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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4년 8월
평점 :
📌 서평 한마디
사실, 데미안의 내용을 알고는 있지만, <낡고 너무 오래된 헤세의 데미안은 이젠 지쳤다> 는 겉표지를 보고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회가 말하는 사내구실 제대로 못 하는 한 청년이 고등학교 학창시절 학교와 부모님께 반항 정도가 아닌, 맞서서 싸워 무언가를 개혁하고 누구의 지시나 사회의 구조가 아닌 자신만의 미래를 개척하겠다고 하는 무모한 사춘기 시절 사내냄새가 지독하게 나는 반항아의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나는 역시나 이 책에 빠져들고 이우작가의 펜이 되고 말았다.
나는 강원도 삼척여중과 여고를 다녔기에 남학교의 특성은 잘 모른다. 솔직히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남자 냄새가 너무 났기 때문에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도무지 손을 놓을 수가 없어서 일본까지 가서 혼자서 읽고 또 읽어 나갔다.
나의 어릴 적 그 당시 여학교도 남학교 못지않게 규율과 규제가 엄격히 존재했다. 중학교까지는 교복을 입었기에 하의인 치마의 길이는 무릎을 덮어야 했으며 하얀 실내화에 하얀 양말은 언제나 복숭아뼈를 가려야만 했다. 그러나 머리는 남학생과 같이 숏 커트로 더 짧게 깎고, 양말은 돌돌 말아 복숭아뼈 밑까지 내려 신고, 가방 속에는 언제나 체육복 바지 한 벌씩 있었다. 그러나 나는 순진한 여중생과 여고생이었기에 규율에 위반된 행동은 한 기억은 없다. 기윤이와 민재와 같이 외모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저 엄격한 규율과 규제에 순종만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기윤이는 뭔가 다르다. 아니, 기윤이는 무모하고도 과감한 행동을 보였다면, 기윤이의 학교로 전학 온 민재의 행동은 기윤이와는 크게 달랐다. 기윤이에게 있어 민재는 데미안이었다. 단지, 기윤이는 자신이 하고 싶고, 하고 싶지 않은 권리의 주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몰랐다면, 민재는 진정한 레지스탕스의 건설적인 투쟁을 하고 싶었다.
민재는 기윤이와는 달리 전학을 왔음에도 우등생으로 그의 부모님은 민재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길 바라지만 민재는 단지, 시인이 되고 싶은 순수한 열아홉 소년일 뿐이었다. 그의 반항의 동기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글쟁이, 시인이 되고 싶고 학교에서 말하는 우등생으로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원하지 않는 수업을 듣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단지, 하고 싶을 뿐인데 학교는 가정이라는 테두리는 그 어린 열아홉의 민재를 틀에 가둔다. 그래서 기윤과 함께 민재는 레지스탕스의 주동자가 된다.
“우리도 파리 해방을 위해 싸왔던 ‘레지스탕스’처럼 압제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해 보는 거야.
민재는 말한다. 투쟁은 폭력과 고성이 오고 가는 전투가 아닌 문학과 예술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한다.
기윤이와 민재의 감정을 오고 가며 나에게 민재와 같은 데미안은 어디에 있는지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또한, 부조리와 맞서서 나와 함께 레지스탕스 조직단원이 되어줄 그 누군가는 있는지도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