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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 - 터너에서, 모네, 고흐까지
야마다 고로 지음, 허영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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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 - 야마다 고로 (지은이), 허영은 (옮긴이) 한스미디어 20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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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해 잘 모른다. 아니, 읽으면 읽을수록 더 모르게 된다. 그래서 화가의 이야기를 읽는다. 그러면 뭔가 알 것 같다가도, 결국엔 또다시 ‘모르겠다’로 끝나는 게 나와 미술의 관계다. 그렇기에 이 책은 처음 보자마자 읽고 싶었다. 내가 좋다고 느끼는 그림들이 대부분 인상파에 가까운 것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본 아마존 미술사 분야 1위, 500컷이 넘는 그림 자료 수록—이것만으로도 이미 소장가치는 충분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랬다. 정말 한 권으로 충분했다.
사실 “한 권으로”라는 말이 붙은 책 중, 정작 한 권으론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정말 ‘한 권’으로 인상파를 꿰뚫게 된다. + 대화형식이라 진짜 이해 쏙쏙!!
인상파의 출현 이전, 터너에서 시작해 밀레, 쿠르베, 마네, 부댕, 그리고 인상파의 탄생을 이끈 숨은 주역 바지유, 그 이후로 모네, 르누아르, 시슬레, 피사로, 드가, 카사트, 모리조, 카유보트. 인상주의 이후 새로운 물결로 이어지는 쇠라, 세잔, 고갱, 고흐까지.
‘농민화가’로 익숙한 밀레. 하지만 그는 사실 농민을 의도적으로 그리려 했던 건 아니었다. 야외 풍경화를 인상파보다 먼저 시도했고, 당시의 정치적 흐름 속에서 농민화가로 자리 잡게 된 화가.
모네의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거의 수행하듯 수련을 반복했던 모네.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머무는 그림은 언제나 모네의 것이었다. 빛과 자연, 밝은 색감을 확실히 선호하는 내 취향이 반영된 결과일까.)
인물화를 그리고 싶었던 르누아르. 그의 그림 뒤에 숨겨진 인물의 삶에 관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의외로 르누아르의 그림은 그림마다 느낌이 꽤 다르다는 인상도 받았다.
가장 인상적이지 않다고 평된 인상주의자 시슬레의 그림은, 생각보다 꽤 좋았다.
드가는 시력이 좋지 않아 자연광을 꺼렸고, 인공조명 아래에서 뛰어난 데생 실력을 살려 발레리나를 그렸다. 여성에 대한 두려움, 다소 기괴한 조각들까지. 내게는 ‘신사적인 변태’라는 인상으로 각인되었다.
카사트는 아이의 귀여움을 따뜻하게 담아낸 여성 화가였다. 그녀의 그림에는 온기가 있어 좋았다.
포스트 인상파 화가인 쇠라는 점묘법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고, 세잔은 “그림과 현실은 다르다”는 구분을 세워 근대 회화의 아버지라 불리게 되었다. 학창 시절, 세잔의 그림을 보며 ‘왜 이게 멋지다고 하는 걸까’ 의아했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건 고갱과 고흐의 이야기. 계속해서 놓치기만 했던 고갱의 인생, 고통과 고뇌로 점철된 고흐의 삶.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