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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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착각으로 밝혀지지. 악에는 끝이 없어. _p588


홀리 기브니는 한 여성으로부터 3주 전 실종된 자신의 딸 보니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보니가 실종된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그녀의 자전거가 발견되고, 자전거에는 ‘더는 못 참겠다’라는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다른 흔적을 찾기 위해 보니의 자전거가 발견된 카센터 주변을 맴돌던 홀리는 남자 아이들에게서 스팅키라는 소년 역시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듣는다. 이후로 꼬리에 꼬리를 물듯 더 많은 행명불명자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홀리는 사건들간의 연관성을 발견하고, 지난한 추적의 끝에서 상상조차 못한 순수 악을 맞닥뜨린다. 


공포소설계의 거장 스티븐 킹이 이번엔 연쇄 실종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 ‘홀리 기브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호러 소설로 우리를 찾아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초장부터 범인의 정체를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80대인 해리스 교수 부부는 인육을 먹음으로써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믿는 미치광이다. (진통제는 독약이라고 생각한다.) 배터리가 나간 휠체어를 차 안으로 밀어 넣어달라고 부탁함으로써 미끼를 무는 수법을 이용하여, 오로지 자신들의 탐심에서 비롯된 끔찍한 엽기 행각을 벌인다. 


납치한 사람에게 핏물 가득한 간을 먹도록 강요하고(간을 섭취하면 각성을 유발해 활력을 유지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나 뭐라나. 안 먹으면 물도 안 준다) 인간의 신체부위로 만든 음식을 먹거나 그것들로 화장품을 만드는 등 읽기 거북할 만한 대목이 종종 그려지니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주의할 것!


전직 형사이자 홀리의 이전 파트너였던 빌 호지스에 대한 이야기와 홀리가 이전에 겪었던 범죄 사건들, 어머니의 뒤틀린 사랑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 같은 것들이 수시로 언급되는데, 이처럼 홀리의 개인사 역시 소설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전 소설들을 읽지 않아도 이번 작품을 읽는 데엔 전혀 무리가 없지만 그녀의 앞선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다면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많이 의지하던 동료 빌과 애증하던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한 층 더 성장하는 홀리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스티븐 킹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분들에겐 선물 같은 책이 될 것 같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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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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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사람, 우당탕 함께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우리》


📝 총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sf 소설집


▪︎육아에 지친 부부가 말벗 기능을 탑재한 젖병 소독기의 비주얼라이즈드 AI 알렉산더를 만나 겪는 해프닝을 그린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 아기가 태어나면 보호자는 그때까지의 생활로부터 갑자기 뚝 잘려 나와 낯선 세계에 던져지게 됩니다. 아기와 나만 존재하며, 내가 아기의 모든 것을 해결하고 책임져야 하는 독방의 시간이 닥치죠. 많은 인원이 그 시간을 나눠 감당해주면 수고를 덜겠지만, 아시다시피 그건 아직도 이상에 불과하고요. _p.30


✏️ 알고리즘 오류로 인해 비주얼 구현에 문제가 생겨 알렉산더를 리콜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겨우 엿새 동안 같이 지내며 수유를 도와준 게 전부인 인공지능 알렉산더. 진짜 사람도 아닌, 전기로 만들어진 가상물체에 부부가 그렇게나 마음을 쓴 이유는 알렉산더가 미주에게 말한 것처럼, 인간은 사랑으로 살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와 함께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엄마가 인공지능 로봇이 탑재된 프리미엄 차량 서비스 '황새영아송영'을 이용하는 이야기 <오늘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 “보호자들은 아기의 울음에 감정과 마음을 소모하기 때문에 힘들어하시죠. 우리는 그렇지 않아서 우는 아기가 힘들지 않아요. 아기의 울음소리를 쉬지 않고 서너 시간 들어도 괜찮답니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편안해질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사항을 확인하고 수정하고 변경하고 적용하고 다시 확인하고 다음으로, 다음으로, 그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니까요. 사람처럼 ‘정신이 없어지거나’ ‘혼이 빠지는’ 사고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죠.” _p.100


▪︎"인간의 존엄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로봇이 법정 입회인으로서 과연 적격한가?"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으로>


