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새가 사는 숲 오늘의 젊은 작가 43
장진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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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새가 사는 숲은 두 시점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듯이 이어지는 구성에 처음에는 적응하기 조금 힘들 것 같다고 느껴지는 책이지만, 책 자체에 금세 빠져들고 어느새 그 부분도 책을 읽는 동안 금세 적응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책입니다. 두 시점의 이야기를 오가는 부분도 어느새 책을 읽는 동안 주의가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이 책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특징처럼 여겨지고, 두 시점이 여러 번 교체되면서 빚어내는 이채로운 분위기나 연출과 함께 이 책의 재미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이 시점을 쭉 고정된 채로 이어나가는 대신 굳이 두 시점을 오가면서 전개했던 이유와, 그 구성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후반부의 인상적인 장면에 이르면, 치치새가 사는 숲의 이야기를 자꾸만 읽고 또 읽게 됩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각자 뚜렷한 개인 드라마를 지니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자신의 심정 위주로 풀어나가면서, 여러 인묻들의 사연과 사건이 서로 얽히면서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구성이 이야기를 더한층 재미있게 만들고, 흥미로우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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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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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잔잔한 느낌에,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만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초반부의 분위기만 보면 극적인 사건이 동반되는 소설이 아니라, 화자가 일상을 개인적인 수필로 써낸 글이라고 해도 납득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 느닷없이 중요한 이야기를 툭툭 던지는 듯한 문장이 나타나면서, 지루할 정도로 잔잔하고 반복적인 일상 생활 이야기같던 분위기는 급변하고는 합니다. 그런 문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고요하고 기복 없는 곳에서 무심한 듯한 말투로 한두 마디 이야기를 불쑥 꺼낸 것뿐인 것처럼 서술되지만, 그렇게 무덤덤한 듯한 분위기가 오히려 더욱 강렬한 인상과 반전이 되고는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한 페이지도 빼놓지 않고 완독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작품 자체만 읽는 독서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백지 상태에서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면서 깊은 여운을 남겼고, 앉은 자리에서 수백 페이지를 단번에 끝까지 읽게 만든 매력과 재미를 지닌 책이기도 했습니다. 40년이 넘는 작가 활동 시간을 뛰어넘어, 초안 격의 짧은 이야기가 나왔다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이후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로 재탄생된 작품을 읽는 오랜 팬이라면 더욱 감흥이 남달랐을 듯합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등장인물들이 아주 덤덤하고 차분한 말투로 말하고, 화자 역시 수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텐션이 낮고 차분하게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중요한 반전이 나오거나, 사람의 운명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몇 년 정도의 상황은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숨겼던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를 할 때에도 그렇습니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자동차가 없던 세계에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을 처음 봐도, 별다른 호들갑조차 떨지 않고 무덤덤하게 감탄하는 말 정도의 반응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화자가 처음 도서관 면접을 보았을 때만 해도 인품 좋은 전임 책임자가 후임자를 직접 만나서 덕담까지 건네는 인물 정도로만 보이던 고야스 씨의 진실과 과거 이야기가 밝혀질 때 화자 및 상대방의 반응 등, 자동차를 본 적 없는 사람이 자동차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에 비교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아주 덤덤하게 말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옵니다.


그리고 이 침착하고 차분한 텐션은 역설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작중 전개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 일종의 충격 요법처럼 독자 입장에서 더욱 놀라운 반전처럼 느껴지게 되는 연출로 화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정말로 소소한 문장인 것처럼 받아들일 뻔하다가, 다음 문장을 읽기도 전에 방금 나온 그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깨달으면서, 반전의 효과가 배가되는 것입니다. 그 반전 자체에, 그리고 그런 반전을 그렇게 무감정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 자체에 놀라면서, 반전과 직결되는 다음 전개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작품 제목에도 나오는 도시와 벽, 벽으로 둘러싸여서 사람들은 벽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도시, 그러면서도 도시 안의 사람들은 위험한 바깥에서 보호받는다고 여기는,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이야기에서는 그 점이 특히 잘 느껴집니다. 도시 밖에는 비밀 내지 숨겨진 진실이 있고, 도시 안의 사람들에게 그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추측한다면, 이 소설 전개의 절반도 맞히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도시를 벽으로 봉쇄하듯이 둘러싼 진찌 이유는, 단순히 도시 밖의 모습을 도시 안 사람들에게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욱 큰 스케일의 비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비밀은 주인공이 드라마와 얽히고 설키듯이 연결되면서, 이 작품만의 독특하고 이채로운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도시와 불확실한 벽은 일단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시작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진행될수록, 화자는 변하지 않았는데도 시점에 대해서 1인칭 주인공이라고 말하면서 '일단은'이나 '시작되는'이라는 표현을 굳이 덧붙여야 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요소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화자가 주인공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수동적인 인물이어서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화자는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의문스러운 일에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조사하는 등,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화자와 화자가 만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던 작중 세계의 스케일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화자는 주인공이 아니라 수많은 도시 인물 중 한 명의 포지션이 되었다고 해도 수긍될 것 같은 상황까지 이야기가 뻗어나갑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화자는 오롯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큰 스케일에 짓눌리지 않고 주인공 자격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작품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작중 도시는 처음 언급되었을 때부터, 평범하고 일상적인 세계는 아니라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는 수준으로 강하게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현실과 조금씩 어긋난 듯한 묘사가 이어지다가, 도서관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작중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깨닫게 될 것입니다. 도서관에 일반 책이 아니라 사람들의 꿈을 책처럼 기록하고 묶은 기록장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고, 화자를 비롯해 특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만이 그 꿈 기록장 같은 기록의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막상 화자는 수필에서 일상 이야기를 하듯이, 익숙한 일상처럼 아주 덤덤하고 차분하며 그 도서관에 대해 묘사하는데, 바로 그 부분에서 그 세계가 어떤 곳이며 화자는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시작으로, 벽으로 둘러싼 도시와 화자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화자가 그런 도시가 있는 꿈을 꾼 것처럼 느껴지고, 어디까지나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그 도시와 화자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순간 인상적인 전개가 독자를 맞이합니다.


