치 않게 되는것. 그렇게 될 어느 날까진 펠로페파는
2년 뒤 또다시 그 마을로 돌아올테지만 몇 번의 2년이 흐르더라도 그 마을들에 병원이 생겨 어느 2년엔 펠로페파가 멈추지 않고 지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외에도 음모론과 관련되어 한번쯤 들어보았음직한 스머프에 관련된「엉뚱한 상상」편. 누군가는
스머프가 자본주의 국가의 선전물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똑같은 이야기를 두고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만화라고 했다. 일명 스머프 음모론이다. 책에서는
이런 스머프 음모론의 주장과 함께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는 왜 여전히 음모론이 대두되는가, 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음모론에 불과한지에
대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는 물론 우리나라의 '평화의 댐 사기극'과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정치권 개입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고 신선했던 이야기는 에필로그에 나오는「도서관이 살아 있다」편. 마치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를 패러디한것 같지만 그래도 상상이 잘 안되는 내용인데 '대출 시간 30분, 단 집으로 대여는 불가'인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로 예사롭지 않은 도서 목록들을 보고 대출을 신청하고 기다리면 대출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책이 아닌 사람이다.
일명 '사람 책'. 작가가 곧 책인 셈이다. 그 책 제목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주는 어쩌면 진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책인 셈이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만든 사람 책, 그
기발한 발상이 놀라웠고 진짜 살아있는 생생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또다른 형태의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또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휴먼 라이브러리의 힘을 기회가 된다면 국내에도 도입해 만나보고 싶어졌던 이야기다.
시작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후회하지 않게 해주는 '지식ⓔ 시리즈'. 시리즈
전체를 책은 물론 DVD 영상으로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은 오늘도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