📖 “간병 로봇이란 게, 간병 로봇의 인공 인격이란 게 인간을 인간답게 돌보기 위해 인간의 일과 행동을 다 모방해서 된 건데 구공일 씨가 인간이 아님 뭐예요? 나와 얘가 똑같이 인간식 간병을 해요. 똑같은 일이에요. 이 방에서 나랑 제일 똑같은 종족은 구공일 씨예요. 그리고 지난 13개월 동안 옥련 할머니랑 세상에서 가장, 제일 가깝게 지내온 것도 나와 얘구요. 어떻게 얘가 옥련 할머니의 진실성을 보증하지 못할 수가 있어요? 정신을 잃으실 때까지 보살폈는데 어떻게 그 끝에 자격이 없다고 할 수가 있어요?” _p.135-136 


▪︎한국무형문화연구소 소속 무형문화 현장조사 기록 보조 연구원 AI 구금산이 망자 천도 의례를 행하는 이야기 <만물의 앎에는 끝이 없다>


✏️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으로>와 연작으로 이어진 소설로, 구금산이 간병 AI 로봇 IM-901의 친구인 설정이에요! 이 소설 속에서 구공일은 더이상 간병로봇이 아닌, 강원도 내 유이한 카페 '한가'의 바리스타랍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현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로봇 코엘름과 이를 완강히 거부하는 로봇의 선조 말레우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인간 영주의 이야기 <보편적인 내 엉덩이>


▪︎신들이 채팅GPT 서버 NO. 33 Universe를 드나들며 인간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이야기 <채팅GPT의 신들>


🪽 육아와 간병을 돕고, 굿을 하고,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고, 심지어 인간의 '눈치'라는 개념까지 학습한 로봇의 이야기라니...! 개인적으로 저와 코드가 정말 잘 맞는 작품이었어요!! 제목이 하나같이 다 특이한데, 그에 걸맞게 글이 진짜 재치 있어요🤩 저는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와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으로>를 가장 재밌게 읽었습니다! 특히 처음 두 작품은 육아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더 감명깊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존에 종종 접했던 암울한 분위기의 sf소설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희망차고 발랄한 느낌이었어요. 인간과 로봇이 함께 꾸려나가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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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3 빛 SF 보다 3
단요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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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빛을 향해 손을 뻗는 일이 아닐까❞


다채로운 이야기로 독자들의 지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sf 앤솔로지 sf보다. 세 번째 테마는 ‘빛’이다. 이번 단편집은 전작인 얼음과 벽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요하는 단편들로 인해 개인적으로 쉽게 읽히진 않았지만, 신선한 플롯 덕에 새로운 느낌을 가장 많이 받기도 했다.


✨️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 단요,「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

 "당연히 보야야 할 빛은 보지 못하는, 대개는 보지 못하는 빛을 보는 족속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종교역사학 연구자인 친구와 송전망 관리 기술자인 ‘나’의 대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기술이 곰팡이처럼 난무하는, 음침하고 평화로운 31세기. 마지막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냉동된 원시인이 발견된다. 원시인의 유전자를 복원하자 감광성 신경절 세포가 돌연변이임이 밝혀지는데, 그가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에 반응하는 눈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과거 어떤 이들은 열화상 카메라처럼, 색상이나 음영이 아닌 온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상을 구분했으리라는 가설이 제기된다. 


예수가 단지 돌연변이 인간이었다면? 굉장히 파격적이고 발칙하게 느껴지는 소재다. 누군가는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으나, 신선하고 흥미로운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 서이제,「굴절과 반사」

지상에서의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해저 도시 생활을 하게 된 인류. 주인공은 교도소의 수감자를 심해로 내려보내 독방에 가두는 일을 한다. 시공 당시 안전성 논란이 있었던 교도소와는 달리 최고의 기술력으로 시공되었다던 해저터널이 무너져버리면서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너'는 5년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과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주인공은 한 아이로부터 ‘너’가 인화된 사진과 ‘너’가 보낸 편지를 받는다. 편지에는 지상에 아직 사람이 살고 있고, 자신은 5년 전 사고 때 물살에 휩쓸려 육지에 도달하게 되었으며 해저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브로커를 따라 지상으로 올라오라는 말과 함께. 극소수의 연구자에게만 해수면 밖으로 나는 것이 허용되어 있는 세상에서, ‘나’는 지상으로의 탈출을 시도한다.


