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힌다. 그런데 중간에 한번 ‘더 읽어야 하나’ 고민했다. 해병대를 갓 졸업해서 오하이오 주립대에 입학한 저자가 자신이 참전했던 이라크 전쟁을 얘기할 때. 참전 군인으로서 그곳 주민들을 어떻게 세심하게 배려했고 또 어떤 우정을 나눴는지 얘기할 때. 이를 근거로 X도 모르면서 전쟁을 비판하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동기생을 씹을 때. 이쯤에서 모든 걸 경험해보신 (요즘엔 힘드신) 이명박 님이 생각났다. 전쟁이 가져온 전반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자신을 비롯한 참전 군인이 현지 주민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얘기하면서, 비판자들의 발언을 현실을 모르는 허튼소리로 일축한다. 저자는 구조보다는 개인에 더 책임을 두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이를 테면 ‘러스트 벨트’의 주민들이 가난한 것은 구조적 원인도 있겠지만 결국 그들 개인들에게 원인을 돌리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이 새끼가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헷갈렸다. 자신이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공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지(아니겠지), 사회구조를 탓하는 건지(아니겠지), 게으르고 폭력적인 고향 사람들을 탓하는 건지(오호). 우리나라로 치자면, 바닥부터 시작해서 성공신화를 쓰고 (자연스럽게) 이제 갓 정치에 입문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쓴 책 같다. 아니다. 내가 비딱해서 그렇다. 좋은 책이다(정말) . 그래도 책에 줄줄이 달린 추천사는 뜨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