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 - 곡물 트레이더, 중동 사막에서 싱가포르 항구까지 글로벌 식량 전쟁터를 누비다
최서정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1.역사 전공자가 곡물 트레이더일 때
 
종합상사의 곡물팀에서 일한 저자는 사학 전공자다. 그래서 각종 곡물의 ‘수요와 공급 이야기’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전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싹 틔운 일본인의 땀과 눈물”(p.265) 이 가장 그렇다. 오늘날 일본의 식량안보의 한 축에는 의외로 브라질이 자리하는데, 그 속에는 브라질에 거주하는 150만명의 일본인과 굴지의 일본 종합상사가 있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에는 1908년 고베에서 이주한 790명의 삶이 있었다. 

2.트레이더의 하루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종합상사를 배경으로 한국기원 연습생이었던 장그래라는 사원의 고뇌와 성장기, 다른 사원들의 희노애락에 더욱 초점이 맞춰 있다면, 이 책은 선적서류, 외국어, 해외출장, 술 등의 키워드로  종합상사 사원의 생생한 삶과 이 분야 종사자가 아니라면 접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쉽게 소개하는 데 더 주목한다.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이 계약서, 물류, 파이낸싱, 포지션을 설명하는 ‘‘곡물 트레이더의 하루”(p.84)이다. 
 
3.장사꾼의 입장에서 ‘흉년’과 ‘풍년’은 어떤 의미일까
 
“장사꾼으로 살다 보면 타인의 고통이 나의 행복이 될 때가 있다. 매수 포지션인 트레이더는 곡물의 가격이 오르길 바란다. 가뭄이나 홍수로 작황이 악화하였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파종 면적이 줄어들어 생산량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반대로 매도 포지션인 트레이더는 곡물의 가격이 내리길 바란다.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늘어나 곡물의 가격이 떨어지기를 바란다. 매도 포지션인 트레이더가 매수 포지션인 트레이더보다 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도, 더 많은 사람이 배부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도 아니다. 그래야 돈을 벌기 때문이다.”(p.234)
 
먹먹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그런데 저자가 트레이더로서 강조하는 것은 내뱉는 말 한마디의 무게, 즉 ‘신용’이다.(p.133)
 
4.이직?
 
그렇게 재미있게 다니던 회사를 3년만에 퇴사한다. 고민 끝에 정한 진로였고, 원하던 회사에 입사해 원하던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백하는 그는 어떤 이유로 퇴사를 결심했을까. 그리고 다음 행선지는 어디였을까. 그 과정을 네 꼭지나 되는 긴 분량에 고민의 흔적들을 담아 자세히 이야기한다. 그만큼 첫 직장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밤을 지새우고 퇴사소식을 전하던 2018년 1월 15일 아침의 일기(p.213)가 가장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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