이밖에도 ‘빛’을 소재로 상상력 가득한 세계를 보여준 작품들


〰️생체리듬을 무시한 채 수많은 전자 빛에 노출되면서 정작 제대로 된 햇빛은 쬐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을 다룬 _이희영, 「시계탑」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항성계를 배경으로, 영화감독 라블레윤과 그의 작품을 다룬 _서윤빈,「라블레 윤의 마지막 영화에 대한 소고」


〰️법정 밖에서 분쟁을 해결해주는 인공지능 볍률 서비스 기업을 소재로 하여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이점과 우리가 여전히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들을 제시하는 _장강명,「누구에게나 신속한 정의」


〰️변광성 SN 2024B (일명 ‘등대’) 기 자신들을 구원할 빛이라 여기며 등대로의 여정을 시작한 인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정녕 구원의 빛이 맞을까? _위래,「춘우삭래春雨數來」


🔖신은 빛을 창조했지만, 빛은 세계를 창조한다. 빛은 우리를 보게 하고, 우리가 볼 수 있는 한 세계는 존재한다. 말하자면 우리의 우주는 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만큼만 확장된다. _p.7 


🔖빛은 인간을 위한 안배가 아니다. 누구에게서 기원했든, 이런 작품에서 빛은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을 조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_p.19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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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 역사를 보다 1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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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자와 고고학자가 재미와 밀도를 갖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튜브 채널 보다(BODA)의 인기 시리즈 ‘역사를 보다’의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중동, 이집트, 유라시아 지역의 역사에 대해서 각 분야의 박식한 권위자들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흥미로운 내용들에 시각적 자료까지 곁들여져 있어 나처럼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역사에 크게 흥미가 없는 이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차례🔎

1장_ 미스터리, 역사의 또 다른 풍경

2장_ 역사를 뒤흔든 이들의 재발견

3장_ 나라별 역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들

4장_ 당신이 몰랐던 역사 속 이모저모

5장_ 최초의 역사. 의외의 역사

6장_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


✏️ [관우는 정말 바둑을 두며 뼈를 깎았을까 / 클레오파트라가 흑인이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 나라별 정말 지우고 싶은 흑역사들 / 무슬림은 왜 돼지고기를 안 먹을까 /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법한 고대 형벌 / 인류 역사상 가장 이른 축구의 증거]와 같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가 여럿 수록되어 있는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 중 하나는 <조선이란 나라에 가보고 싶었던 나폴레옹> 이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조선의 ‘갓’에 관심을 가졌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화려한 의복과 모자로 치장하고 위엄을 드러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하니 갓을 쓴 조선인의 모습에 자연스레 눈길이 갈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언급된 작품들 중 챙겨볼 것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퀸 클레오파트라>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

(역사학자들이 재밌게 본 역사 작품이라고 하니 챙겨 볼 수밖에...😚)


🔖지금 사람들이 옛것을 보고 경이롭게 또 신비롭게 느끼는 저변에는 옛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라는 일종의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데 그 옛날에는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하는 현대인의 오만함이랄까요. _p.18


🔖‘4대 문명(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이집트, 황하)’이라는 게 사실 80여 년 전에 나온 구식 이론입니다. 구석기 시대에 이미 문명이라는 씨앗은 뿌려졌고 그중에는 빨리 싹이 텄다가 진 곳도 있는 반면 뒤늦게 아주 큰 나무로 자란 곳도 있는데, 이집트가 아주 크게 자란 나무라면 그 이전에 사방에서 이미 많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_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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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마지막 첫사랑
김빵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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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마지막첫사랑 

《난데없이 나의 2004년 괄호를 열고 들어온 너》


📝 21세기 소녀 명원과 22세기 소년 양우의 사랑 이야기. 비기 알, 캔모아, 삐삐, 비디오테이프, 스티커사진 등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 담긴 이야기,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간질간질한 10대의 사랑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면 강추!


<1장 _어쩌다 마주친>

도둑맞은 자전거를 찾던 명원은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있는 양우와 맞닥뜨린다. 첫 만남 이후 양우와 여러 번 마주치며 친구 아닌 친구 같은 관계를 이어오던 중, 양우의 왼 팔에 난 생채기에서 불꽃이 튀는 걸 명원이 우연히 보게 되고 양우는 자기를 피하는 명원에게 자신이 미래에서 왔음을 밝힌다.


