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에 그런 내용이 담긴 책도 선뜻 뽑아들기 어렵다.
하지만 그런 우리의 마음과는 다르게, 언제나 가까이에 도사리고 있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좀 더 죽음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창비 소설Q 프로젝트의 마지막 미션으로 이 책을 받아 첫 장을 넘겼을 때, 나는 익숙한 서늘함을 느꼈다.
혹 가볍고 유쾌한 소설을 기대했다면 이 책은 덮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은 누군가의 끝없는 절규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짧은 호흡이지만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나열되는 문장들, 그 안에는 모순이 가득하지만
완전히 모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성적인 두뇌로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문장을 하나하나 뜯어보다 보면
머릿속을 가득 채워오는 물음표에 나까지 미쳐버릴 것처럼 괴롭다.
작가가 말하려는 게 뭘까? 하고 한 발짝 물러서니 그제야 읽혔다.
안에 담긴 건 '괴로움'이었다. '고통'이고 '절규'였으며 독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구조 신호였다.
끝없이 그녀를 잠식해오는 슬픔과 우울, 고통에 '죽음'이라는 끝없는 연주를 하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죽고 싶지 않다고, 누군가 이 죽음의 연주를 멈춰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의 연주를 멈춘 것은 누구였을까? 무엇이었을까?
중요한 것은 그녀는 살아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예술', '작품'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전에 빛을 보지 못한 채 죽은 예술가들이 나중에야 유명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런데 그들의 그런 슬픔과 어둠, 고통이 가득한 작품을 두고 아름답다고, 멋있다고 말하는 것이
묘하게 잔인하면서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가 그게 맞는 걸까?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잘은 모르지만 개인적인 감상은 그렇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이 훌륭하다, 잘 쓴 책이다를 논하기보다
당신 주위에도 이렇게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마음엔 이런 생각들이 가득 차 있기도 하다는 걸 알고 그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멈추기를, 그리고 당신이 그 사람들의 죽음을 멈춰주기를 바라지 않았나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마음에 확 꽂혔던 문장 하나를 소개한다.
"그리고 기적은, 내가 배우지 않았다면 가장 좋았을 단어"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언젠가 당신에게 '기적'이라는 단어가 일상이 되고,
그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