벽 안 도시의 사람들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것, 사람이 그림자와 분리될 수 있는 세계관이라는 것, 그림자와 그림자의 주인인 인물이 분리되어야 그 도시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 도시 안 사람들 중 그림자를 가진 사람은 없지만 그 외에는 모두들 현실 일상처럼 활동한다는 점, 여기까지 화자가 알아냈을 때에는, 마치 도시 안 사람들이 그림자를 떼어내서 도시에 들어온 것처럼 조사 및 추리 과정이 흘러갑니다. 화자는 그 모든 내용을 알아보면서, 주체적으로 조사하고 심사숙고하며 추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하나같이 관찰된 결과거나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수긍하고 납득하면서 읽게 됩니다.


하지만 벽 안 도시와 그림자에 대한 진짜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시 안에서 활달하고 생기 넘치는 인물로만 보이던 사람이 알고 보니 그 도시에 들어온 그림자일 수 있다는 것이 작중에서 드러난 순간, 미심쩍은 점을 조사하던 미스터리 계열의 이야기는 철학 테마를 질문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인물은 주체적인 사람일까요, 아니면 그림자일까요? 원래 그림자였다면 그림자라고 해야 한다면, 원래 몸과 별개로 분리된 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상 그림자의 주인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로 여겨도 되는 것이 아닐까요? 바로 아까까지만 해도, 그림자라던 존재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뻔히 보았던 작품이니까요. 그런데 그림자가 신비한 도시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되면 주체적인 존재로 간주한다면, 원래 몸의 주인은 어떻게 여겨야 하는 걸까요?


이 책에서 화자는 그런 질문에 대해 직접 답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림자가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신비한 도시에서 그림자가 스스로 행동하고 종속적인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면, 작품 후반부 옐로 서브마린 파카 소년의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년 본인과 화자 두 명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 그 두 명에게는 더없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 그림자가 살아갈 수 있는 벽 안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천재성과 적극적인 활동성과 함께, 더없이 적극적인 길을 스스로 선택했던 그 모든 이야기가 말입니다. 독자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당사자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선택이자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되었을 그 이야기가 말입니다. 그 소년의 이야기는 이 작품을 화자 혼자서 수수께끼를 찾고 알아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에 대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로 확장시키면서, 이 소설 속 철학적 딜레마같은 인상을 여러 모로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벽 안 도시 이야기와 직결되지도 않는, 사춘기 시절 화자와 인연이 닿았던 소녀가 작중 내내 직접 등장한 적은 거의 없으면서도, 화자가 비중 높게 여러 번 언급하는 구성과 함께 생각하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 저 소녀가 나중에 본격적으로 재등장해서 화자와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왜 그토록 주인공이 여러 번 떠올리며 언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후반부에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되는 전개가 나오면서, 이 작품의 감상에 또다른 새로운 인상에 더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깔끔하고 납득되는 결말, 선량한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본인들은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결말인데도 마지막 페이지에서 깊은 여운이 감도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모호하고 환상적이며 비현실적인 부분이 만들어내는 이 작품만의 독특한 인상과 전개 때문일 것입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술술 읽히는 소설입니다. 또한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서 몰입해서 읽게 되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반전을 깜짝쇼처럼 호들갑스럽고 요란하게 연출하는 데 주력하지 않고, 오히려 잔잔할 정도로 차분하고 침착한 분위기로 작품을 이끌어나가면서, 그 반전에 따른 철학적 고민 같은 이야기 등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술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읽는 내내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되고, 다 읽고 나면 깊이 있는 여운이 감도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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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6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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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2 - 각성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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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하고 재미있고 인상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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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9 - 스페인 편 : 여왕 이사벨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9
설민석.김정욱 지음, 박성일 그림, 신정환 감수 / 단꿈아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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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가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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