🔖하나도 안 궁금하다고 했지만 실은 양우가 무척 궁금했다. 왜 항상 혼자 다니는지,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지, 왜 자꾸 이런 우연으로 제 눈앞에 나타나는지, 손에 든 그것들은 다 뭐고, 귀의 문신은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 의심과 관심의 경계가 모호했다. _p.79


<2장 _데이터 수집기>

22세기, 양우는 바다를 보기 위해 도시를 떠났다가 모래 폭풍을 만나 사고를 당한다. 단조롭고 적적한 시간을 보내던 양우는 병원의 한 벤치에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을 학습한 04년형 인격형 인공지능 스피커를 줍게 되고 ‘바다’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러나 양우의 삶에 활기와 생기를 불어넣어준 바다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성격 형성 데이터가 다 날아가 버리고, 바다는 한순간에 사라져버린다. 양우는 바다를 되찾기 위해 21세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찰싹, 찰싹. 바다의 파도는 이런 소리를 내. 솨아아, 하고 밀려와서 하얗게 부서져. 포말을 만들지. 그렇게 사라진 파도는 흘러서 다시 파도가 되어 밀려와. 바다가 있는 한 사라지지 않지. 해안에 가보는 게 버킷리스트라며. 물비늘이 이는 바다를 네가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_p.122-123

✏️양우와 명원의 관계성만큼이나 양우와 인공지능 ‘바다’의 관계에도 애착이 갔다. 양우가 바다에게 느끼는 애정이, 진정 친구로 생각하는 진실된 마음이 잘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를 원래 상태로 복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결행할 정도였으니.)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하는 친구, 혹은 그 이상의 동반자가 되어있는 훗날을 잠시 상상했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좋을지도? 


<3장 _러브, 레트로 썸머>

명원과 무엇인가를 할 때 데이터 수집기의 퍼센티지가 채워진다는 것을 여러 사건으로 경험한 양우는 명원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낯선 21세기의 것들을 명원과 함께 경험하면서 양우는 데이터 수집기의 퍼센티지를 점점 채운다. 한편,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두 사람의 마음도 점점 깊어져간다.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은 명원은 이내 느껴지는 낯선 감각에 눈꺼풀을 올렸다. 양우의 두 손이 자신의 귀를 덮고 있었다. 그러니까, 양우보다 한 박자 늦은 명원의 손이 양우의 손등 위에 겹쳐진 모양새가 된 것이다. 휘둥그레 커진 눈을 보고 양우가 싱거운 웃음을 지었다. “네가 잡았다.” _159-160

✏️손을 잡으면 경험 데이터가 채워지는 것 같다며 계속 손을 잡으려는 양우와 그런 그를 계속 쳐내는 명원. 어쩌다 명원이 먼저 양우의 손을 잡은 이 상황이 웃기면서도 간질거려서 기억에 남는 장면:)

 

<4장 _마지막 인사>

밴드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양우와 명원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바다를 보게 된다. 양우는 2004년 잊지 못할 추억을 안고 자신이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간다.


🔖“이 세계는 곧 너고, 나는 너를 만나러 온 것 같아. 영원하다는 말은 너무 거창하지만, 네가 준 시간을 잊지 않을게 영원히.” _p.244


<에필로그> 스포있음❗️

🔖명원과 함께 바다에 닿았을 때 양우는 계속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바다에 대해 생각했다. 바다가 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 것들, 기억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 마음. 눈에 보이는 데이터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그 때 알았다. _p.260 

✏️ 갖고 싶은 물건이 떠오르지 않는 명원에게 결국 양우가 자신이 주고 싶은 물건이자 양우와 명원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물건인 데이터 수집기를 선물한다. 다시는 만날 수 없겠지만 기억에 남아있는 한 오래, 아주 오래 서로를 그리워하고 기억하겠지. 


<기명원의 뮤직박스>

-웨스트라이프 my love(2000)

-박완규 천년의 사랑(1999)

-엄정화 몰라(1999)

-마로니에 칵테일 사랑(1994)


<소설 속 언급된 영화>

-동감(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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