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도서관 주차장에서 탈의를 하고 오늘은 도서관 화장실에서 화장을 했네. 보름달이 여지없이 환한 밤에 나는 바람이 났네. 단단한 붉은 벽돌의 등짝을 만지며 나는 그만 울었네. 담배를 피워물고 선 유리창. 가로등 불빛에 기댄 눈동자. 지켜보는 이 누구랄 것도 없이 아랫도리가 꿈틀거리고 기다려온 날들의 카운트가 심장을 옥죄는 그 기분이라니. 개의치 않으리. 주눅들지 말라던 그 말을 후려치고서라도 난 주눅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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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책상에 앉았다. 오전에 할 일이 몇가지 있는 마당에 한가하게 이러고 있으려니 등골이 쭈빗쭈빗 하다. 그래서 빨리 끝내야 한다. 오랜만이다. 이런 느낌. 


어제는 새벽까지 보관함에 책을 담고있는 나를 그냥 내버려두었다. 다 쓸데없는 짓이야, 하면서도 그러는 내가 싫지 않았다. 1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는 뻔한 거짓말과 2월을 엉망으로 보낸 게 분명하다는 뻔한 고백을, 이렇게 3월을 목전에 둔 마당에 하게 되다니. 그것도 시간 없어 죽겠는, 이 해가 중천인 아침에. 아무튼 오랜만인 건 맞다. 이런 걸 데자뷰라고 하던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고 그리고 남편도 사랑하고..아니 '사랑해야' 하는 일이 내게는 그 흔하디 흔한 자기계발의 일환, 아니 전부나 다름없는 일이라니. 오늘 아침 문득 그걸 깨닫는다. 책상 앞에 앉고 보니 몰랐던 걸 알게 된다. 알면서도 모른 척 했든, 정말 몰랐든, 아니 어쩌면 잘못 알고 있든 간에, 책상 앞에 앉고 보니 안하던 생각을 하게 된다. 


영업을 두려워하지 말자.(와, 알라딘에서 느닷없이 영업이라니) 마음 편하게 먹는거다. 내가 부족한 게 뭔지 알고 있다. 지식이다. 제품 지식. 궁금한 거 물어보면 척척 막힘없이 알려주는 능력. 말을 잘하지 못하는 티가 안나려면 그렇게라도 노력해야 한다. 그 방면으로 공부도 하지 않고 일이 잘되기를 바란 건 아닌데 뒤돌아보면 결과적으로 나는 그런 공짜인생을 산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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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시렵다. 보일러를 아끼느라 오전부터 내내 틀지 않았더니 집안을 살살 걷기만 해도 바람이 인다.

출국을 곧 눈앞에 둔 그와 이불 속에 나란히 누웠다.

어젯밤엔 브루투스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엄정화의 포이즌에 맞춰 같이 춤을 췄다. 엉망이었지만 낄낄 웃을 수 있어서 그 여세를 몰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또 그 여세를 못이겨 런던보이즈를 질리도록 넌더리나게.. 생각해보면 망령의 단계를 잘도 착착 밟아가는 것 같다. 원스텝투스텝쓰리스텝..

하루에 몇시간씩 잠을 꼬박꼬박 자고 있지만 깨어있을 때도 늘 현실은 꿈만 같다. 시간은 이렇게 멀건 영혼처럼 흘러가는데 나는 점점 사람이 그립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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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며칠째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좀전에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만에 하나 완독이라는 걸 하게 된다면 이 책이 SF가 아니라 엽기적인 로맨스라느니 달달한 포르노니 해가면서 입에 개거품 물고 있지는 않을까.ㅋ 암튼 신세계 하니까, 갑자기(는 아니고 언제나 끈덕지게ㅠ) 생각나는 그의 말. 극한의 욕망을 경험하고 싶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신세계가 가능하지 않겠냐, 어떻게든 어화둥둥 꿈이 현실이 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틴다..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그래도 여지없이 신선한 이유가 있다면 살면서 그런 얘기를 처음으로 들었고 다른 누구도 아닌 그가 한 말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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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2-12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은 참으로 연구 대상이란 말입니다 ~ ^^

컨디션 2018-02-13 00:03   좋아요 0 | URL
어떤 면에서 연구대상인 건지 그게 참 궁금하구요^^
음, 앞으로는 연기대상으로다가 힘을 써볼까 합니다ㅎㅎ

2018-02-12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3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2-15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느닷없는 문자가 바보처럼 똑같은 문구로 1분 간격으로 왔다. 조은아침임다~ 조은아침임다~ 곧바로는 아니지만 5분 정도 지나서 답장을 보냈다. 어디시냐고. 아무 대답이 없다 이런. 갑툭튀도 아니고. 이런 일로 꽤나 자주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사람이랑 앞으로 잘 지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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