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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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능력치에 따라 급이 나눠지는 세상이 그려지는 한국. 그고에서 허무한은 지극히 평범한 부모님을 두었지만 본인은 A급 마력을 가지고 있는데 분명하게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 기인한 것인지 알순 없지만 그저 부모님들에게 발현되지 못했던 마력이 쌓여서 모조리 무한에게 대물림된 경우라고 볼 수 밖에 없을것 같다. 그러니 태생부터 남다른 무한은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에 국내 최고의 대학 응용마법학과에 합격하게 되는데 막상 입학한 학과에서 무한은 마력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소위 말하는 상류층 자제들이 경험한 것들은 소도시라고 절대 할 순 없겠지만 지방 도시에서 딱히 어떤 문화나 해외 체류 등의 경험을 누리지 못한 무한에겐 낯선 세상이나 다름없다. 이는 곧 자신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마력에도 불구하고 무한에게 열등감이란 패배를 안기기에 충분하다.


뭔가 이 대목부터 지극히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해도 해외여행은 쉽지 않은 일이였는데 요즘 아이들을 보면 동남아는 예사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무한이 느꼈을 좌절감이 이해도 가고 그가 동기 중에서도 특별한 집안이라고 할만한 서지현에게 매료되어 자신이 가진 것을 팔겠다고 생각하는 대목은 지나치다 싶으면서도 동질감을 느끼고픈 마음일까, 아니면 최소한의 조건이라도 갖추고 싶은 걸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마법 세상에서 마법을 사고 파는 게 가능해진 가운데, 그럼에도 돈이 가지는 무시무시한 위력은 지금이나 이때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무한이 자신이 가진 선천적인 재능과 그에 못지 않은 노력까지 더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갖고 태어난 이들이 누리는 것들을 자력으로는 누릴 수 없는 현실에서 오는 좌절감이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작품처럼 여겨진다.

마법같은(?) 천재성을 가졌음에도 현대판 귀족이라 불릴만한 재력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모습, 반대로 돈은 있지만 마력이 없는 동기의 동생에게 과외를 하면서 돈을 벌다 결국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역장을 파는 선택, 좋아하는 이를 위해 역장을 기부하는 이야기 등까지... 

이제는 너무나 평범하다 못해 진부해진 마법, 마력이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소재로 이렇게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는 심너울 작가님의 상상력과 사회풍자가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이라 적극 추천 해주고픈 소설이 바로 『갈아 만든 천국』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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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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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님을 지칭하는 말들은 많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생태학자, 사회생물학자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우리 주변의 다양한 생물체들의 생태 등에 관련한 이야기를 세밀하게 풀어내면서 동시에 그속에서 우리 인간의 삶을 접목시켜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현재 인간이 처한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보면 우리가 미물이라 여기는 생명체들로부터 어떤 지혜를 얻어 해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2밀리미터의 작고 아름다운 사회'라고 표현하고 있는 곤충사회의 이야기를 담아낸 지극히 생물학적 이야기 같은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얼핏 곤충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의 생태를 빗대어 우리 인간의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다가오는 책이라 생각한다.

간혹 자연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생물종들의 공존을 위한 모습들을 보면 이들의 자세는 놀랍도록 경이롭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데  나 혼자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 생물체가 살아남아야 나 역시 살아남는다는 것을 아는 존재들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과거 원시시대의 인간에게 있어서 사냥은 생존을 위한 수단과 직결되었다. 사냥에 성공하면 생존하고 그렇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을 받았기에 이를 기원하는 그림이 최초의 예술 행위로 불려지기도 하는데 점차 인간이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면서 마치 모든 지구의 권한까지 인간의 것인것 마냥 행동하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인간은 공존과 화합이 아닌 경쟁과 제거의 길로 걸어버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현재 지구촌에서 다양한 생물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멸종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것만 봐도 그런데 그 원인과 영향에 인간이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을 아이러니하게도 곤충사회의 질서 내지는 지혜를 통해 반증하고 있는데 자연 생태계 속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모습들을 과연 인간이 더늦기 전에 보고 배울 수 있을까하는 회의마저 드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그들의 사회에서 배우길 바라는 삶의 지혜들에 대한 코멘트는 작가가 이야기한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생명체들의 다양성이 고갈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으로서 인간이 다른 여러 생명체들과 공존 공생하는 길을 모색하여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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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지음 / 북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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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묘하게 특이점이 있다. 보통 추리/미스터리 장르라면 이 책의 제목은 『누가 죽였을까』라는 가해자, 즉 살인범 찾기에 초점을 맞출텐데 이 작품은 흥미롭게도 '누굴' 죽였는지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당연한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살인자는 자신이 누굴 죽였는지도 모른다는 것일까 하고...

이렇게나 제목 하나가 주는 재미도 큰 작품이 바로 정해연 작가의 최신작인 『누굴 죽였을까』인데 정해연 작가는 화제의 드라마였던 『유괴의 날』의 원작소설을 썼고 『홍학의 자리』 역시 그녀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작품이 더욱 기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원택, 필진과 함께 동네에서 단짝으로 자랐던 선혁은 원택의 부고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9년 전 이들은 한 학생을 죽음을 이르게 한 전력이 있는 가운데 죽은 원택의 입 속에서 9년 전 세 사람의 사건을 언급한 쪽지가 발견되었다는 형사의 이야기는 남은 필진과 선혁으로 하여금 의심을 불씨를 키우게 만든다. 

