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문학동네 청소년 51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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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 작가의 청소년소설인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은 독특한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점이 도입부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작품의 시점은 굳이 정리하자면 1인칭 관찰자 시점에 가까울 것인데, 화자는 다름아닌 행운 그 자체이자 행운의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행운이 형상화된 화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 속 이야기를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서, 능동적으로 특정 사람에게 다가가서 그 사람에게 직접 행운을 선물해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면서, 의미심장한 격언 같은 이야기를 독백처럼 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그리고 행운이 화자면서도 이렇게 묘사되는 부분운, 이 작품에서 행운이란 어떻게 묘사되는지 자체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작품 시작 부분이나 작품 속에서 일어나서 겪게 된 사건에 비해, 운이 좋은 결말을 맞이하게 된 등장인물이 여럿 나옵니다. 그리고 그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은 가만히 있는데 운 좋게 행운이 굴러들어온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로 했고, 그 시도와 행동의 결과로 행운이 찾아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은재의 이야기에서 이런 부분이 두드러지는데, 작중에서 은재에게 행운이자 축복이나 다름없는 기회가 생겼기에 가정폭력을 당하며 학대당하던 입장의 은재가 그 집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여러 번 언급되면서, 동시에 은재가 그 기회를 포기하지 않고 잡겠다고 결심하며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에 은재에게 해방이나 다름없는 행운이 찾아오고 보다 나아진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점이 자연스럽고 물 흐르는 듯이 전개되면서도 부각되듯이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외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에도 이런 점이 두드러져서,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행운이 다가온다는 표현이 들어간 제목은, 가만히 있으면 행운이 굴러들어온다는 뜻 같지만, 작품 속 묘사는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은 이 작품의 특색이자 의미 그 자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행운이 될 수도 있는 기회가 다가왔을 때 그 기회를 행운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는 거창한 실력이나 어마어마한 능력 같은 것은 없어도 되며, 그때까지 있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가겠다고 결심한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꾸는 관건이자 행운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은 언뜻 보면 스케일이 아주 작고 소소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애초에 중학생들이 주인공이며, 등장하는 장소는 집, 학교 교실, 잠시 언급되는 pc방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운동장이 등장할 때에도 운동부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한된 장소에서만 지내는 것이 허용되다시피한 현대 한국 청소년 중학생들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이자, 그 제한된 장소에서 성인 및 사회 전반의 관점에서는 소소한 일상적인 스케일의일이나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 있는 중학생에게는 얼마나 심각하고 진지하며 고민되는 일인지 등을 생생하면서도 입체적이고 공감 가는 심리 묘사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이야기가 스토리 자체는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시시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 세대에게는 얼마나 의미 있는 일로 비쳐지는지도 같이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인 행운은 끝까지 관조하면서 직접 개입하지는 않지만, 행운이 어떤 사람에게 찾아오며 어떤 사람이 행운이 찾아왔을 때 그 행운을 토대로 더욱 행복해지고 불행이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 격언처럼 촌철살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직접 능동적으로 행운을 주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도 않는, 자아를 가진 행운의 존재라는 화자 설정이 특히 빛을 발하며, 이 작품만의 인상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행운을 누릴 자격이 있는 아이들이 행운과 인연이 생기듯이, 더욱 행복해지는 이야기와 결말 역시 여러 모로 좋았고 깊은 인상과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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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50만 부 기념 우리들 에디션)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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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의 중심 테마와 주제는 공부, 그리고 공부하는 주체인 청소년입니다. 이 책은 공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공부를 하는 청소년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입니다.


공부를 하자고 지시하거나, 공부를 하라고 명령하는 식의 내용을 다룬 책은 아주 많습니다.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책 역시 많습니다. 그리고 이 책,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청소년 학생 세대에 대한 공부를 더욱 고차원적이면서도, 더욱 본질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걸까요? 해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공부를 하면 이득이 되기 때문에, 보상이 뒤따르는 고행이라면 기꺼이 수행하듯이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자체가 의무이기 때문일까요? 공부란 해야 하는 것, 동시에 하기 힘들고 하기 싫고 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이미지가 당연하다는 듯이 엮일 때가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상황에서, 공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며, 재미있는 것을 즐겁게 하듯이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제시하면서 하나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에세이 장르로 분류되는 책답게, 전체적으로 에세이풍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공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다채롭고 입체적인 스펙트럼으로, 생생하면서도 구체적인 다양한 묘사와 함께 펼쳐집니다. 특히 이런저런 이유로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심정에 대한 묘사는 극사실주의라는 표현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세밀하고,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장과 묘사가 이어져서 더욱 인상적인 대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 공부는 그 중에서도 당연한 의무처럼 요구되는 것이기에 해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며, 그래서 공부가 싫다는 말조차 나태함 내지 일탈의 신호처럼 간주되기도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그런 환경과 배경 속에서 공부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할 틈조차 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공부를 진행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세심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부에 대한 다양한 여러 감정을 각자 세세하고 세부적이면서도 세밀하게 하나씩 묘사합니다. 공부를 하기 싫었던 감정, 공부를 하면서 사소하나마 재미와 기쁨을 느꼈던 기분, 그리고 그런 기분과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 자체에 대한 재미를 찾아나가기까지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보람찰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재미까지 느끼는 일이 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지에 일단 다다르면, 공부는 어느새 재미가 있어서 자발적으로 하게 되는 대상이자, 재미있게 즐기듯이 하다 보면 공부 효율 등의 보상까지 따라오는 일이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을 일, 그리고 일어난 일과 심리 과정 등에 대해서, 청소년 학생의 눈높이와 감성에 맞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윽박지르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만의 비법과 색다른 생각, 관점과 발상의 전환 등으로 공부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공부를 재미있게 하게 되면, 학생에게 아주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여러 번 거듭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부에서 재미를 느끼고, 공부에서 재미있게 여기는 지점을 찾아내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그저 오랫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공부의 효율을 더욱 끌어올리며, 더없이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고역일수록 가치 있다는 인식이나, 공부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과 비례해서 효과를 본다는 생각과 달리, 스스로 재미를 느끼면서 공부 자체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모로 잘 보여주고 있으며, 더없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단 공부를 하자고 말하는 책일뿐만 아니라, 청소년 학생 세대에게 공부에서 재미를 느낌으로서 더욱 효과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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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탐정사의 밤 - 곽재식 추리 연작소설집
곽재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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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탐정사의 밤은 추리를 중심 소재로 삼은 여러 연작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오늘날은 CCTV가 많이 보급되어 있고 갖가지 과학 기술 및 최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한 수사 기법도 발달해서, 현대를 배경으로는 과학수사만으로도 어지간한 사건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 떄문에, 추리소설은 제대로 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종종 들릴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사설탐정사의 밤은 과학과 의학 등이 대폭 발전한 것을 오히려 책의 장점이자 특징으로 삼아서, 현대 학문 및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 여러 사건을 추리로 해결해나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면서도 인상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추리소설로서의 요소 역시 전반적으로 충실하게 갖추고 있으며, 사건의 단서가 별 의미 없는 사소한 해프닝인 것처럼 묘사하면서도 빠짐없이 소설 곳곳에 뿌려져 있고 언급되어 있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추리를 통해, 여러 단서와 실마리를 토대로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는 구성과 진상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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