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mover 세 명이 아홉 시간동안 열심히 일을 한 끝에 일단 짐은 모두 옮길 수 있었다. 단순히 책만 계산하고 시작했지만 내가 살면서 모아들인 게임소프트, 영화 같은 것들까지 모두 일단 가져다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고 훨씬 더 공간이 복잡해졌다. 급한 대로 책장을 몇 개 더 주문했고, 직접 만들 생각이었으나 그간의 짐싸기, 일, 다시 일, 짐풀기로 이어지는 정리에서 지칠만큼 지친 탓에 비용을 조금 더 쓰더라도 서비스를 받기로 결정했다. 내일 저녁 늦은 시간에 crew가 와서 금방 만든다고 하니 그만큼 마음이 가벼워진다.
화요일에는 직원의 비자인터뷰가 있었는데, 201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비자거부상황에서 피해를 본 사례였다.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11월에 케이스가 이민국으로 반환된 후 근 2년에 걸친 재심을 통해 다시 승인이 되어 인터뷰를 하게된 상황. 그런데 대사관은 또다시 아무런 이유가 없이 일단 거부를 했고 케이스를 리뷰절차로 돌려버린 것이다. 그간 늦어진 계획의 실행, 기다림, 비용 등 나뿐만이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외교통상부는 이런 일엔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정착하려는 사람들을 마치 나라를 버리는 양 매도하는 경향이 강한 나라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부랴부랴 그간 도움을 받았던 지역의 하원의원 사무실에 이를 알리고 국무성과 대사관에 연락을 요청했으며 고용주로서 회사의 이름으로도 메일을 내보낸 상태이다. 재심이후 케이스가 다시 대사관으로 가면 또 돌려보내는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는데, 트럼프놈 때문에 관심종자들과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전면으로 나온 지금의 미국에서는 모든 이상한 일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심을 할 수가 없다. 당장 시작부터 4년을 끌어온 일인데 이렇게 되니 나와 직원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
이런 상황에서는 책이고 뭐고 다 귀찮고,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도 어느 정도는 평탄한 삶이 유지되어야 읽을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걸 배우는 중. 널찍한 사무공간이 책장으로 꽉 찬 모습이 조금 답답하여 아마도 창고를 빌려서 만화책과 소프트, 그리고 사무실에서 쓰기 좀 그런 책장은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갈 때까지는 따로 보관해야 할 것 같은데, 사무실을 새로 얻어나가면서 늘어난 비용이 있어서 정말 열심히 벌어야 할 것 같다.
힘든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고 나는 혼자 이걸 다 감당하느라 멘탈이 파산신청을 할 지경이다. 어쩌면 의미가 없이 갖고 있는 책들 중에서 보관할 가치가 없는 것들을 추려서 버려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