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저녁이다. 밥때가 되었으니 밥을 해야하건만 기운이 없다. 기운이 없는데 배까지 안고프니 저녁하기가 싫다.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해야 할' 일과는 분명히 다르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요즘 겪고 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냉큼 대답하고도 남을 만큼 해결해야 할 인간관계가 쌓이고 쌓여있다. 휴대폰에 저장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진정으로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몇 안된다. 아니 거의 전무하다. 터놓고 얘기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비로소 확인하는 지금 이 시간이 지금 이 시간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이 엉망으로 가라앉은 컨디션이 잠시 만들어낸 우울한 망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바란다.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세상만사 괴로움 다 잊는다거나, 글을 조금이라도 잘 써보려고 낑낑대면서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몸이 어떻게 초췌해 지는지도 모르는, 그런 고통스런 쾌감이 내게도 찾아오기를 바란다. 그때가 되면 인간관계가 좀더 수월해질까나. 그건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단 나을 것 같다. 나를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이 아닌 어떤 '심보'가 이제서야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니 어쩌면 인생 참 편하게 살았구나 싶다. 나의 온전한 의지로 이루어진 자발적 의사결정이 얼마나 나를 나답게 하는지 이젠 좀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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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1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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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2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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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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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1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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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9 1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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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9 15: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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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9 18: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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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순과 신창원처럼 살 수 있다면..

석별의 정을 나누기에 딱 좋은 때라 그런가

온갖 잡새가 날아드는 새타령이 아리랑보다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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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9 0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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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0 1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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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0 1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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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점심때가.

밥을 먹기 위해서는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밥을 먹었으니 치워야 할 그릇들이 쌓이는 것입니다.

설거지를 귀찮다고 미루거나 등한시 하면 밥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일은 때가 있고 순서가 있습니다.

나는 때도 잘 놓치고 순서도 우왕좌왕 형편없이 삽니다만

밥때가 되도록 이렇게 글만 쓰고 앉아있는 걸 보니 역시 형편없군요.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도 형편없이 이렇게 살면 안됩니다. 

이러다 쪽박이라도 차면 누굴 원망하려고 이렇게 산답니까.

그래요. 지금은 우리가 헤어질 시간 맞습니다. 

그 정도로 만났으면 이 정도로 끝내야지요.

아쉽다고 자꾸 뒤돌아보면 돌부리에 채일 수가 있어요. 갈 길 갑시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 치우는 올바른 설거지 문화가 빨리 정착되기를 바라면서.

우리 모두의 가정에 공평하게 주어질 안녕과 평화를 위해 이제 설거지를 하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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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몸이 있기 전에 애초에 늙은 마음이 있었다. 


첫문장을 저렇게 시작하고 보니 일단 나도 많이 늙었다. 마음이 늙으면 몸이 아무리 탱탱해도 소용없다는 식의 교훈적 언사를 습관적으로 비웃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마음이 늙으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후폭풍이 일어나는지 그 조짐이 당장 내 눈앞에 보인다.


되지도 않는 걸 붙들고 앉아 어떻게든 되게 하려고 엎어쳤다 매쳤다 주물럭거리기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했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지 싶다. 거의 발악에 가까웠던 그때의 흔적들을 아침부터 죽 훑고나서 생각한 문장이 저렇다. 늙은 몸이 있으면 젊은 몸도 있기 마련이고 근데 이거야말로 상대적인 것이니 몸을 갖고 젊네 늙네 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데 생각이 미치고,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이렇게 저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는 데까지 가고 나니 당장이라도 저걸 폐기처분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냥 둔다. 왜냐. 아까우니까. 내 생각이 짧든 길든, 잘되었든 잘못되었든, 여기까지 왔으니 이게 어디냐 싶다. 애착이고 집착일 뿐인 생각 나부랭이일 뿐이지만 줄기에 줄기를 타고 뻗쳐오르기도 쉽지 않은데다, 오늘은 마침내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건가, 부끄럽지만 피식 즐겁기도 하니까. 그때는 시간을 쪼개서든 있는 시간을 물 쓰듯 흘려보내서든 어떻게든 읽으려고 했고 쓰려고 했는데..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 없어지기 시작했고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임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던가. 이제 할 수 있는 질문있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니라, 나의 이런 문제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는 가운데 오직 나만 아는 하나가 있다는 걸 밝혀야한다는 것. 하지만 공개할 수가 없다. 눈곱만큼의 마음은 있지만 내 눈에 눈곱 말고도 흙이 들어가는 것을 각오해야 하니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몸을 사려야 할 이유가 너무도 명백하니 죽고 싶어 환장하지 않고서야 그럴 수는 없다.


그러니


오늘 모처럼 이렇게 페이퍼를 낭비하면서 말을 맺자면,

잊을 건 잊고 다시 새출발 하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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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있는데 눈에서 진물이 난다. 코에서 뜨거운 김이 나온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바람이 차다. 홑이불을 끌어다 덥지만 누가 솜이불을 덮어줬으면 좋겠다. 슬픈 건지 우울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내 기운을 내가 알 수가 없다. 조금만 더 눈물이 나게 냅두면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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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4 2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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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8 0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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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8 0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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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8 1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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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9 1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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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0 2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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