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너무 잘 읽혀서, 다루는 주제를 고려하면, 이렇게 흥미진진해도 되나, 머쓱하게 된다. 아파트 분양광고 아래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두기란 쉽지 않다. 마치 잘 정형된 고기나 소시지 같은 제품의 형식으로 고기의 동물성을 거세하여 우리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것처럼, 아파트 분양 광고는 그 분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리한 절차와 세입자들의 고통과 건물주의 욕망 같은 것을 가린다. 마치 없는 것처럼. 그러나 그것은 있다. ‘산자들’은 있는 것을 있다고 얘기하는 소설이다. 르포기사처럼 디테일이 살아있고 재기발랄한 문장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