졸업 후 선혁과 필진은 나름대로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원택은 그렇지 못했고 이제 출소를 한 시점에서 죽은 것이다. 잊을수만 있다면 9년 전 사건으로부터 도망이라도 치고 싶을 선혁이지만 그 사건은 세 사람에겐 영원한 비밀 같은 사실로, 사실 세 사람만이 안다고 생각했던 일로 인해서 원택이 죽었기에 왜 9년이나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 복수가 일어나는지도 의구심이 들며 그로 인해 이제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곤 선혁 자신과 필진 밖에 없기에 둘은 서로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다.

한 학생의 죽음, 그러나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아 실종처리 되었던 사건의 당사자인 삼인방, 바로 그 사건의 복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선혁을 중심으로 조금씩 9년 전 그날의 진실이 드러나는 이야기다.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평범하게 게다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진실된 사과와 죗값을 치르지 않은 가해자가 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야 그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사건의 피해자, 그리고 남겨진 이들에 비할 순 없겠지만 결국 그 사건은 올가미처럼 과거가 아닌 현재에도 자신을 옭아 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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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카 김재희 케이스릴러
김달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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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렉카라는 말을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되었다. 유튜브가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알게 된 이후 좋은 콘텐츠로 유저의 인정을 받는 유튜버도 있는 반면 화제성을 쫓으며 당사자의 명예는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때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를 주장해 더욱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유튜브 사용이라고 하면 클래식 음악 듣기에 활용하는 경우라 어떤 뉴스들이 있고 어떤 채널들이 유명한지도 뒤늦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화제가 된 이후에나 알게 되는데 역시나 사이버 렉카라는 말 역시도 이들이 올린 영상(그속에서 전하는 이야기)이 문제가 되면서 몇몇 유튜버가 언급되면서였다.

그랬기에 이 사이버 렉카와 연쇄살인이라는 두 소재가 만난 작품인 『렉카 김재희』가 상당히 궁금했는데 제목에 등장하는 김재희는 무려 1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사이버 렉카로 일명 3대 사이버 렉카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다. 사악니로 활동하며 논란을 자처하다시피 해오다 정체가 발각될 위기에 처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순간을 모면하게 되는데 그 사건과 관련한 여캠 BJ가 사망하면서 사건은 묘하게 흘러간다.

게다가 그녀의 죽음 이후 한 유튜버의 죽음까지 목격하게 되면서 김재희 졸지에 이 둘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이라고 오해를 받게 되고 경찰 역시 김재희를 찾게 된다.

사이버 상에서 누군가의 문제로 조회수를 올리는 그지만 현실에선 그와는 정반대의 히키코모리 같은 삶을 산다. 온라인 상의 모습과 현실의 모습이 너무나 다른 그가, 일명 사이버 렉카로 너무나 유명한 그가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한 진실을 쫓는다는 점이 묘한 괴리감이 들게 하는데 이는 어떻게 보면 사이버 렉카 사악니와 보통의 인간인 김재희 인물에서 조금씩 김재희 쪽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조회수가 곧 돈이 되는 세상에서 그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인간성을 상실한 언행이 과감없이 이뤄지는 현실을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란 생각도 들게 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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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오래 산다 - 30년 문학전문기자 생애 첫 비평에세이
최재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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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력의 문학전문기자가 처음으로 펴낸 비평에세이, 『이야기는 오래 산다』는 한국문학사의 생생한 증언과도 같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있다. 과연 문학전문기자는 어떤 작품을 읽을까? 그리고 어떻게 읽고 그에 대해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까? 전문 비평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저자의 레이더에 잡힌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도 기대되었지만 과연 그 작품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상당히 궁금했던 책이기도 하다.


특별히 어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지만 문학, 그중에서도 한국문학만 놓고봐도 출간되는 작품들이 상당하기에 작가가 말하는 문학의 포화라는 표현이 일견 이해가 가면서도 그렇다면 이런 포화 상태 속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록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자 동시에 작가는 어떤 작품에 감동받고 표현 그대로 찬양하고 있을지도 상당히 궁금했던 책이다. 

무엇보다도 한국문학에 국한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 문학의 역사와 시대적 변화를 겪으면서 문학의 사조는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우리 문학장르의 작품들이 세계 속에서는 어떤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지와 같은 현주소도 만나볼 수 있었기에 참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총 4부에 걸쳐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저자가 이미 <한겨레>에 실었던 칼럼과 서평을 담고 있기도 하다.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바로 2부의 내용들이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시기가 도래하면 과연 우리나라의 어떤 작가가 이번에는 수상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지만 역시나 수상 발표에서 멀어지면 언제쯤 우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를 배출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는 아쉬운 감정을 갖게 되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한국문학계에 존재했던 여러 문제들과 함께 노벨문학상과 관련한 소신 발언, 우리 문학계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나 일본 작가가 그의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역사 인식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논조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소신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단순히 한국 문학사 내지는 한국 문학과 관련한 단순한 작가와 작품 소개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 높은 토론의 장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고 독자 역시 저자가 고민하고 주장하는 바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이는 또다른 의미에서 능동적 독서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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